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이 29일 첫 TV토론에서 정면충돌했다. 김민석·송영길 후보는 당청 관계와 6·3 지방선거 결과, 계파정치 문제를 고리로 정청래 후보를 집중 견제했고 정 후보는 “더 강력한 개혁”과 당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맞섰다.
세 후보는 각각 안정·개혁·민생을 앞세웠지만 토론 내내 정청래 후보를 둘러싼 공세가 이어지며 신경전이 두드러졌다. 특히 토론 전반에는 김민석·송영길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동시에 압박하는 ‘2대1’ 구도가 형성됐다. 두 후보는 정 후보의 당대표 재임 기간 불안정했던 당청 관계와 지방선거 결과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고 정 후보는 “더 강력한 개혁”과 민주당의 정통성을 앞세워 맞섰다.
세 후보는 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첫 방송토론회에서 각자의 당 운영 구상을 밝혔다.
김 후보가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김 후보는 “당정 관계가 흔들리니 선거 결과가 흔들리고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당정 관계가 흔들리면 정부가 흔들리고 호남·충청·영남의 AI·반도체 프로젝트도 흔들리고 검찰개혁도, 대통령도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 성공에도 총선 승리에도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당대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무총리 경험을 내세워 자신이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개혁’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더 강력한 개혁 당대표, 이번에도 정청래”라며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 문재인 정신을 이어받고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네 분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한군데 모으겠다”며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할 후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송 후보는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 후보의 당 운영을 겨냥했다. 그는 “당·청 관계가 흔들리고 자기 정치와 파벌 싸움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것을 바로잡을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을 뒷받침하면서 민심을 전달해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민생을 챙기는 집권 여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세 후보의 공방은 검찰개혁 문제에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김 후보와 정 후보는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이견이 있었는지를 놓고 충돌했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총리 재임 당시 2차 검찰개혁안을 당에 제안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건너뛴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는 이에 “한 번도 당정협의 과정에서 대표를 패싱한 적이 없고 패싱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 후보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정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TF)가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해 연구용역 등을 진행했음에도 정작 정부 최종 법안이 당에 넘어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법을 정부 원안대로 처리했다면 “당원들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후보는 두 사람을 동시에 겨냥했다. 그는 두 후보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다면서도 “왜 이렇게 당·청 간 오해가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을 비판했다.
6·3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싸고도 김·송 후보의 정 후보 협공이 이어졌다.
송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뒤 자신이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일을 언급하며 정 후보의 연임 도전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 역시 자신이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에서 총괄본부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을 맡았던 경험을 거론하며 정 후보의 선거 지휘 능력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심리적인 요인은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분명히 패한 선거가 아니고 이긴 선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김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뒤 국민에게 사과한 점을 들어 “이런 선거 지휘의 한계가 과연 내년에 해결되겠느냐”고 따져 묻자 정 후보는 “당대표를 안 해봐서 모르는 것 같다. 선거 지휘는 실제로 당대표가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응수했다.
김 후보도 “당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맞받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시민 작가의 ‘이재명 정부 필패론’도 쟁점으로 등장했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을 겨냥해 필패론을 제기하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은 것을 거론하며 “당과 국가와 대통령을 모독하고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한마디도 못 하는 당대표가 가능하냐”고 몰아붙였다.
정 후보는 이에 “십자가 밟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누구를 욕하면 친명이고 욕을 안 하면 뭐고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계파정치를 둘러싼 충돌도 거셌다.
김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계파 정치를 가장 비판해 온 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계파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들을 묶어 지지하는 이른바 ‘생일찍기’, ‘홀짝찍기’ 등을 거론하며 “당에서 본 적 없는 거의 노골적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오히려 자신과 가까운 최고위원 후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맞받았다. 그는 당원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짝짓기’로 폄훼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송 후보와 정 후보 사이에서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갈등까지 소환됐다. 송 후보가 과거 정 후보가 자신의 제명을 주장했던 일을 문제 삼자 정 후보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실제 그런 발언을 했다면 미안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송 후보 역시 과거 정 후보를 향해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두 사람의 공방은 일단락됐다.
토론 전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던 ‘신천지 정치 개입설’은 이날 토론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앞서 김 후보 측과 정 후보 측은 신천지의 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가능성을 놓고 후보 자격 문제까지 거론하며 격렬하게 충돌해왔다.
한편 김 후보는 “계파 정치를 비판한 정 후보가 가장 구태적 계파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생일 찍기, 홀짝 찍기는 십몇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노골적 구태 정치”라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걸 누가 시키지도 않고 말릴 수도 없는 문제”라며 맞섰다.
각 후보들이 ‘짝짓기 투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당대표 당선만이 아니라 전당대회 이후 최고위원회의 주도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출직 최고위원 5명과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으로 지도부가 구성되는데 당대표가 직접 선택하는 몫이 청년최고위원 지명과 맞물리면서 사실상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지층 일각에서는 특정 진영이 최고위원 3명 안팎을 확보해야 당대표 선출 이후에도 안정적인 당 운영과 의사결정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교차투표 전략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권리당원 규모가 워낙 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는 투표 가이드가 전체 표심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민석 후보가 토론회에서 ‘짝짓기 투표’와 ‘생일 찍기’, ‘홀짝 찍기’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은 최고위원 선거가 단순한 보조 경선이 아니라 당대표 선출 이후 당권 구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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