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AI 기능을 장착한 생활가전 제품들이 사용자의 말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AI 가전은 말 한마디로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고, 일부 제품은 날씨나 생활 정보 등 제품 기능과 직접 관련 없는 질문에도 답변한다. 편의성을 앞세운 AI 기능이 생활가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능이 많아질수록 예상치 못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사용자가 명령하지 않았는데 기기가 대화에 반응하거나, 묻지 않은 정보를 먼저 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에어컨을 구매한 소비자 A씨도 비슷한 불편을 겪었다. A씨는 “에어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기기가 혼자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끼리 대화하는 중 갑자기 끼어들거나, 물어보지도 않은 내용을 말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제조사 제품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음성 AI 기기를 만드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마주한 기술적 과제인 ‘오인 호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오인 호출은 기기가 호출어 또는 명령어와 비슷한 소리, TV 음성, 일상 대화, 주변 소음을 실제 명령으로 잘못 인식해 작동하는 현상이다. 사용자는 기기를 부르지 않았지만, 기기는 호출됐다고 판단해 응답하거나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생활가전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와 달리 가족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실이나 침실에서 나누는 대화, TV 소리, 휴대전화 통화 등이 AI 기능을 의도치 않게 깨울 수 있다면 사용자는 기기 주변에서 대화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부르지 않았는데 기기가 대답하거나, 묻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AI 가전은 ‘똑똑한 제품’이 아니라 ‘말이 많은 제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에너지 낭비와 제품 신뢰도 저하도 문제로 꼽힌다. 생활가전이 사용자의 명령을 오인해 불필요하게 응답하거나 기능을 작동하면 전력 사용이 늘 수 있고, 소비자는 제품의 판단 능력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은 AI 기능을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생활가전의 AI는 많은 정보를 말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원할 때 정확히 반응하고, 원하지 않을 때 조용히 대기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AI 가전은 생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음성 인식 오류와 과잉응답이 반복되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앞으로 AI 가전의 경쟁력은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을 얼마나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돕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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