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수익성 악화와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현대제철이 사업장 곳곳에 잠들어 있던 유휴자산과 생산 부산물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자원순환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사용하지 않는 설비를 처분하는 차원을 넘어 자산의 숨겨진 가치를 재평가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까지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면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ESG 경영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대규모 설비와 자재가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사용이 끝난 설비와 공정 부산물의 관리 수준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친환경 경영 요구가 확대되면서 '버리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영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휴자산 재평가…고철이 아닌 '숨은 자산' 찾기
현대제철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구매본부를 중심으로 전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유휴·불용자산을 전면 조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그동안 개별 사업장 단위로 관리되던 자산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매각 절차를 표준화해 자산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조사 결과 발굴된 매각 대상은 모두 804건에 달했다. 회사는 매각과 내부 재활용 등을 병행하면서 약 157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단순 처분이 아니라 '가치 재평가'였다.
과거에는 일반 철스크랩으로 분류돼 판매되던 설비 가운데 구리와 니켈, 텅스텐 등 고부가 금속이 포함된 품목을 별도로 분석해 새로운 가격을 산정했다. 외형만 보고 고철 가격을 적용하는 대신 내부 성분과 희소금속 함유량까지 고려하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매각 방식도 달라졌다.
품목별 도면과 성분, 중량, 보관 상태 등을 세밀하게 정리해 입찰 정보를 공개하고 기존 3~4개 수준이던 참여 업체를 일부 품목에서는 최대 20개 안팎까지 확대했다. 경쟁입찰 구조를 강화하면서 매각 가격을 높이는 효과도 얻었다.
대표 사례로는 구리가 포함된 동스테이브와 몰드 704톤을 매각해 약 117억원의 수익을 올린 사례가 꼽힌다. 폐전선 역시 종류별 분리 작업을 거쳐 구리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하면서 기존 혼합 매각 방식보다 평균 매각 단가를 20% 이상 끌어올렸다.
또 전극암과 마그네트 등 일반 철스크랩으로 처리되던 설비에서도 구리 성분을 별도로 평가했고, 초경합금과 TC링 등 희소금속 자산까지 신규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며 회수 가능한 자원의 범위를 넓혔다.
철강 부산물도 다시 공정으로…순환경제 체계 구축
현대제철의 자원순환 전략은 유휴자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함철 부산물 역시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는 철 성분이 포함된 슬러지 등 다양한 부산물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상당 부분이 폐기물 처리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철 성분을 다시 회수해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원화 전문 협력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함철 부산물을 외부 자원화 공정을 거쳐 다시 철강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체계가 정착되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철강 원료 확보 안정성과 부산물 활용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탄소배출 감축과 자원 효율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글로벌 철강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이 같은 순환형 생산 모델이 향후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폐기물 처리에서 사업화까지…ESG 넘어 미래 성장 전략
현대제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산물과 폐기물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철소 부산물인 분코크스다.
기존에는 내부 공정 활용이나 단순 처리에 머물렀던 분코크스를 입도별로 선별하고 해외 수요처를 발굴해 외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제품으로 사업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는 자원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사용이 종료된 설비와 자재에 대해서도 성분과 보관 상태, 과거 거래 가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시장 가격 변화에 맞춰 최적의 시점에 매각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함철 부산물 역시 품질 검증과 시험 적용을 거쳐 철강 원료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원가 절감 넘어 지속가능 경쟁력으로
철강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 둔화, 원재료 가격 변동, 탄소중립 대응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생산량 확대보다 기존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이번 자원순환 전략 역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일회성 자산 매각에 그치기보다 자원의 생애주기를 최대한 연장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사용을 마친 설비를 다시 자산으로 만들고, 생산 부산물을 원료로 되돌리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원가 경쟁력과 환경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새로운 제조업 혁신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용이 끝난 설비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도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유휴자산의 가치 회수와 부산물 자원화를 통해 자원순환 기반의 미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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