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대한제국실 새 단장…보물 7점 포함 65점 소개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 철거 때 발견된 상량문·은판 첫 공개
'民의 성장과 시대 전환' 조선실 일부 개편…"근대 출발, 제대로 살펴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정하고 이해를 광무(光武) 원년으로 삼으며, 종묘와 사직의 신위판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고쳐 썼다."('고종실록' 중에서)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은 1897년 10월 자주독립 국가임을 선포했다.
그는 황제의 나라에 걸맞은 새로운 국새(國璽·나라를 대표하는 도장)를 만들었고 황제 즉위식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 의궤로 남겼다.
고종실록에 따르면 당시 백성에 내린 글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도모하며 교화를 시행해 풍속을 아름답게 하려고" 한다고 새로운 변화를 설명한다.
이후 1910년까지 대한제국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의 구성과 전시 유물을 개편해 30일 낮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약 9개월 만에 새로 선보이는 전시다.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와 '데니 태극기', '안중근 의사 유묵 - 용공난용연포기재' 등 보물 7점을 포함해 총 65점의 자료로 대한제국의 면면을 비춘다.
박물관은 "황제 즉위와 근대화 추진이 제국주의가 팽배하는 근대 전환기에 자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에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황제국을 선포하는 의미를 짚으며 시작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종은 경운궁으로 이어하고 곧바로 환구단을 건립함으로써 당당하게 대한제국을 출발시켰다"고 평가했다.
황색 곤룡포를 착용하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고종을 표현한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은 약 7년 만에 전시장에 나와 관람객과 만난다.
초상화가로 이름 높았던 채용신(1850∼1941)이 그렸다고 전하는 그림이다. 황제 즉위식 과정을 담은 '대례의궤'(大禮儀軌) 등도 함께 소개한다.
전시는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제국의 노력도 들여다본다.
서양식 예복에 착용한 예검(禮劍·예식이나 의식을 치를 때 차는 칼), 외교 활동을 위해 각국이 설치한 공사관이 표시된 1902년 한성 지도 등이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 시기 국내외에서 이뤄진 외교 활동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국권 침탈 이후 저항한 '대한인'(大韓人)에 주목한 부분은 특히 시선을 끈다.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환(1861∼1905) 관련 유물, 안중근(1879∼1910) 의사의 글씨가 전시된다.
'용공난용연포기재'(庸工難用連抱奇材)라고 적힌 유묵은 안 의사가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쓴 것으로, '서투른 목수는 아름드리 좋은 목재를 다룰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언 니커슨 데니(1838∼1900)가 소장했던 '데니 태극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을 철거할 때 발견된 상량문(上梁文·공사 내력 등을 정리한 기록)과 초석(머릿돌)을 세우며 제작한 은판은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에서는 근대 문물인 전등과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을 담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등 최신 기술을 더한 점이 돋보인다.
박물관은 대한제국실과 이어진 조선실의 전시 일부도 개편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민(民)의 성장과 시대의 전환'이란 흐름 속에 넓어진 세계 인식, 새로운 지식과의 만남과 충돌 등 변화하는 시대상을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 관측기인 혼천의(渾天儀), 1859년 발간된 과학서 '의기집설'(儀器輯說) 등 서양의 과학을 받아들인 사례를 볼 수 있다.
1871년 조선군이 강화도에 침입한 미국 함대와 일전을 벌인 '신미양요' 당시 화보를 수록한 미국의 주간지, 조선 최초의 근대 신문 '한성순보'(漢城旬報) 등도 공개된다.
유 관장은 "결과적으로는 국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동안 대한제국을 평가하는 데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한제국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시대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건 우리 역사에서 근대의 출발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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