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과 스크린에 화제작들이 줄지어 문을 여는 요즘, 유독 시선을 붙잡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바로 '선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해 온 배우들이 대거 감행한 파격적인 '악역 변신'이다. 그간 따뜻하고 정의로운 얼굴로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기에, 서늘하게 돌변한 표정 하나만으로도 극 전체의 공기를 뒤바꾸는 힘을 발휘한다. 익숙함을 배신하는 이 반전이야말로 요즘 화제작들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관성을 깨고 과감한 도전에 나선 신작 속 빌런 5인의 활약을 짚어본다.
〈결혼의 완성〉 김대명·이상희
KBS 2TV 토일드라마 〈결혼의 완성〉은 '이혼하려던 아내가 납치됐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낚아채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남편 강태주(남궁민)의 고군분투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이후 모두를 소름 돋게 만든 진짜 빌런의 정체는 노만희 역의 김대명이었으며, 그의 아내 역으로 합류한 이상희까지 가세해 '빌런 부부'라는 강력한 서사 축을 완성했다. 두 사람 모두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신뢰를 쌓아온 배우들이기에, 180도 뒤바뀐 이들의 냉기 서린 얼굴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이나 더 큰 오싹함을 안긴다.
〈아파트〉 박병은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에서 박병은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로 등장해 극의 공기 자체를 바꿔놓는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막대한 부와 권력으로 덮어버리는 인물. 순식간에 널뛰는 감정 기복과 얼음장 같은 표정은 작품을 한 편의 핏빛 스릴러로 몰아세우며, 오히려 조폭 출신 박해강(지성)이 인간적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대비를 완성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결혼의 완성〉에서 정의로운 축을 담당했던 박병은이었기에, 채널을 돌리자마자 마주하는 그의 돌변한 얼굴은 더욱 짙은 잔상을 남긴다.
〈오싹한 연애〉 옹성우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에서는 옹성우가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한다. CL 레이먼드 호텔 대표 강민환. 겉으로는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야망을 숨긴 오리지널 캐릭터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만큼 그가 그려낼 예측 불허의 행보는 극을 지켜보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전역 후 복귀작에서 선한 주인공 대신 과감히 악역을 택한 옹성우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재벌×형사2〉 유승호
빌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유승호 역시 SBS 새 금토드라마 〈재벌×형사2〉를 통해 낯선 얼굴을 꺼내 든다. 그가 맡은 역할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재벌 3세 유성원. 주혜라(정은채)에게 오랜 시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온 미스터리한 인물이자, 어릴 적부터 진이수(안보현)를 친형처럼 따르며 자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오랜 유대감은 두 주인공의 공조에 묘한 균열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된다. 예고편 속 진이수와 짧게 스친 대면 장면만으로도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특별출연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예고했다.
〈오케이 마담2〉 최수영
배우 최수영은 신작 영화 〈오케이 마담2〉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악역이자 본격 액션 연기라는 두 가지 도전을 동시에 감행한다. 극은 초호화 크루즈 여행에 나선 전직 레전드 요원 미영(엄정화)의 가족이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납치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이 안에서 최수영은 범죄 조직을 이끄는 무자비한 리더 안야 역을 맡았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잔혹함과 장난기를 오가는 입체적인 악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며 작품에 신선한 활력을 더한다.
{ 선함이라는 익숙한 타성에 안주하거나 주변의 요구에 떠밀린 선택이 아닌, 스펙트럼의 확장을 위해 스스로 관성을 깨부순 다섯 배우의 도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새롭게 물들인 이들의 서늘한 얼굴 덕분에 올 시즌 빌런 서사는 한층 더 깊고 풍성해질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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