'전설의 고향' 열풍 엊그제 같은데…납량특집 간판 떼는 공포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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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열풍 엊그제 같은데…납량특집 간판 떼는 공포영화들

르데스크 2026-07-30 17:19: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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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공포영화'라는 극장가의 공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과거 여름철만 되면 '납량특집(여름철 더위를 잊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우후죽순 등장했던 공포영화들을 요즘은 보기 어려워졌다. 극장가의 성수기인 여름시즌에 맞춰 막대한 제작비와 유명 스타를 앞세운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다 보니 과열 경쟁을 피해 비수기 틈새시장으로 옮겨간 탓이다.

 

여름 공포영화 개봉작 2017년 26➞지난해 4건 급감, 봄·가을 비수기에 깜짝 히트작 등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철 극장가에선 '납량특집' 문화와 '더위를 식히는 공포'라는 마케팅 공식을 노린 공포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고괴담 시리즈', '장화, 홍련'(2003년),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년) 등 흥행작들도 여럿 등장했다. KOBIS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에 개봉한 공포영화는 2000년대 10편 안팎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26편에 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20편 이상 개봉되며 '여름=공포영화' 공식이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그해 여름 개봉한 공포영화는 단 2편에 불과했으며 이후에도 2023년·2024년 각 7편, 지난해 6편 등으로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올해 역시 독립·저예산 영화를 제외하면 주요 상업 영화 중 공포·스릴러 장르는 한국형 공포 스릴러 '눈동자'를 비롯해 '신사:악귀의 속삭', '패신저', '호컴' 등 4편 남짓에 불과하다.

 

▲ 여름철(6~8월) 공포영화 개봉 편수 변천사.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여름철을 빗겨간 공포영화의 개봉 시점은 3월 신학기, 9~10월 가을철 등 영화계에선 흔히 '비수기'로 평가받는 시기로 옮겨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봄·가을(3·4·9·10월)에 개봉한 공포영화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최근 5년간 봄·가을에 개봉한 공포영화는 매 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2년 9편, 2023년 8편, 2024년 11편, 2025년 9편 등이었다. 그 시기 개봉한 공포영화 중에서는 '히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도 있었다. 칸 영화제 진출작으로 선정된 잠(2023년 9월), 천만 관객을 돌파 기록을 쓴 파묘(2024년 2월), 공포체험 열풍을 일으킨 살목지(2025년 4월)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하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포영화 개봉 시기는 계절과 무관한 모습을 보였다. '스크림' 시리즈(1996~2011) 4편은 모두 12월에서 4월 사이 개봉했고 흥행작 '그것'은 9월에 상영을 시작했다. 저예산 고수익으로 유명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히트작 '겟 아웃'과 '해피 데스데이' 역시 각각 2월과 10월에 개봉했다. 유럽 등에서도 여름이 아닌 핼러윈 시즌인 9~10월을 공포영화 성수기로 여기는 분위기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공포영화 개봉일이 다변화 된 결정적 원인으로 여름 극장가의 구조적 변화를 꼽았다. 총 제작비 200억원 이상의 대작 영화들의 개봉일이 여름 성수기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제한된 공포 장르가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여름만 보더라도 극장가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비롯해 '스파이더맨', '오디세이' 등 텐트폴(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작) 영화들이 대거 등장한 상황이다.

 

▲ 서울 삼성동 소재 영화관을 찾은 한 관객의 모습. ⓒ르데스크

 

OTT 플랫폼 확산에 따른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도 공포영화 개봉 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집에서 OTT를 통해 공포·스릴러 장르를 언제든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특정 계절에 맞춰 극장을 찾는 문화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미국은 다양한 하위 장르의 공포영화들이 제작되고 마니아층이 탄탄해 핼러윈 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계절 특수가 거의 없다"며 "반면 한국은 대작들과의 과열 경쟁을 피해 3월이나 가을철 틈새시장을 노리는 배급 전략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업계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소 극장을 자주 찾는 장현수 씨(37·남)는 "예전에는 여름하면 공포영화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희미해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이름 있는 영화가 보통 이맘때 개봉한 거 같은데 요즘엔 오히려 봄이나 가을에 공포영화가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환 씨(25·남)는 "OTT로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까 굳이 여름이라고 공포영화를 따로 찾아 보진 않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여름방학 시즌이 되면 대작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포영화를 덜 찾는 건 맞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여가 패턴 변화와 공포 장르 소재의 진화가 개봉 시기 이동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이 낮고 휴가철 피서 문화가 단순하 보니 공포영화를 보는 게 하나의 여름철 문화였지만 지금은 에어컨 보급 확대와 피서·야외 여가 활동이 다변화되면서 공포영화라는 선택지의 매력이 다소 줄어들어든 측면이 있다"며 "결국 여가 생활의 다변화가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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