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BTS'가 2027년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멤버 7명이 29일(현지시간)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동일한 내용의 성명을 동시에 게시하면서 전해졌다.
멤버들은 "저희는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BTS는 컴백 앨범 '아리랑'이 올해 최고 판매량을 올린 음반 중 하나가 되면서 '올해의 앨범'을 비롯한 그래미 주요 부문의 후보로 거론돼왔다.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인 '스윔(Swim)' 역시 미국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로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구성돼 있어 지난달 신설된 '최우수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래미 규정에 따르면, 해당 부문 후보곡은 가사에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앨범 '아리랑' 수록곡 가사의 80% 이상이 영어로 구성됐다.
'최우수 아시아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에 대한 K팝 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많은 팬들은 그래미가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조명하기는커녕 고정된 범주에 가두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RM, 지민, 뷔, 슈가, 정국, 진, 제이홉 등 BTS 멤버들은 이번 성명서에서 지역과 언어를 모두 언급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멤버들은 "늘 함께해 주는 '아미'(팬클럽)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한편 그래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BBC 뉴스는 해당 기관 측에 의견을 요청한 상태다.
2013년에 결성된 BTS는 팝 음악계에서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월드 투어는 흥행 면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Eras)' 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BTS는 지난 2021년 100% 영어 가사로 구성된 첫 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K팝 그룹 최초로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멤버 7명 전원은 2019년부터 '레코딩 아카데미'의 투표권을 가진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BTS는 이후 여러 차례 그래미 무대에 올랐으며,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와 '최우수 뮤직비디오' 부문 등 총 4차례 더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수상이 불발됐다.
한편 이번 발표로 BTS는 위켄드, 모건 월렌, 프랭크 오션, 윌 스미스 등 다양한 이유로 시상식을 보이콧한 아티스트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2020년, 드레이크는 그래미가 흑인 예술가들, 특히 랩 음악을 상습적으로 외면해왔다며 새로운 시상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년 영향력 있는 음악과 이 시상식 사이의 괴리에 놀라는 일이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한때 최고의 영예로 여겨졌던 그래미가 현재 및 앞으로 등장할 아티스트들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미 측은 지난 몇 년간 커지는 K팝의 인기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고심해 왔다.
2025년에는 '엔하이프'의 정원, '세븐틴'의 우지와 버논, '르세라핌'의 허윤진, '캣츠아이'의 멤버 6명 등 한국의 유명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에게 투표권 을 지닌 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올해는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들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면서 다시 한번 확대했다.
가장 최근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블랙핑크'의 로제가 주요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대히트곡 'APT'로 시상식의 오프닝 무대를 꾸몄다. 아울러 '영화 '케이팝 데몬 펀터스'의 수록곡 '골든(Golden)'도 '후보에 올랐다.
골든은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하며, 그래미상을 수상한 최초의 K팝 곡이 됐다.
하지만 이 곡 역시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구성돼 있어, 신설된 '아시아 팝' 부문에서는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안타깝네요'
BBC 라디오 1의 '뉴스비트'는 BTS 멤버들의 그래미 불참 소식에 대해 아쉬워하는 일부 팬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컴백 투어에 참석했던 애시어 데이비스(27)는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BTS가 그래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는 BTS가 신설된 '아시아 팝' 부문에서는 후보 자격을 갖추지 못하겠지만, 해당 부문 자체가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서양 아티스트들이 계속 정상에 머물 수 있도록 별도의 부문으로 분리해 놓은 조치"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열성 팬인 로린 아덴(22)은 BTS의 그래미 출품 거부 소식에 "기뻤다"고 했다.
"그들은 증명할 게 없습니다."
추가 보도: 조지아-레비 콜린스(BBC 뉴스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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