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형소법 개정안 처리 임박…"10월부터 혼란 불가피"
"보완수사 요구 '쓰나미'에…경찰 부담 가중·공소청 업무 마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처리가 임박하자 법조계에서는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민사회계의 우려 속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추진되고 있는 개정안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를 폐지하는 대신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으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사실관계 확인 조항을 신설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취득한 진술이나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등 7대 범죄에 한해서 개별법을 개정해 전건송치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전건송치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예외 없이 검찰에 넘겨 검사가 사법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조계에선 형소법 개정안이 경찰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장윤기 사건과 같이 1차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암장한(은폐한) 사건은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고 봤다.
무엇보다 당장 10월부터 보완수사 요구가 크게 늘면서 1차 수사기관의 업무 부담이 늘고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봤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페이스북에 "가을쯤, 혹은 그 이후부터 현장에서 하나둘씩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 처리의 문제점, 보완수사 요구로만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나타나는 수사 지연과 진상 파악의 어려움, 검찰에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을 수 없는 피해자의 사례" 등을 언급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도 "공소청 업무는 10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구속사건과 영장 신청사건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적체된 사건들은 보완수사 요구로 상당수 다시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경찰은 시스템 부재로 인해 (보완수사 요구) 사건 쓰나미가 밀려드는 것에 기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경우 청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특징은 검경 합동수사를 그전보다 활발하게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합동수사는 불가능하고 협력을 매개로 뭔가 하려고 하겠지만 그 전보다 잘되기 어렵다"며 "권한과 책임의 모호함이 만들어낸 공백은 수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고 연말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정리한 설명자료를 내고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금지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대검은 "특히 진술 신빙성은 검사가 사건관계인을 면전에서 직접 조사해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1차 수사기관인 사법경찰과 최종 판단기관인 법원은 사건관계인을 대면해 진술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공소제기 여부 판단기관인 검사만 서면에 의존해 판단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사실관계 확인 제도에 대해서도 "검사가 고소인 진술을 청취해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소인은 재차 사경에 출석해 동일한 진술을 해야 한다"며 "사건처리 지연 및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가 보완수사 이행 여부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한 뒤에도 검사가 시스템에 사건 번호를 남기고 계속 관리해야 하는데, 사건을 확인할 수는 없고 미제에 대한 책임만 남는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공소기각 판단 범위를 넓힌 것도 검사의 공소 유지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소법 개정안은 공소기각 판결 조항에 '중대한 위법 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를 추가했다.
법조계에선 중대한 위법 수사의 기준도 불분명하고 소추재량권 남용은 공소권 남용과 차이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검도 "공소기각은 실체 판단 없이 형사절차를 종료시키는 예외적 제도"라며 "공소기각 여부가 재판부 해석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건 송치를 7대 범죄에 한정하는 것을 두고도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민생 범죄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오히려 폭행 사기 이런 거 아닌가"라며 "7대 범죄를 검사에게 보낸다고 해도 검사는 수사를 보완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 송치받은 약자 범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시민들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 폐지에 너무 매몰돼 있다 보니 정작 국민들의 입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자꾸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장애인권법센터장을 맡은 김예원 변호사도 "새로운 수사기관과 전담조직을 만들고, 여러 개별법을 고치고, 특사경 전산체계를 연결하고, 수사기관 사이의 사건 이송 구조를 다시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과 예산, 인력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발생하는 수사 공백과 사건 지연, 국민의 권리 침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앨 거라면 그 대안으로 전체 범죄에 대한 전건송치라도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대검은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사경 수사에 대한 견제는 결국 '사건종결 단계에서의 상시적 견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며 "영장 없이 임의수사만으로 종결되는 대다수 사건에서 부실 수사를 걸러낼 수단은 검사의 사후적 기록 검토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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