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쓰레드(Threads), 페이스북(Facebook) 등 각종 SNS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편향 정치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평범한 이용자들은 개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 정치 세력을 향한 조롱·비방 콘텐츠와 댓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과연 누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곤 한다. 르데스크가 정치 편향 게시물의 유포 경로를 추적한 결과, 꽤 유의미한 사실이 포착됐다. 정치 편향 게시물들은 내용의 성격에 관계없이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을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손으로 이게 가능? 1시간 사이 댓글 70개, 2분 사이 커뮤니티 6곳에 동일 게시물
르데스크는 가장 먼저 주요 SNS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어떤 식으로 정치 편향 게시물이 올라오는 지부터 추적했다. 그 결과, 커뮤니티 주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여러 곳에 정치 편향 게시물이나 댓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이른바 '메크로' 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삼성 라이온즈 갤러리에는 특정 IP(211.106.xxx.xxx)에서 약 50분 동안(19시 57분~20시 49분) 무려 70개의 댓글을 쏟아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댓글들은 내용은 전부 달랐으나 극우적 발언이 담겨 있다는 점과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역TV' 시청을 유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해당 댓글을 올린 IP와 동일한 IP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SSG랜더스 갤러리에도 11시 47분~11시 58분, 12시 07분~12시 18분 등 각 11분씩 2회에 걸쳐 무려 73개의 댓글을 달았다.
또한 지난 7월 10일 새벽 3시 57분부터 3시 59분까지 단 2분 사이에 로스트아크, 국내야구, 컴퓨터 본체, 편의점, 메이플스토리, 만화 등 6곳의 커뮤니티에 동일한 제목의 정치 편향 게시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다른 날에도 비슷한 행위가 포착됐다. 지난 6월 19일 정오 무렵에는 역학, LGBT, 부동산, 주식, 컴퓨터 본체, 국내야구, 만화 갤러리 등 7곳의 커뮤니티에 같은 제목의 정치 편향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이 올라온 간격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의심해도 무리가 없는 시간이다.
SNS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정치 편향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당수 계정의 아이디가 일정한 패턴을 띄고 있고 유사 아이디끼리 같은 정치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치 편향 게시물을 올리는 아이디 중에는 유독 게(crab), 거북이(turtle), 얼룩말(zebra), 유니콘(unicorn), 코알라(koala), 사자(lion), 기린(giraffe), 낙타(camel), 다람쥐(squirrel) 등 동물 이름 뒤에 영문 점과 무작위 숫자로 이뤄진 아이디가 많았다. 이러한 형태는 개인이 인스타그램이나 쓰레드에 가입할 때 별도의 사용자 이름을 지정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기본 아이디다.
그런데 앞에 동물 이름이 같은 경우 게시물 역시 같은 정치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아이디 앞에 게(crab), 기린(giraffe), 거북이(터틀) 등이 적힌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은 "선관위가 주관한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오염되다 못해 X판이다" "당연히 전체 재선거해야한다" 등 일부 극우 단체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으로 거의 통일 돼있다 시피 했다. 반대로 낙타(camel), 돌고래(dolphin) 등이 적힌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 중엔 보수 진영을 비방하는 내용이 유독 많았다.
특히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앞에 영문 단어가 같은 아이디끼리 서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쓰레드 이용자들 사이에선 올린 직후 반응이 집중된 게시물을 알고리즘 상단에 노출된다는 정보가 공유되곤 있지만 정보가 사실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또한 같은 동물 이름이 적힌 아이디끼리 같은 게시물을 유포하는 사례도 있었다. 가령 아이디 앞에 게(crab)가 붙은 이용자가 올린 한 게시물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선거관리위워회'로, '국민의힘'을 '국미의힘' 등으로 잘못 입력해 적혀 있었는데 또 다른 게(crab)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도 동일한 오타가 존재했다.
정치 편향 게시물 올리는 계정 380개 조사… 6·3 지선 전후 생성, 62.7% 해외 IP
르데스크는 인스타그램, 쓰레드 등에서 편향 콘텐츠 관련 계정 중 380개를 임의로 추출해 생성 날짜와 생성 국가를 확인해 봤다. 확인 결과, 이들 계정에서 '조직적 여론 선동·조작'을 의심할 만한 몇 가지 정황이 포착됐다. 우선 계정 생성 날짜가 확인된 342개 계정 중 무려 78.7%에 달하는 269개가 올해 새로 만들어진 신생 계정이었다. 특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2026년 6월 한 달 동안에만 153개 계정이 생성됐다.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 생성된 계정은 105개, 7월 이후 생성된 계정은 11개 등이었다.
또한 접속 위치 정보가 확인된 252개 계정을 분석한 결과, 국내 생성 계정은 94개(37.3%)에 불과했고 나머지158개는 모두 해외 IP 기반 접속으로 파악됐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국가는 인도였으며 위치 확인 계정 기준 전체의 42.5%(107개)에 달했다. 이어 시리아 8개(3.2%), 우즈베키스탄 6개(2.4%), 중국 6개(2.4%), 브라질 4개(1.6%)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터키, 이집트, 이라크 등에서 접속한 계정도 있었다. 해외 IP를 이용한 접속은 혹시나 모를 추적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브라질 위치로 표시된 한 늑대(wolf.7097811) 아이디 계정은 프로필 소개글이 일본어로 적혀 있었으나 정작 팔로우 목록과 댓글 활동은 전부 한국 정치인에 집중돼 있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SNS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정치 편향 게시물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배경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여론 조작'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자 반응을 우선시 하는 SNS 플랫폼 특유의 알고리즘 구조를 악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앞서 노스웨스턴대와 시카고대 등 공동연구팀이 소셜미디어 이용자 2000명과 2000만건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이용자가 반응할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알고리즘 구조에선 최신순 배열 방식보다 집단 간 갈등과 분노, 도덕적 비난이 담긴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됐다. 특히 선거가 끝난 뒤 이러한 상호 적대적·도덕적 분노 콘텐츠 노출 비율은 약 19% 수준까지 급증했고 도덕적 분노 표현은 최신순 방식 대비 11%p나 더 많이 노출됐다.
김호성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SNS라는 공론의 장이 특정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아이디를 이용해 동일한 내용의 글을 여러 공간에 무차별 살포하는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명백한 의도가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선거 기간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디폴트 계정들이 무더기로 동원된 점은 가짜뉴스가 확대·재생산되는 장으로 SNS가 악용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이다"며 "단순히 개인의 자정 노력에 기대기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세밀한 필터링 과정과 공론화를 통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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