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정부 배출한 6공 헌법, 부작용에도 개정 난망…연임 논란에 더 꼬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1987년 제9차 개헌으로 도입된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는 많은 한계를 노정했음에도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39년째 '1987 체제'가 이어지면서 무려 9개 정부가 제6공화국 간판 아래 들어섰다. 노태우 정부를 시작으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쳐 현재 이재명 정부에 이른다. 제6공화국은 군정기를 빼면 제1공화국부터 제5공화국 시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긴 시간을 존속 중이다.
그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사회 구조와 경제 규모, 국민 의식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고 발전했다. 하지만 나라 운영의 근간인 헌법만 낡은 그대로 있다 보니 부작용이 갈수록 커져 왔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개헌 요구가 분출했으나, 제대로 논의가 진전된 적은 없다. 여야 간, 좌우 진영 간, 계층 간 견해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구조만이라도 바꾸자는 '원 포인트 개헌론'이 잊을 만하면 등장했으나 그 역시 제대로 힘을 받진 못했다.
5년 단임제의 한계는 정치권과 학계에서 오래 지적돼온 문제다. 무엇보다 구조적 약점이 크다. 임기가 단 한 번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일찍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환점만 넘어도 레임덕(권력 누수)이 조기화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러니 긴 호흡이 필요한 정책이나 백년대계 사업은 일관성을 갖기 어려웠고, 정권이 바뀌면 백지화되는 사례도 많았다. 승자독식 구조 탓에 여야가 서로를 타도할 적으로 규정하고 극단 대립으로 치닫는 것도 고질병이다. 이는 협치를 저해하고 진영 대결과 팬덤 정치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5년 단임제 체제에선 대통령 잔혹사도 반복됐다. 4명의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 갔고 스스로 생을 마친 비극도 있었다. 무려 세 차례나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 가운데 실제 탄핵으로 이어진 두 명의 대통령이 파면됐다. 5년 임기 대통령을 한 번 하면 불행한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확률상 크게 나타났다. 당사자들은 물론 우리 헌정사에도 매우 불행하고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런 권력 구조상 취약점으로 인해 가장 크게 손해보는 건 국민이다. 어떤 정파든 정권을 잡아봐야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남짓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국민 입장에서도 삶을 계획할 때 장기적인 예측을 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5년 단임제는 국가 역량을 낭비할 뿐 아니라 모든 주체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권력 구조임이 확인됐는데도, 마지못해 유지되는 제도적 관성 취급을 받고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권력 구조가 탄생한 건 개헌 당시 시대 상황에 기인한다. 군부 장기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던 개헌 세력은 직선제 쟁취를 넘어 연임을 절대 금지하고 재임 기간도 최소화하는 데 집착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임 제한 횟수를 늘려 재출마하거나 유신 개헌으로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며 종신 재임을 시도했던 옛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심지어 개정 헌법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제128조 2항은)는 조문까지 추가될 정도였다. '제2의 박정희'를 막겠다는 이중 잠금장치였다.
그런데 당시 민주화 개헌 세력의 적통을 자임하는 정당 출신 국회의장이 개헌과 관련한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해 논란에 휘말렸다. 개헌 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 여부가 여론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어서다. 이는 앞서 든 헌법 128조 2항 규정에 배치되므로 헌정 수호자로서 국회의장 책무를 저버린 발언이란 비판을 불렀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뒤늦게 "현직 대통령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권은 "본심을 드러낸 간 보기"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난항을 거듭해온 개헌 논의가 이번 논란으로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연임 개헌 불가' 메시지를 분명히 한 건 잘한 일이지만, 야당은 의심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권에선 주요 선거가 없는 내년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완성해 22대 국회가 끝나는 내후년 상반기 안에 의결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에서 권력 구조 하나만 바꾸는 부분 개헌조차 제대로 추진 못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제7공화국을 여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해 보인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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