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검사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는 조항이 함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비공개 법안심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여당이 야당과의 합의 없이 조항을 신설하면서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소권 남용에 대해 법원이 이미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온 만큼 기존 판례와 법리를 법률에 명확히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다. 보완수사를 포함한 모든 직접수사가 금지되며 검사는 직접 수사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 갖게 된다. 경찰은 검사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1개월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또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등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의신청을 위해 사건기록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권한도 보장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를 모두 전자화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등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 요구권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사건 암장과 수사 지연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지게 된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보다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을쯤 혹은 그 이후부터 현장에서 하나둘씩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며 “보완수사 요구로만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나타나는 수사 지연과 진상 파악의 어려움, 검찰에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을 수 없는 피해자의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모두 송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법률에 명시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공소취소가 1심 판결 선고 전 검사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공소기각은 2심과 3심에서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 선고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327조를 보면 △공소가 취소됐을 때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을 때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을 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기존 공소기각 사유에 더해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새롭게 포함했다.
야당은 해당 요건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법원의 자의적 해석과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같은 규정이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공소기각을 이끌어내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검찰청도 전날 ‘중대한’, ‘현저히’ 등의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4월에도 원내지도부 명의로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통해 검찰의 조작 기소가 확인될 경우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검찰의 조작 기소 사례로 거론하며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특검법상 공소취소는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직접 공소를 철회하는 절차인 반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공소기각은 법원이 판결을 통해 공소 유지의 적법성을 판단해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야당은 이번 공소기각 조항이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맞물려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말을 듣지 않는 검사들을 내보내고 고분고분한 판사들로 이재명 재판을 취소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이재명 면죄부와 맞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사법의 사망 선고이며 이재명 정권은 결국 자멸의 길을 선택했다”고 규탄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북송금 뇌물 사건은 무죄 가능성이 없고 공소취소도 어려우니 더불어민주당이 공소기각법을 만들어 법원을 압박해 억지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기 이후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공소취소가 플랜 A, 개헌이 플랜 B, 공소기각이 플랜 C”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다만 야당의 강한 반발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 여부는 제도 운용 과정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 검사와 사법경찰 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 종결 책임과 주체성이 커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전문성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한 조항 역시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형사사법 개혁 과제의 하나로, 대법원이 확립해 온 법리를 법률에 명문화한 것”이라며 “다만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법원의 판단 기준과 절차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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