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태풍 '돌핀'이 세력을 키우며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진로에 따라 영향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과거 큰 피해를 남긴 태풍들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곤 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대표적인 태풍 3개를 살펴본다.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 말 전남 고흥반도에 상륙한 뒤 한반도 내륙을 통과했다. 이동 속도가 느린 가운데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원 영동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이어졌다.
강릉에는 하루 동안 870.5㎜의 비가 내렸다. 국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일강수량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와 토사 유출이 발생했다. 도로와 철도, 주택, 농경지 등도 광범위하게 피해를 봤다.
루사로 인해 20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는 5조 원을 웃돌았다.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재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례로 남아 있다. 산지가 많고 하천이 좁은 지역에서는 태풍이 몰고 온 집중호우가 하류 지역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
태풍 '매미'는 루사가 지나간 지 약 1년 만인 2003년 9월 남해안에 상륙했다.루사가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냈다면, 매미는 강풍과 폭풍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당시 제주에서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60m가 관측됐다. 거센 바람에 부산항의 대형 크레인이 넘어졌고 건물 외벽과 간판, 지붕도 곳곳에서 파손됐다. 경남 마산을 비롯한 남해안 저지대에서는 바닷물이 도심으로 밀려들면서 주택과 상가가 침수됐다.
매미로 인한 인명피해는 100명을 넘었고 재산피해도 4조 원대에 달했다. 항만과 조선소, 공장 등 해안가 산업시설뿐 아니라 인근 도심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태풍 '힌남노'는 2022년 9월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강한 비구름이 포항과 경주 등 경북 동해안에 집중되면서 하천 범람과 주택·상가 침수, 도로 통제가 이어졌다.
포항제철소도 인근 하천 범람으로 상당 지역이 물에 잠기고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주요 산업시설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에서는 하천 물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빠르게 유입돼 주민들이 고립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출입구가 제한된 지하주차장은 침수가 시작되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차량을 옮기거나 물건을 꺼내기 위해 진입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할 위험도 있다.
힌남노를 계기로 반지하주택과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지하역사 등 지하공간의 침수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피해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해 지하공간 침수사고 방지 대책과 행동요령을 보완했다.
태풍 접근 전 살펴야 할 생활 안전수칙
태풍의 영향이 예상되면 기상청 통보문과 재난문자를 통해 예상 경로와 도달 시각을 확인한다. 베란다 화분과 자전거, 야외 의자처럼 바람에 날릴 수 있는 물건은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실내로 옮기거나 단단히 고정한다. 창문과 창틀, 외부 시설물의 상태도 미리 점검한다.
저지대와 하천 주변, 지하차도 인근에 세워 둔 차량은 높은 곳으로 옮긴다. 집 주변 배수구와 빗물받이 점검도 비가 내리기 전에 마친다. 비가 거세진 뒤 배수로나 논둑, 선박을 확인하러 나가면 급류에 휩쓸리거나 토사와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태풍특보가 내려진 동안에는 야외활동과 불필요한 이동을 삼간다. 하천변과 해안가, 방파제, 계곡, 산비탈, 급경사지 주변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침수된 도로나 지하차도에도 차량으로 진입하지 않는다.
침수 위험 시 지켜야 할 신속 대피요령
반지하주택이나 지하상가, 지하역사에 물이 들어오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면 지상으로 이동한다. 지하계단으로 물이 흘러들기 시작했을 때도 지체 없이 지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수위가 높아지면 물살의 저항으로 계단을 오르기 어려워지고 출입문도 쉽게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지하주차장으로 빗물이 들어올 때는 차량을 확인하거나 옮기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어린이와 노인 등 이동에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먼저 지상으로 이동한다. 침수 상황에서는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출 수 있어 비상계단을 이용한다.
차량 운행 중 도로나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드는 모습이 보이면 진입하지 않는다. 이미 물이 차오르는 구간에 들어갔다면 차량을 두고 즉시 안전한 곳으로 벗어난다. 교량이나 하천 위로 물이 넘칠 때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거나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안전한 장소에 머문다.
산비탈과 급경사지, 축대 주변 주민은 산사태 경보나 지방자치단체의 대피 안내가 나오면 지정 대피소나 산과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다. 시야가 확보되는 낮에 미리 이동하고 가족과 이웃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과 집중호우 때는 차량이나 시설물을 살피기 위한 이동보다 침수와 붕괴 위험이 없는 곳으로 벗어나는 대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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