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의 견조한 수요로 실적 성장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중장기 공급 확대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AI 투자가 축소 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확산과 수익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6.8%, 557.2% 증가한 규모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76%를 기록했으며 상반기 누적 매출도 131조895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수요였다. 이날 SK하이닉스 송현종 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강세와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D램 수요는 20% 중반, 낸드 수요는 10% 후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 공정과 패키징 기술 난도가 높아 공급 확대 속도가 제한적인 만큼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의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2027년 초 용인 1기 팹 클린룸 개장 이후 생산능력을 신속하게 확대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40조원 후반대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를 위한 P&T7과 신규 낸드 생산기지 M17 투자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클라우드 사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인프라 투자 확대로 현금흐름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대됐다. AI 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과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가 주요 질문으로 나왔다. 최근 일부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 검토와 고효율 AI 모델 등장으로 AI 투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AI 투자 감소가 아닌 기존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고 서비스 확산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움직임은 AI 투자의 축소라기보다 그동안 대규모로 구축한 AI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화를 본격화하는 과정”이라며 “고효율 AI 모델 등장으로 서비스 비용과 접근성이 낮아지면 더 많은 사용자가 AI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이는 메모리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의 AI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AI 기술이 검색·광고·클라우드·소프트웨어 등 기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투자 지속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주요 고객사와의 중장기 협의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실제 투자와 생산 확대는 고객 수요 가시성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능력 확대는 확인된 수요를 기반으로 탄력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중장기 투자 확대 계획이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HBM 경쟁력 강화 전략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올해 2분기부터 양산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 생산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HBM4E는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도 수요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추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을 기본으로 하되 고객과 제품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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