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한국의 반도체 거대한 AI 반도체 베팅…평택을 넘어 호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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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한국의 반도체 거대한 AI 반도체 베팅…평택을 넘어 호남까지

아주경제 2026-07-30 15:26: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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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분기 각각 꿈의 영업이익률 70%, 76%를 성취하고도 30일 주가는 6월 정점 대비 삼성전자 40%,  SK하이닉스 50% 가까이 하락했다. 2028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고 두 회사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수조 단위의 확장을 선언한 이후 메모리 정점 이후와 과잉생산의 우려는 계속된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평택에서는 수십 대의 타워크레인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시설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 주변으로 대형 공사 차량이 오갔고, 도로와 상업시설에는 새 생산라인을 기다리는 산업도시의 움직임이 번지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생산라인 2026 7 21 사진한준구 기자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생산라인. 2026. 7. 21. [사진=한준구 기자]

용인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집중됐던 국내 반도체 생산축은 용인과 청주·천안·온양을 거쳐 호남권까지 확대되는 중이다. 수도권 남부의 산업 회랑이 전국 단위 반도체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가운데, 기업과 정부는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본 대규모 생산시설과 패키징 거점 조성에 나섰다. 다만 발표된 투자액 상당수는 장기 로드맵으로, 실제 집행 시기와 규모는 시장 상황과 기업별 의사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 투자가 바꾸는 것은 기업의 생산능력만이 아니다. 최첨단 팹 한 곳을 가동하려면 대규모 전력과 산업용수, 송전망과 도로, 물류시설, 협력업체 단지와 숙련인력의 주거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AI 반도체 투자가 사실상 새로운 산업도시와 생활권을 만드는 국가 인프라 사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른바 '칩 공화국' 구상도 이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충청권의 HBM·첨단 패키징, 영남권의 소재·부품·장비, 호남권의 신규 생산기지와 연결해 전국 단위 생태계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사진유나현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사진=유나현 기자]

'AI 돈잔치'는 이미 시작됐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AI 투자 확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 서버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글로벌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가장 먼저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업황 회복과 AI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AI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했다.

시장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오픈AI, x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들은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AI 인프라 경쟁에 맞춰 생산능력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AI를 "미래 성장동력"이 아니라 "현재 가장 돈이 되는 산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AI가 처음으로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국가 경제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가 보여준 새로운 전쟁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행사에서는 반도체 경쟁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HBM,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협력 확대를 발표했다.

과거처럼 메모리 칩 하나를 공급하는 시대가 아니라 설계부터 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 AI 공급망' 경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AI 반도체는 더 이상 하나의 부품이 아니다.

GPU와 HBM, 첨단 패키징, 초미세 공정, 전력 효율까지 모두 연결돼야 하나의 AI 시스템이 완성된다.

AI 시대의 경쟁력이 개별 제품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단]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메모리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첨단 패키징과 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칩 공화국'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단위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공장이 아니라 도시를 짓고 있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는 P5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십 대의 타워크레인이 동시에 움직였고 대형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다.

멀리서 바라본 공사 현장은 하나의 공장을 짓는 모습이라기보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현장에 가까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건설 현장 사진김혜준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건설 현장 [사진=김혜준 기자]

평택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용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었다.
아직은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이지만 앞으로 이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공장만 세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산업용수 공급망과 변전소, 송전망, 도로, 물류시설, 협력업체 단지, 근로자 숙소와 식당까지 함께 들어서고 있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도시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AI는 공장만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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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사진=유나현 기자]

'칩 공화국'은 왜 호남까지 내려왔나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이른바 '칩 공화국'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반도체 산업을 전국 단위 AI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는 기흥과 화성, 평택, 이천을 잇는 경기 남부가 사실상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전부였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하나의 공장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충청권을 HBM 생산과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고, 영남권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강화하는 한편, 호남에는 새로운 반도체 생산벨트를 구축하는 구상을 내놨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연구개발(R&D), 물류 인프라까지 함께 묶어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도 맞닿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글로벌 AI 공급망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전략에 가깝다.

AI 반도체는 한 개 기업이나 한 개 공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전력과 용수까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반도체 도시'가 아니라 '반도체 벨트'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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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공동 취재단]

삼성과 SK, 같은 투자지만 다른 승부수

같은 '칩 공화국' 전략 아래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점하며 AI 메모리 시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시장의 관심은 이 같은 우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적기에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AI 시대에는 HBM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사업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3E왼쪽와 HBM4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HBM3E(왼쪽)와 HBM4 [연합뉴스]

최근 브로드컴과의 협력 확대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메모리 공급을 넘어 설계·생산·패키징을 하나로 묶는 AI 공급망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두 회사의 투자 방향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AI 시대에는 지금 공장을 짓지 않으면 다음 사이클에서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 뛰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한국 편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고, 대만 TSMC는 첨단 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AI 칩 생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도 막대한 자본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메모리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는 최근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에 투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뒤를 쫓고 있다. 당장 첨단 HBM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과 기술 격차가 있지만, 범용 D램 생산을 확대해 시장 기반을 확보한 뒤 고사양 HBM으로 올라가는 단계적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CXMT가 투자 확대를 통해 D램 생산량을 늘리면 공급 부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유지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위협의 크기는 CXMT가 얼마나 빠르게 투자와 생산 확대에 나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CXMT와 국내 기업 간 기술 격차를 범용 D램은 1~2년, HBM은 약 3년으로 평가했다. 다만 범용 D램 경쟁력이 높아지면 이를 기반으로 HBM용 D램과 후공정 패키징 기술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투자는 실제 생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양산성과 수율을 확보해야 실질적인 기업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투자를 지속해야 기술 격차를 유지하거나 더 벌릴 수 있으며, 투자를 늦추면 중국과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AI 반도체 경쟁은 한국과 미국, 대만, 중국이 동시에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속도전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의 HBM 우위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공장을 제때 짓고, 고객 인증을 통과하며, 안정적인 양산 수율을 확보하는 능력이 향후 시장의 승자를 가를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의 CXMT 생산시설 2026 7 29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CXMT 생산시설. 2026. 7. 29. [로이터=연합뉴스]

AI가 바꾸는 것은 실적이 아니라 국토다

평택과 용인을 돌아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장의 크기가 아니었다. 반도체 공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도로가 놓이고, 변전소가 들어서고, 산업용수 공급망이 연결됐다. 협력업체와 물류기업이 모여들고, 식당과 숙박시설이 생기며 사람들의 생활권도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AI는 단순히 반도체 회사의 실적을 바꾸는 산업이 아니었다.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움직이고, 국가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제 충청과 호남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변화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AI 시대 글로벌 공급망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왔다. 지금의 대규모 투자가 10년 뒤에도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되면 막대한 생산능력이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투자를 늦추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반도체 공장은 수요가 확인된 뒤 짓기 시작해서는 늦는다. 공장이 완공되고 고객 인증을 거쳐 양산에 들어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래 수요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 산업의 생존 방식이다.

'칩 공화국'은 더 이상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다.

이미 평택과 용인의 공사 현장에서, 충청의 패키징 전략에서, 호남의 신규 클러스터 구상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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