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 특식·얼음간식·냉수등목으로 코끼리·곰·호랑이 등 '여름나기' 도와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엄마,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까 늑구도 다시 탈출할 생각이 없나 봐요."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30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오월드 늑대 사파리에서 만난 한 아이는 그늘에 서서 전방을 응시하는 늑구를 지켜보며 깔깔거렸다.
늑구는 지난 4월 사육장에서 탈출해 이른바 '대전 도심 모험'을 즐겨 전국적인 화제 몰이를 했지만, 이날은 사육장 근처를 배회하거나, 그늘 근처에 서서 내리쬐는 햇빛을 응시하는 등 아이 말대로 전혀 '탈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 속 대전오월드에서 만난 동물들은 얼음 간식과 시원한 물줄기로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사파리 안에서 만난 올해 서른세살인 아시아코끼리 삼돌이는 사육사가 굵은 물줄기를 쏘아대자 즐거운 듯 연신 코를 높이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냉수 등목을 만족스럽게 이어 나가던 삼돌이는 기다렸다는 듯 당근, 사과, 참외를 입으로 받아먹었다.
곰 사육장 안에서도 수박과 얼음 특식을 두고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꽁꽁 얼린 닭고기를 받아 든 유럽 불곰들은 물에 들어가 두 발로 선 채 얼음덩어리들을 들어 보이기도 하며 관심을 내비쳤다.
시원한 물놀이를 마치고서는 얼음째로 베어 물고 가 와그작와그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얼음 속 닭고기를 씹어먹었다.
혀를 쭉 내빼며 숨을 몰아쉬기 바빴던 반달가슴곰은 수박 냄새를 맡자 달려와 한동안 코를 박고 먹었다.
몽키빌리지 안에 있던 다람쥐원숭이들도 수박이 배달되자 게눈감추듯 먹어 치웠다.
물속에 있는 수달이라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피해 갈 순 없었다.
7살 남짓한 수달 달봉이와 수은이는 얼음덩어리를 가지고 놀거나,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뒤쫓으며 더위를 날려버렸다.
이날 무더위 속에서도 대전오월드를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 역시 계획에 없던 동물들의 여름나기 현장을 지켜보며 손뼉을 치고 즐거워했다.
두 살배기 자녀를 데리고 오월드에 온 이보미(30·대전 서구) 씨는 "아이가 곰과 강아지를 헷갈리는 거 같아 곰을 보여주려고 왔다. 곰이 수박 먹는 걸 보고서는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전오월드는 장기간 이어지는 무더위에 대비해 동물별 특성에 맞춘 식단 및 특별식을 제공하는 다양한 여름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강필 대전오월드 동물관리팀 차장은 "다양한 동물 복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위에 지친 동물들이 힘을 내고 건강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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