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장애인 치과 진료 환경 개선 향한 따뜻한 동행
누구에게나 치과는 특유의 기계 소음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공간이다. 하물며 신체적,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치과 진료란 단순한 두려움을 넘어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의 뼈아픈 현실이다. 일반 치과 의원에서는 숙련된 인력과 전문 장비의 부재로 이들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젊은 의사가 있다. 치과 진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굳은 신념 하나로, 전신마취 수술실과 입원실까지 체계적으로 갖춘 대형 장애인 특화 치과를 개원한 ‘서울코리아치과’의 안태훈 대표원장이다. 험난하고 고된 길을 선택한 그의 행보 기저에는 환자를 향한 깊은 ‘진심’과 묵묵히 땀 흘리는 ‘성실함’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즉각적인 보람을 찾아 치과의사가 되다
안태훈 원장의 첫 시작은 의학이 아닌 ‘생물학’이었다. 어릴 적부터 생물 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기초 과학을 사랑했던 그는, 유전자 재조합 작물 개발 등을 통해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거창하고도 따뜻한 꿈을 안고 대학에서 생명과학(식물학)을 전공했다. 연구실에서 밤낮없이 실험에 매진하던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대학교 4학년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이었다.
“당장의 연구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막막한 연구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생물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했죠. 그 해답이 바로 치의학이었습니다.”
타고난 손재주와 생물학적 암기력이 빛을 발하며 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가장 성적이 우수한 이들이 선택한다는 치과교정학 전공의 길을 걸었다. 2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환자의 치열을 교정하고 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교정 진료는 그의 적성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일반 진료를 보지 않고 교정에만 매진해도 앞으로의 탄탄대로가 보장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타인을 향한 봉사와 헌신’의 DNA는 그를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수련을 마친 안 원장은 공중보건의 1년 차 시절, 서울에서 차로 5시간이나 걸리는 전남 장흥군의 외진 보건지소로 발령을 받았다. 치과가 없어 전적으로 보건소에 의존하는 마을 어르신들을 마주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교정 전문의로서 일반 진료 경험이 부족해 환자를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성실함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치과 진료에서 소외된 분들을 성심성의껏 봐 드리고 싶은 욕심이 났습니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서울로 올라가 동기가 운영하는 치과에서 악착같이 일반 진료를 배웠습니다. 주말에 배운 술기를 주중에 환자분들께 적용하며 치료해 드릴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환자를 향한 그의 진심은 2년 차에 청주 한국병원 충북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향하며 더욱 크게 만개했다. 종합병원급 시설에서 광범위한 치료를 수행하며 수많은 장애인 환자를 만났다. 치료 후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돌아오는 감사의 인사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고, 개원을 결심하게 된 것도 당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 환자와 보호자들은 새로운 의사에게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센터 특성상 의사들이 자주 바뀔 수밖에 없죠. 그때 결심했습니다. 한 자리에서 꾸준히, 아주 오랫동안 진료를 보며 환자분들이 언제든 믿고 찾아올 수 있는 나만의 병원을 만들어야겠다고요.”
장애인과 치과 공포증 환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
이러한 굳은 결심을 바탕으로 서울시 구로동에 문을 연 ‘서울코리아치과’는 안 원장의 치열한 고민과 철학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병원 이름에는 서울대학교의 ‘서울’과 청주한국병원의 ‘코리아’를 합쳐,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의료 취약 계층에게 의술을 펼치겠다는 웅대한 비전을 담았다.
서울코리아치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안태훈 원장 그 자체다. 교정과 전문의이자 통합치의학 전문의인 ‘더블보드’ 자격을 갖춘 그는 일반 진료 전반은 물론, 장애인 교정 진료라는 영역을 개척할 방침이다. “장애인 환자분들도 교정적으로 조금만 치료를 해드리면 훨씬 건강한 치열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정과 전문의가 장애인 진료를 하는 경우는 드물죠. 장애인 교정 치료와 일반 치과 진료를 병행하는 진료 모델을 통해 장애인 환자분들의 구강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0평의 넓은 공간에 휠체어 이동에 제약이 없도록 턱을 없앴고, 복도와 체어 간격을 일반 치과의 2배 이상으로 넓혔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입원용 침대나 휠체어에 탑승한 채 진료가 가능하다. 보건소의 정식 허가를 받은 수술실과 2인 1실의 입원실도 갖췄다.
환자의 통증과 공포를 덜어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바늘이 없는 무침 마취기, 통증 경감에 도움을 주는 골수강내 마취기 등의 설비를 구축했고, 여기에 환자의 협조도와 공포 수준에 맞춘 단계별 진정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치과 공포증이 심한 일반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의료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고충이었던 ‘시간의 제약’을 없앴다. 평일 야간 진료 2회, 토요일 오후 진료, 나아가 일요일과 공휴일 진료까지 365일 문을 열어 편안한 시간에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친절과 성실함을 무기로 전국구 네트워크를 꿈꾸다
“제가 생각하는 치과의사의 가장 큰 덕목은 ‘친절’과 ‘성실’입니다. 방포로 눈을 가린 채 소음과 통증에 노출되는 환자들은 극도의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에 최대한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진료의 모든 단계를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며 안심시켜 드리고자 노력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직원 채용과 병원 운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장애인 진료는 체력적, 감정적 소모가 극심한 고된 업무다. 안태훈 원장은 편견 없이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며, 직원들이 고생하는 만큼 수준 높은 대우와 복지로 보답하겠다는 가치관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환자에게도 온전한 친절과 배려가 전달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애인 특화 진료를 개인병원 모델로 안착시키는 건 과감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원장의 표정에는 한 치의 두려움도 없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고, 끊임없이 헌신하는 그의 ‘성실함’이 결국 환자들의 굳건한 신뢰로 이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서울코리아치과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개인병원으로도 장애인 특화 진료가 충분히 가능함이 증명된다면, 이후에는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설립해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장애인 구강 진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제가 가진 포부입니다.”
안태훈 원장의 발걸음은 단순한 치과 개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과정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험난한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안에서 누구보다 큰 보람과 행복을 찾는 그의 진심. 서울코리아치과가 장애인 치과 진료의 새로운 롤모델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여 대한민국 의료계에 따뜻한 반향을 일으킬 그 날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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