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좋은 번역, 나쁜 번역, 못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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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좋은 번역, 나쁜 번역, 못된 번역

연합뉴스 2026-07-30 05:55:00 신고

직역이 옳은가 의역이 옳은가. 바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번역의 번뇌다. 맥락을 살려서 원어를 알기 쉽게 우리말로 옮기려는 마음이야 누구나 한 가지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직역이냐 의역이냐 그 이분법을 우회하여 모범답안을 찾는다. 그렇다. 좋은 번역이 답이다. 어이없고 허무한가? 꼭 그렇진 않다. 생각해 보라. 전철로든 버스로든 '그곳'으로 정확하고 안전하게 가는 것이 열쇠다. 택시를 타고서도 '저곳'으로 가게 되는 나쁜 번역을 경계할 뿐이다.

'번역은 반역이다(Traduttore traditore).' 이탈리아어로 된 이 말은 운을 살렸다. 소리를 옮기면 '뜨라두또레 뜨라디또레'다. 우리말로도 '번역' '반역'으로 한 이유다. 저자 조영학(『여백을 번역하라』)은 이 말이 번역가의 자율성, 즉 의역 가능성을 옹호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오역이라고 말한다. 원래 어느 이탈리아인이 밀턴의 『실낙원』 프랑스어 번역서를 읽은 뒤 역자를 비난하며 했던 말이라는 게 근거다. 번역이 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모두 훼손했다고 보고 '역자는 다 도둑놈'이라는 뜻에 가깝게 했던 말이라는 것이다.

'출발어' 정의 '출발어' 정의

오픈사전 우리말샘 캡처

과연 그런가? 사전을 보면 앞말은 번역자, 뒷말은 반역자로 정의되어 있다. 행위가 아니라 행위자인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번역은 반역이라는 두 음절어로 운을 맞춘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문장이 그렇게 어긋났을까? 그 어떤 능숙한 번역자의 손을 거치더라도 출발어(원어)와 도착어(번역어)가 완벽하게 일치하긴 어렵다. 그 핵심을 이 문장은 놓치지 않았다. 번역은 어느 정도 반역일 수밖에 없는 숙명 말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나쁜 번역보다 더 나쁜 번역이 '놔둔' 번역 아닐까 하는 점이다. 번역하지 않고, 출발어를 그대로 '놓아두었다'는 의미다. 놔둔 번역은 못된 번역이나 다름없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번역이라는 점에서다.

'반역'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보기는 많다. 드라마틱한 스토리(→ 극적인 이야기) 랭킹 리스트(→ 순위 목록) 아이러니한 운명(→ 얄궂은 운명) 앵커의 클로징멘트(→ 진행자의 끝인사) 이벤트를 오픈하다(→ 행사를 열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이강룡)의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성심껏 한국어로 옮긴 번역자의 모자란 지식은 동료 번역자나 꼼꼼한 독자가 채워 주면 된다. 그렇지만 외국어를 그대로 두거나 엉뚱한 외국어로 바꿔치기하면 욕을 먹어도 싸다." 성심껏 반역을 시도하라. 번역은 성실한 반역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도착어' 정의 '도착어' 정의

우리말샘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강룡,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도서출판 유유, 2017, pp. 175-176. 외국어를 그대로 쓴 예와 비평 인용

2. 조영학, 『여백을 번역하라』, 메디치미디어, 2018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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