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홍보했던 영풍이 정작 제련소 오염토지 정화 현황과 이행계획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오염 관련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환경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기업의 환경 책임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29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경상북도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봉화군이 석포제련소 관련 정보를 일부만 공개한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앞서 경북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월 봉화군에 석포제련소 내·외부 토양 정화업체 계약 현황과 오염토양 정화 이행 현황, 정화기간 연장 근거, 정화명령 기한 초과에 따른 조치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영풍 석포제련소는 봉화군에 해당 자료를 전부 비공개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군은 이 가운데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토양정화 검증자료와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등 핵심 자료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풍은 토양정화 검증자료에 제련소 건물과 설비 위치 등이 포함돼 있고 정화 공법과 절차 역시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화이행계획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내부 검토 자료라는 점을 비공개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북행심위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심위는 제련소 건물이나 설비 위치가 곧바로 보호해야 할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고, 자료 공개가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어떻게 현저히 침해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토양정화 검증자료는 오염토양 정화가 법적 기준에 맞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오염 책임 기업이 정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역시 주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 보호와 직결되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자료인 만큼 기업의 사적 이익보다 공개 필요성이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행심위는 일부 민감한 시설 정보나 비용 내역이 포함돼 있더라도 해당 부분만 비공개 처리하면 될 뿐, 정화 공법과 범위, 기간, 오염도 측정 결과, 검증 내용 등 핵심 환경정보까지 모두 비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영풍이 해외에서 석포제련소를 친환경 제련소로 소개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지원 행사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 사업을 둘러싼 입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은 자신을 '영풍그룹 부회장'이라고 소개하며 "2019년부터 대규모 환경개선 투자를 진행한 결과 석포제련소가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로 변모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영풍은 앞서 석포제련소 환경개선과 토양정화 비용 등을 회계상 과소계상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위원회로부터 204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회계 관련 사건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금융위는 당시 전 대표이사에게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도 의결했다.
업계에서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정보는 주민의 건강과 안전, 재산권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정보는 기업의 영업활동을 넘어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과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공공성이 큰 정보"라며 "이번 행심위 결정은 환경정보에 대해서는 기업의 영업비밀보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이 우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은 지난 2020년에도 석포제련소 침전저류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해 정보공개 소송을 당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영업상 비밀을 비공개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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