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선복량 대신 '피더운송·해외 터미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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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선복량 대신 '피더운송·해외 터미널' 올인

한스경제 2026-07-30 15:20:00 신고

HMM 소속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HMM
HMM 소속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HMM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HMM의 중장기 전략이 수정됐다. 지금까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컨테이너 선대를 확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200~30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벌크 선대 확대를 유지하는 한편 해외 거점 항만에 위치한 컨테이너터미널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 글로벌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의 공급 과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해외 터미널 확보를 통해 화주와의 협상력 강화 및 수익성 증대를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이 지난 2024년 9월 발표한 ‘2030 중장기 전략’의 일부 내용이 변경됐다. 우선 투자금액이 상승했다. HMM은 오는 2030년까지 총 29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벌크선 선대와 해외 터미널을 확충할 계획이다. 기존 투자 계획보다 8조2000억원 증액된 규모다.

▲ 원양·근해항로 사이 피더 네트워크 강화

선대 확대 규모도 일부 수정했다. 2년 전 발표한 2030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선대 확충 목표는 155만TEU·130척이었으나 최근 147만TEU·166척으로 조정됐다. 선복량은 8만TEU 줄었지만 척수는 36척이 증가했다. 벌크선 선대는 1352만DWT(재화중량톤수)·110척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전체 선복량은 소폭 감소한 데 비해 척수 기준으로 36척이 늘어난 것은 HMM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허브앤스포크(Hub&Spoke)’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 전략은 1만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미주·유럽 등 양대 기간 항로(원양 항로)의 핵심거점 항만(Hub)까지 운송 후 거점 항만에 하역한 컨테이너를 소형 컨테이너선(피더선)이 그 거점을 중심으로 지선망(Spoke)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원양과 근해 항로 사이에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대형 선박 중심의 운송 경쟁에서 벗어나 자체 집화 능력과 환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HMM은 이달부터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컨테이너 서비스 ‘MA2(Mediterranean West Africa)’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 MA2 서비스 ‘허브앤스포크’ 전략 구체화

HMM 측은 “MA2 서비스는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구체화한 지선망으로 지중해 핵심 거점 항만인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을 중심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들을 연결한다”며 “성장 잠재력이 높음에도 그동안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기항하지 않던 아프리카 지역을 피더 운송망으로 연계함으로써 대 화주 서비스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기 선사 ONE와 공동 운항하는 이 서비스는 이달 둘째 주 알헤시라스에서 시작됐으며 28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된다. HMM은 원활한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피더선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전체 선복량을 줄이더라도 소형 피더선을 많이 확보함으로써 2030년까지 전체 운항 컨테이너선을 166척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가 허브앤스포크 전략과 연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형 컨테이너선은 현재로써도 공급 과잉 상태이며 2027~2028년 초까지 시장에 풀리는 신조선까지 감안하면 HMM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정기 선사도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대형 컨선 공급 과잉 심화 따른 전략 선회

따라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겼던 지선망 구축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필수인 피더 운송 서비스 강화를 위해 피더 컨테이너선을 많이 발주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HMM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HMM

실제 HMM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에 28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고 올해 초에는 1900TEU급 피더선 2척을 시장에서 확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1만3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과 함께 1800·2700TEU급 12척을 동시에 발주하는 등 6개월 사이에 24척의 피더선을 확보했다.

HMM은 선박 확보에 그치지 않고 해외 항만의 컨테이너터미널과 물류 인프라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해외 터미널과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선박 운항과 터미널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허브항·피더운송망·터미널 네트워크화...경쟁력 좌우

허브앤스포크 운항은 직기항을 최소화하고 환적을 활용하는 운영 방식이다. HMM을 비롯한 일부 글로벌 선사들의 이 같은 운항 전략은 허브항과 터미널 확보 여부가 선사의 운항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면서 최근 강화되는 추세다.

해운업계에서는 향후 선사의 경쟁력이 선복량보다 해외 터미널 등 물류 네트워크 운영 능력에서 좌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선을 많이 보유한 선사가 반드시 경쟁 우위를 갖는 시대는 지났다"며 "허브항과 피더망, 터미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역량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HMM은 세계에서 8번째로 선복량 100만TEU를 돌파하며 ‘밀리언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선복량 기준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 “선사 터미널 운영, 화주 협상력 강화·수익성 향상"

프랑스의 해운·조선산업 분석 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1위 정기 선사인 스위스 MSC의 올해 5월 말 기준 컨테이너 선복량은 731만9500TEU 규모로 시장점유율 21.6%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HMM의 선복량은 95척·102만9773TEU, 점유율 3.1%로 세계 8위에 머물러 있다. 7위인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선복량 198만9787TEU와 비교해도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 해운업에서 선복량 증대는 운임 경쟁력과 화주 협상력과 직결된다”며 “HMM이 1위인 MSC와 견줘 600만TEU 넘게 선복량 차이가 나는 것은 (HMM이) 1만TEU급 이상 대형 선박을 아무리 많이 발주해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격차”라고 말했다.

이어 “HMM이 허브앤스포크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잠재 시장에 기항하는 신규 항로를 개설하거나 해당 항로에 적합한 피더선을 확보하는 것은 대형선 확보를 통한 선복량 증대가 현실성이 결여된 만큼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경쟁력 확보를 꾀하는 일종의 차선책”이라고 덧붙였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은 “선사가 해외 거점 터미널에 투자해 운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소속 선박이 해당 터미널에 바로 입항해 컨테이너 화물 하역작업 시간이 단축, 대 화주 협상력이 강화된다”며 “뿐만 아니라 선사가 터미널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선사가 직접 운영할 필요가 없을 때에 다른 선사나 물류기업에 임대도 가능해 이로 인한 임대료 수입이 발생, (터미널 운영권 보유) 자체로 선사의 수익성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브앤스포크 전략과 피더 운송망 강화 역시 HMM의 체급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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