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운영에 써야 할 '운전자금'을 빼돌려 서울 용산의 단독주택을 사들이고, 200억 원대 부동산을 싹쓸이하며 거래 대금을 숨긴 법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지 인근에서 벌어진 불법 투기 행위들이다.
국토교통부는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신규 주택 공급지로 지정된 서울 및 경기 지역 일대의 부동산 이상 거래를 기획 조사한 결과, 총 346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노원구와 용산구 등 7개 동, 경기 과천시와 성남시 수정구 등 4개 동에서 이뤄진 거래 중 법인·외지인 매수, 단기간 반복 매매 등 투기 우려가 높은 1,072건을 대상으로 정밀하게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적발된 346건에서 파생된 위법 의심 행위는 총 457건(중복 포함)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가격 및 계약일 거짓 신고 등(249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등 편법 증여 의심(178건), 대출 자금 용도 외 유용(16건), 공인중개사법 위반(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적발된 주요 사례를 보면 제도의 허점을 노린 다양한 '꼼수'가 동원됐다.
서울 용산구의 27억 원짜리 단독주택을 매수한 한 법인은 대표이사로부터 8억 원을 단기 차입해 잔금을 치른 뒤, 기업의 임금이나 원재료 매입 등 경상 활동에만 쓸 수 있는 '운전자금' 명목으로 8억 원을 대출받아 빚을 상환했다. 국토부는 이를 명백한 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통보해 대출금을 회수토록 할 방침이다.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는 비용인 '명도비'를 매수자가 대신 내주고도 이를 거래 가격에서 고의로 누락해 세금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토지 4건을 115억 원에 사들인 한 법인은 임차인 8명에 대한 명도비 4억 원을 지급하고도 신고 가격에서 이를 제외해 '거짓 신고' 혐의로 국세청의 탈세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외에도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단독주택과 토지 19건(약 222억 원)을 다수의 매도인과 직거래로 사들이면서 대금 자료 제출을 전면 거부하고 계약일을 허위로 기재한 주식회사 역시 국세청과 지자체 통보 대상이 됐다.
국토부는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들을 관할 지자체와 국세청, 금융위, 경찰청 등에 통보해 탈세 추징과 대출 회수, 과태료 부과 등의 엄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규제지역인 서울·경기 12곳을 비롯해 최근 신규 지정된 경기 구리, 용인 기흥, 화성 동탄 등 풍선 효과 우려 지역의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호남 반도체 첨단 국가산단 예정지(364.19㎢)와 경남, 대구·경북, 충청권 등 반도체 성장 거점 일대에 대해서도 투기 자본 유입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신윤근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기획조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위법 의심 거래가 확인될 경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