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매그니피센트7(M7; 7개 대형 기술주)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는 누가 더 많은 AI 투자 계획을 내놓느냐가 주가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뒤에도 잉여현금흐름(FCF)을 유지하며 투자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테슬라는 모두 AI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은 투자 규모보다 투자 대비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에 따라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평가했다.
▲ AI 투자, 이제는 회수 능력이 관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MS다.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900억달러를 기록했고 AI 수요가 몰린 애저(Azure) 클라우드 매출은 31.6% 늘어난 39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MS365 코파일럿 유료 이용자도 3000만명으로 확대됐다.
AI 투자는 오히려 더 공격적이었다. 분기 자본지출(CapEx)은 410억달러로 전년보다 69% 증가했고, 잉여현금흐름은 255억7000만달러에서 196억4000만달러로 23% 감소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AI 투자 부담보다 애저 성장과 수주잔고를 높게 평가했다. 실적 발표 이후 MS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했다.
반면 알파벳과 메타는 AI 투자 확대가 현금흐름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이 1198억달러로 전년보다 24% 증가했고 구글 클라우드 매출도 AI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82% 급증했다. 하지만 자본지출은 449억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도 최대 2050억달러까지 상향했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한 배경이다.
메타 역시 자본지출이 310억8000만달러로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85억5000만달러에서 7억8000만달러로 90% 이상 감소했다. 회사는 올해 자본지출 가이던스도 추가 상향하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AI 투자에 따른 부담은 제조업 기반 기업인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6% 증가해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로보택시와 AI 인프라 투자 영향으로 잉여현금흐름이 10억9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과거 같으면 AI 투자 확대 자체가 호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월가의 시선은 달라졌다. AI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고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가 LSEG 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 잉여현금흐름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추가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규모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러셀은 "자본지출로 현금이 고갈된다면 수익 성장만으로는 투자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돈을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서비스 매출 키우는 애플의 승부수
시장에서는 M7 가운데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AI 인프라 투자에는 비교적 신중한 전략을 유지하는 대신 서비스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이어온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도입한 구독형 단말 프로그램이다. 애플은 결제업체 클라나와 손잡고 '애플 업그레이드'를 출시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는 12개월 또는 24개월, 맥과 아이패드는 24개월 또는 36개월 동안 월 이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종료 후에는 기기를 반납하거나 잔금을 내고 구매할 수 있으며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춰 수요 둔화를 방어하는 동시에 단말 판매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반복적인 서비스 매출로 확대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은 인상했지만 아이폰 가격은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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