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바꾸는 미래 전력 시장…‘달리는 ESS’ 상용화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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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바꾸는 미래 전력 시장…‘달리는 ESS’ 상용화 첫발

투데이신문 2026-07-29 18:16: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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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V2G 실증 사업에 참여한 차량.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주도 V2G 실증 사업에 참여한 차량.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의 역할을 이동 수단에서 ‘바퀴 달린 발전소’로 확장한다.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하는 양방향 전력 전송(V2X, 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통해서다. 차량 제조사에서 ‘에너지 플랫폼’ 운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V2X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 세계 각국에서 운영하던 V2X 서비스를 통합해 ‘올데이 에너지’ 브랜드를 출범했다. 분산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V2X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차량을 충전하고 전력이 필요한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거나 남는 전력을 외부로 공급하는 식으로 추가 수익을 얻거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기차를 ‘바퀴 달린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세계 각국에서 V2X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운영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력을 저장하거나 공급하는 ‘V2G(Vehicle to Grid)’ 서비스를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전기차의 전력을 가정의 비상 전력으로 활용하는 ‘V2H(Vehicle to Home)’ 서비스를, 유럽에서는 V2G와 함께 전기요금 변화에 맞춰 충전 속도를 제어하는 ‘V1G(Smart Charging)’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는 통합 V2X 서비스를 영국을 시작으로 주요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영국을 첫 무대로 택한 건 시장·제도·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은 전력 시장 구조가 유연하고 민간 전력 거래가 활성화된 국가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발표한 ‘클린 플렉시빌리티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까지 V2G를 포함한 소비자 유연성 전력(Consumer-led Flexibility)을 최대 74.6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가 대규모 분산형 ESS 역할을 수행하면 고정형 발전 설비나 송전망 증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심야의 저렴한 전기를 낮 시간대에 판매하는 차액 거래 등을 통해 전기차의 총소유비용(TCO)을 낮출 수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유인 요소가 생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V2G는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도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V2X 서비스를 통해 완성차 제조사의 정체성을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V2X 통합 서비스 출범과 함께 은행과 제휴한 적금상품을 선보인 점에서 드러난다. 기술 확산에 그치지 않고 금융과 모빌리티, 전력을 결합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적금이라는 친숙한 금융상품과 우대 혜택이 V2X 서비스에도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며 “V2X 대중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V2X 상용화의 물꼬는 텄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우려다. 잦은 충·방전이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낮춰야 한다. 현대차는 제주 시범서비스를 통해 충전기 연결 빈도와 시간대별 이용 행태, 고객 보상 체계 등을 설계할 계획이다. 

인프라와 제도 정비도 과제다. 전기차에서 전기를 다시 보내기 위한 양방향 전용 충전기를 보급해야 하고, 개인이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전력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전기차의 전력 시장 참여 자격, 정산·보상 기준 등 법적 기반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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