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스테이지] 몸은 기술 시대를 어떻게 견딜까… ‘Re;Manity’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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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스테이지] 몸은 기술 시대를 어떻게 견딜까… ‘Re;Manity’의 실험

뉴스컬처 2026-07-30 11:20: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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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공연예술축제 '숨' 공연 모습. 사진=공연기획 MCT
평창공연예술축제 '숨' 공연 모습. 사진=공연기획 MCT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강원 평창군이 무용 중심의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도약한다. 아트플랫폼 ‘리모션(Re;Motion)’은 오는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강원 평창군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콘서트홀과 컨벤션홀 오디토리움에서 ‘제1회 평창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한다. 평창공연예술축제는 무용을 중심으로 퍼포먼스, 댄스필름, 아트 앤 테크를 아우르며 공연예술을 통해 사람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연례 축제다. 올해 처음 막을 올리는 평창공연예술축제의 공식 슬로건은 '예술, 인간성을 다시 깨우다'이다. 첫 번째 테마인 ‘Re;Manity(리매니티)’는 ‘다시(Re-)’와 ‘인간성(Humanity)’을 결합한 조어로, 축제의 핵심 철학을 관통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고 예술의 영역까지 파고드는 시대에, 축제는 역설적으로 ‘예술의 본질’로 시선을 돌린다. 화려한 기술에 압도되기보다 몸의 감각과 움직임이라는 인간 고유의 매개를 통해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무용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예술을 통해 메마른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람과 사회를 다시 연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 실용무용 등 다채로운 장르가 무대에 오른다. 이스라엘 키부츠무용단 리허설 디렉터 김수정의 ‘Simcha’, 이정연의 ‘숨; Exhilaration’, 김준혁의 ‘비가 우산을 밟는 소리 Vol.2’를 비롯해 와이즈 발레단의 ‘해적 그랑 파 드 트루아’, 성윤선의 한국무용 ‘교방굿거리춤’과 ‘노랫가락 장고춤’, 재즈댄스팀 몽식맥의 ‘잊게하네’와 힙합팀 맥스컷의 ‘unleash’, 유가원의 ‘Piece of Wrong’ 등 국내 정상급 안무가들이 몸의 언어로 인간성을 그려낸다.

평창공연예술축제 'Smile Mask Syndrome' 공연 모습. 사진=공연기획 MCT
평창공연예술축제 'Smile Mask Syndrome' 공연 모습. 사진=공연기획 MCT

 

김수정 안무 'Simcha'는 히브리어로 기쁨을 지칭하는 단어처럼 내면 생명 에너지, 감정 폭발을 모던 댄스 문법으로 직역한다. 김수정을 포함한 12인조 군무가 오프닝을 책임지며 극장 온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집단 에너지가 개별 감정으로 파편화되는 찰나, 속도와 정지가 교대하는 기법이 핵심이다. 성윤선 '교방굿거리춤'은 진주권번 춤 계보를 소환한다. 소고 든 손 각도, 발뒤꿈치 바닥 압착 시간, 장단 여백을 타는 여유가 풍류의 맛을 결정짓는다. 과장된 동세를 버리고 신체 내부 흥을 은근하게 뿜어내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유가원 'Piece of Wrong'은 획일화 압박을 3인 앙상블로 묘사한다. 결함을 불량으로 취급하지 않고 규범, 육체 사이 오차를 율동 재료로 승화시켰다. 세 사람이 상대 체중을 받아내거나 밀쳐내는 방식은 정상성 기준을 뒤흔든다. 와이즈발레단 '해적 그랑 파 드 트루아'는 고전 기교, 극적 서사를 압축했다. 남성 체공, 착지 안정성, 여성 발끝 테크닉, 품격이 짧은 시간 맹렬하게 충돌한다. 장르별 상이한 근육 훈련법을 직관적으로 비교할 기회다. 마지막 순서 이정연 '숨; Exhilaration'은 들숨, 날숨을 운동 파동으로 전이시킨다. 댄서들 거친 흉부 팽창이 음악을 뚫고 객석 고막을 타격한다.

15일은 성윤선 '노랫가락 장고춤'으로 바통을 넘긴다. 경기민요 가락에 전통 호흡을 덧입힌 2인무다. 장고채 허공 궤적, 허리춤 악기 하중이 복합 리듬을 잉태한다. 김준혁 '비가 우산을 밟는 소리 Vol.2'는 아프리카 스텝, 현대무용 동선을 혼합했다. 발바닥 마찰 충격, 골반이 박자를 흡수하는 기법이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몽식맥 '잊게하네'는 재즈댄스 고유 즉각적 리듬 반응을 무기 삼아 일상 피로를 타파한다. 맥스컷 'unleash'는 힙합 특유 강한 타격감, 집단 폭주로 축제를 마무리한다. 억제된 충동을 해방하는 과정 그 자체가 극적 서사로 작동한다.

스크린 부문 3편은 극장 바깥으로 세계관을 뻗어나간다. 킴미디어무브 '공간'은 소멸 위기 지역 건축물을 피지컬, 카메라 워킹으로 낱낱이 기록했다. 인체가 장소 크기, 표면 질감, 세월의 더께를 측량하는 척도로 쓰인다. Ground Zero Project 'St. ranger'는 기괴하고 반항적 신체를 앞세워 미의 획일적 기준을 교란한다. 렌즈는 불편한 형상을 집요하게 확대하는 묵묵한 관찰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정연댄스프로젝트 합작 'Lucid Dream in Metaverse'는 실재, 메타버스를 실시간 연동한다. 퍼포머 움직임은 디지털 그래픽으로 겹쳐지고, 관람객 선택이 서사 전개에 직접 개입하며 기존 극장 문법을 파괴한다.

이정연 예술감독. 사진=공연기획 MCT
이정연 예술감독. 사진=공연기획 MCT

 

기획 총괄 이정연 예술감독은 용인대 무용과 교수이자 'Art Platform Re;Motion' 수장이다. 2016년 이후 가상공간, 융복합 장비, 인공지능 시대 신체성을 끈질기게 탐구했다. 개인 창작 과정에서 축적한 화두를 강원도 평창이라는 넓은 영토로 이식한 결과물이다. 이정연 평창공연예술축제 예술감독은 “예술이 지역과 사람, 시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올해 첫 테마인 ‘Re;Manity’를 시작으로 매년 동시대의 화두를 담아내며 평창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공연예술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Art Platform Re;Motion'은 몸의 움직임을 깨우고 감정과 인간다움을 회복하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무용을 극장 안에 한정하지 않고 공연, 댄스필름, 기술 협업, 지역 교류로 넓히며 관객이 몸으로 감각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경험을 목표로 삼는다..

평창은 자연의 고요와 올림픽 유산, 숙박·관광 기반이 공존하는 거점으로 선택됐다. 자연환경과 리조트 시설을 활용해 창작자와 관객이 일정 기간 체류하며 예술을 경험하는 구조를 구상한 셈이다. 주최 측은 당해 행사를 필두로 2027년 'Re;Nature', 2028년 'Re;Connect' 비전을 수립했다. 올림픽 기반 시설을 활용해 창작자, 수용자가 장기 체류하며 문화적 토양을 배양하는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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