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수천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전국 각 시도가 이에 대한 선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과학수도를 표방한 대전시는 정작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사실상 '빈손'에 그친데다 국책사업인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유치전도 뒷짐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기획조정실에 3급 AI혁신관을 신설해 인공지능 정책 기획과 행정 전반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등 시정의 인공지능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전문가와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가칭)AI혁신전략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AI 강국을 내건 이재명 정부 기조에 맞춰 'AI 선도도시 대전'을 민선9기 시정 최우선 비전으로 내세웠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 KAIST, 정부출연연 등 우수한 환경을 갖고도 AI 관련 정책과 제도, 전략 수립에는 뒤쳐졌다는 판단에서다. 민선9기 출범 첫 간부회의 자리에서도 "정부 프로젝트와 대전을 어떻게 연계할지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AI관련 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대전이 가진 강점을 살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각계 전문가를 모셔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시장은 이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를 만나 대전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AI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전국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그룹, 엔비디아, 브로드컴, 앤트로픽 등 국내외 기업들과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분야 협력을 발표했다. 국내에 약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GPU 200만 장을 확보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충청,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지만, 정작 대전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의 구체적인 입지 선정 기준이 공개되기 전부터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대전시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AI 허브는 국제기구별로 흩어진 AI 역량을 한국의 단일 거점에 연결하는 국제협력 플랫폼이다. 국제기구의 정책·현장 경험과 한국의 AI 기술·인프라를 결합해 기후위기와 보건, 식량, 노동, 난민 등 국제사회의 복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외 기업과 대학·연구기관도 AI 도구와 모델, 실증사업 개발에 참여하는 구조다. 부산을 비롯해 인천, 경기, 경북, 광주·전남, 제주까지 유치전에 가세하고 있지만, 대전은 잠잠하다.
AI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없는 대전 입장에서는 AI산업 육성 전략에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단순하게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전략기획 기능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부에 놓고 연구개발이나 생산설비만 지역에 놓는 생태계로는 AI산업 육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도 균형발전 측면 보다는 국가적 AI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지역에는 생산기지 중심으로 설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력을 갖추고, 행정 효율성이 높은 대전이 AI산업의 전략기획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역 정가 한 인사는 "민선 9기 대전시가 정부의 의중에 맞춰 AI산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단순히 건물 하나, 둘 오는 것은 크게 의미를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글로벌 인공지능 허브 등 AI산업을 기획하고, 전략을 이끌어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전이 새 사업에만 기대기보다 지역의 강점을 가진 산업 전략을 꾸준히 유지해 갈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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