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며 다섯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중동 분쟁 재격화로 국제유가와 물가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서도, 연준은 “오직 단 하나의 목표는 2% 인플레이션”이라며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3월, 4월, 6월에 이어 다섯 번째 동결이다.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로는 두 번째 동결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FOMC 위원 12명 중 9명이 동결에, 3명이 인상에 표를 던진 결과다. 지난 6월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동결을 택했던 것과 달리, 물가를 우려한 매파적 소수 의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베스 해맥, 닐 카슈카리, 로리 로건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인상 요구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격화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그에 따른 물가 재상승 우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리 결정 직전 선물시장에서는 ‘깜짝 인상’ 가능성을 3분의 1 수준까지 반영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연준은 성명에서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됐음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는 강력하며, 일자리 증가는 노동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고 실업률도 거의 변함이 없다”고 진단했다. 고용과 성장 측면에서는 긴축을 완화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다만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한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하며 그것은 (물가상승률) 2%”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난 5년간의 고물가로 일부 가계, 기업,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연준의 암묵적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보다 높다는 잘못된 인상이 남았다”며 “완화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2% 목표 상향’ 가능성을 차단한 발언이다.
연준은 지난달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시장은 이번에 동결이 유지된 만큼, 다음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카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인상 소수 의견이 등장한 만큼, 향후 물가 지표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연내 마지막 한 번의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 동결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케빈은 환상적이다.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며 워시 의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곧바로 “그에게는 이사회가 있다. 그가 금리 인하를 원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는 정치적 이사회가 있고, 그들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고 말하며 인하에 반대한 이사들을 공개 비판했다. 연준의 독립성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동결을 이어간 가운데 한은이 한 발 앞서 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연준이 고수하는 2% 물가 목표와 중동발 공급 충격, 탄탄한 성장과 고용, 그리고 백악관의 정치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더욱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게 됐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9월 회의에서 연준이 ‘마지막 인상’을 단행할지, 혹은 고금리 장기 동결로 버틸지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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