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은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인력 증원과 심판관회의 무작위 배정 등을 골자로 한 ‘비상임심판관 제도 전면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회 수장과 비상임심판관의 겸직 제한 등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세법학회는 지난달 말 강원도에서 골프 일정을 포함한 1박 2일 행사를 진행했다. 세법학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골프를 함께 친 수십 명 가운데엔 조세심판원 직원과 비상임심판관들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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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은 자체개혁안에 ‘청렴과 공정 제고’를 목표로 지정된 장소 외에서는 심판관·직원들의 외부접촉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개혁안 발표 이후에도 세무대리인들과 비상임심판관은 학회 행사를 ‘만남의 장’으로 삼아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비상임심판관들이 회장 등으로 포진해 있는 학회들이 세무·회계·법무법인으로부터 정기·비정기적인 ‘협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학회는 학술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실제 운영경비는 각종 법인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형식으로 충당한다”며 “대형법인은 물론이고 중소법인도 연례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거나 특정 행사를 앞두고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씩 후원을 한다”고 귀띔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들은 학회 후원이 공식적인 명분일 뿐, 실제 성격은 ‘비상임심판관 등 관리비용’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비상임심판관은 “조세심판원의 기업 불복사건은 결과에 따라 수백억원 이상도 왔다갔다 한다”며 “심판관회의의 심판관 4명 중 1~2명을 차지하는 비상임심판관의 입김이 절대 작다고 볼 수 없으니 관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임심판관 명단은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하고 있지만, 심판관을 맡자마자 로펌·세무법인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 ‘이곳이 혼탁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학회 행사 때 골프 치면서 이런저런 얘기 듣고 ‘자료 한 번 줘보세요’ 하면 누가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세무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한 학회장과 비상임심판관의 겸직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처럼 접대성 행사로 오해받을 수 있는 자리엔 가지 말아야 하고, 세무대리인들이 펀딩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학회의 수장직도 고사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제도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심판관은) 회피 및 기피제도가 마련돼 있고, 심판관회의를 심판관 4인의 토론 및 합의에 따라 의결하는 합의제 구조로 운영하는 등 공정한 심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뒀다”며 “비상임심판관 완전 풀(pool) 제와 조세심판관회의 녹음, 조세심판관 의견서 작성 등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혁안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조세심판원은 현재 국무조정실 법무감사담당관실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3주간 이뤄지는 전례 없는 고강도 감사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합동심판관회의에 부쳐 결론짓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내부 규정과 절차 등에 어긋나는 건 없었는지 살펴보고 원칙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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