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투톱' 중 한 축인 정점식 원내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원내에서 본격적인 대여 공세를 진두지휘할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서다. 더욱이 오는 9월부터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야당의 시간'이 시작된다. 장동혁 대표가 여전히 거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정 원내대표의 역할이 막중해졌다는 관측이다.
본격 원내 대여투쟁 시작되면 총지휘관 역할
22대 후반기 국회 개원 54일 만인 지난 23일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여야 간 원내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상임위 보이콧을 접은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투쟁에 돌입할 채비에 나섰다. 주요 공격 지점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비롯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및 외교안보 정책, 호남 반도체 등이다.
국민의힘의 대여 공세 선봉에는 정 원내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원 구성 마무리와 관련해 여당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민주당은 원내 제 2당이 맡아야하는 법사위원장직을 끝내 강탈하고 통상적으로 여당이 책임지고 맡았던 정보위·외통위를 야당에 떠넘겼다"고 질타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이 확보한) 7개 상임위도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위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견제, 산중위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졸속 추진 실상 파악, 외통위에서 악화일로 한미동맹 현주소 점검 및 북한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통일부 견제 등을 거론하며 각 상임위에서 수행할 '작전 지시'까지 내렸다.
그러면서 "위원장직을 놓친 11개 상임위에서도 의원들이 일당백 역량으로 치열하고 처절하게 견제하고 싸운다면 2년 뒤 총선 승리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처절하게 견제하고 싸우면서 국회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그날을 준비하자"고 독려했다.
오는 8월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9월이 되면 정기국회가 개원한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정부·여당을 향한 야당의 포문이 열리게 되는데, 정 원내대표의 전략과 의지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전망이다.
장동혁에 '브레이크' 걸며 당 중심잡기 주력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취임 이후부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행보로 당내 통합에 주력해오고 있다. 특히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이 갈수록 두드러지면서 정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그는 엇박자 지적을 의식하지 않고 사안마다 장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선거 소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장 대표는 전국 재선거가 목표임을 공식 선언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검증한다는 차원이지 전면 재선거를 위한 소청이 아니다"라고 빠르게 선을 그었다.
장 대표가 다시금 전국 16개 지역 전부에 선거 소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제한적 소청으로 맞섰고, 논의 끝에 거수 투표를 거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당 사무처가 장 대표의 역할을 부각시켜 내놓은 6·3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 보고서와 관련해 그는 "의원들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당 사무처 차원의 분석"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대표만을 위한 사당(私黨)이 아니다'라는 일갈에 정 원내대표의 핵심 의중이 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이 당을 움직이려 하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원들의 뜻도 매우 소중하지만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된다고 한다면 1년에 수백억 원을 받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다 거부해야 한다"며 "우리는 당원 중심의 정당이라기보다는 국민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7일 제헌절에는 원 구성 협상 결렬로 장 대표가 기념행사에 불참하자 정 원내대표는 대신 참석해 제헌헌법을 낭독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을 남겼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항상 이런 과도기에 보면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원내대표가 되고나서부터 스탠스가 완전히 다르고, 당을 구해야 되겠다는 부분에서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범야권 연대 모색…차기 당권까지 중심축 맡나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줄곧 통합을 원칙으로 내세워 왔다. 동시에 당내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취임 직후 당내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에서 장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설 때만 해도 그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분열을 경계하고 통합을 내세웠다.
다만 최근에는 "장 대표 거취 문제가 당내 분열로 비춰선 안 되고 그 결과도 당내 분열로 귀결되면 안 된다"면서도 "당 대표 사퇴와 지도부 체제 개편은 의원들의 중의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당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전제 하에 가능성을 조금 더 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2월 사퇴론'에 대해서도 "그때까지 갈 수 있겠나"라며 "현재 상황은 많은 의원들과 국민들이 조속히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해 그보다 이른 시점의 퇴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동시에 정 원내대표는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한 로드맵으로 '보수 대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보수의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야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데 저 역시 공감하고 모든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당 밖이나 변두리에 있는 보수 진영 핵심 인사들과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최근 이준석 대표와 회동을 갖는 등 정부·여당에 대응한 범야권 공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정 원내대표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중심을 잡아나가면서 현 지도부의 퇴진과 차기 지도부의 연착륙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2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기의 문제일 뿐 장동혁 지도부가 무너지는 때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 때에 정 원내대표가 선장이 아닌 조타수, 다시 말해 보수 재편의 산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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