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획] 브로콜리 너마저 “좋은 뒷맛이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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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브로콜리 너마저 “좋은 뒷맛이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위키트리 2026-07-29 16:44:00 신고

3줄요약

사람들은 이제 노래 한 곡을 발견하는 순간 곧바로 재생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초 만에 다른 음악으로 넘어간다. 음악을 듣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밴드 음악 역시 과거보다 쉽게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 한 곡으로 도착한 음악 뒤에는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조율해온 과정이 놓여 있다.

밴드는 각자의 연주를 단순히 한데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만든 곡에 다른 멤버의 해석이 더해지고 합주와 공연을 거치며 처음과는 다른 음악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개인이 혼자 곡을 만들고 발표할 수 있는 시대에도 밴드들이 굳이 여러 사람과 음악을 만드는 이유를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이 빠르게 선택되고 소비되는 환경에서 밴드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또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팀의 이름으로 계속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해당 답을 찾기 위해 만난 밴드는 약 2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온 ‘브로콜리 너마저’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2007년 EP ‘앵콜요청금지’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유자차’,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 덕원, 잔디, 류지, 동혁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멤버들이 '이른 열대야 2026'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스튜디오브로콜리 제공

대학생 동아리에 가까운 형태로 출발한 이들은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고 데모 CD를 만들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08년 정규 1집 ‘보편적인 노래’, 2010년 정규 2집 ‘졸업’, 2019년 정규 3집 ‘속물들’을 거쳐 2024년 10월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를 발표했다. 4집에는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와 ‘되고 싶어요’, ‘윙’ 등이 실렸다.

오랜 활동 속에서도 공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올해 7월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과 대전, 부산, 거제, 광주를 잇는 여름 기획 공연 ‘이른 열대야 2026’을 진행한다. 서울 공연은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열렸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왼쪽부터) 기타 동혁, 베이스와 보컬 덕원. / 위키트리

취미로 시작한 음악은 멤버들의 직업이 됐고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각자의 삶도 달라졌다.대면 인터뷰에는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덕원과 기타를 맡은 동혁이 참여했으며 건반을 맡은 잔디와 드럼을 맡은 류지는 이후 비대면으로 답변을 전했다. 인터뷰에서는 네 사람에게 오래 음악을 한다는 것과 밴드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을 물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시작해 한 팀이 되기까지

Q. 처음 밴드는 어떻게 결성됐나요? 원래 각 멤버가 밴드에 뜻이 있으셨나요?

덕원: 시작은 대학생 동아리에 가까웠다. 멤버 잔디와 다른 후배 한 명이 같은 동아리 출신으로 밴드를 결성했고 이후 지인을 통해 멤버를 소개받으며 팀을 꾸렸다. 당시에는 대학가요제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홍대 클럽에서 연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자작곡을 만들어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고 데모 CD를 만들고 곡을 하나씩 발표하다 보니 활동이 계속 이어졌다.

동혁은 비교적 최근에 정식 멤버로 합류했다. 정식 합류 전에도 오랫동안 객원 연주자로 함께했다.

동혁: 기타를 전공했고 여러 음악 관련 일을 했다. 주변 전공자들은 주로 가요 쪽으로 갔지만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개인 밴드와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일반적인 세션 연주자보다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기타 연주자를 찾고 있었고 지인을 통해 연락을 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잔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를 선택할 때 밴드부와 합창단 사이를 선택해야 했는데, 밴드부에 합격을 했었다. 이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류지: 10대 때부터 계속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악기가 드럼이어서 그랬는지 밴드를 하고 싶었고 밴드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꼭 밴드를 할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마침 드럼 학원에서 알게 된 지인이 ‘브로콜리 너마저’를 소개시켜줬다. 그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말‘과 ‘앵콜요청금지’를 먼저 들어보고 꽤 좋다고 생각했었기에 뭔가 비장한 각오(?)로 첫 합주에 갔던 기억이 있다.

커진 무대, 달라지지 않은 현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왼쪽부터) 덕원, 동혁. / 위키트리
Q. 최근 밴드 음악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실제로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덕원: 우리가 그 변화를 직접 체감하기에는 활동한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도 든다. 밴드 음악 전체의 상황이 모두 좋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밴드라는 형태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높아졌다는 것은 느낀다. 밴드가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가능성과 모습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렇다고 모든 밴드가 잘되거나 밴드를 하는 것이 이전보다 유리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발표되는 음악 자체가 너무 많아져 경쟁과 어려움도 커졌다. 밴드 음악이 주목받는 면은 있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체감할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잔디: 초기 활동할 때도 많은 분이 밴드의 공연을 보러 와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 비해 공연을 보는 형태가 달라졌고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이를 남기는 방식이 변화됐다 느낀다.

좋아하던 음악이 일이 된 뒤

Q.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덕원: 음악 자체에 관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음악은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히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는 몰라도 여러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음악을 오래 하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은 알게 됐지만 음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악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는 점이다. 음악은 일터이고 오랫동안 해온 일이며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마음속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과 크게 달라졌다.

동혁: 음악이 업이 됐고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은 채 음악만 하고 있다. 어릴 때 음악을 좋아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오히려 음악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한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더 이상 그것을 좋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음악을 계속 좋아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일로 하는 음악과 개인적으로 듣고 즐기는 음악을 구분하려 한다.

덕원: 출발은 달랐지만 도착한 곳은 비슷하다. 동혁은 전공자로 음악 일을 하다가 팀에 들어왔고, 기존 멤버들은 비전공 대학생으로 취미 활동을 하다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다. 결국 모두 음악을 자신의 일로 삼고 작은 가게처럼 밴드를 운영하게 됐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왼쪽부터) 잔디, 류지. / 스튜디오브로콜리 제공

류지: 정말 음악 애호가였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다른 공연을 보거나 할 때 20년 전과는 다르게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딘가 신경 쓰이거나 피곤해져서 완전히 음악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지금은 이런 느낌을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지가 나만의 과제다.

좋아서 시작한 음악을 계속하게 한 힘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 / 위키트리
Q. '브로콜리 너마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덕원: 음악이 일이라는 점이 크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더 이상 좋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생긴다. 하지만 일이 되면 혼자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들어주는 청취자가 있다. 그 과정에서 약속과 기대가 생기고 나를 규율하는 압박도 생긴다.

그런 책임이 단순히 좋아서 하는 취미보다 음악을 오래 이어가게 하는 힘이 됐다.

동혁: 팬들의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밴드도 했지만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음악을 찾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 다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창작자는 자신의 결과물에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공연을 꾸준히 찾아오는 관객, 새롭게 공연장을 찾는 사람, SNS에서 우리 음악과 밴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

잔디: 밴드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물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순간과 추억, 기억이 많다. 그렇지만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밴드는 활동을 할 수 없으니 공연을 기획하고 실무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오래 들어도 '좋은 뒷맛'을 남기는 음악

Q.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왼쪽부터) 덕원, 동혁. / 위키트리

덕원: 반드시 한 가지 메시지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음악을 음식점이나 카페에 비유하면 ‘위생’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들고 공연할 때는 자의식을 담고 싶은 마음이나 돈을 벌고 싶은 마음 등 여러 요소가 들어간다. 다만 요리를 하는 분이 그 안에서도 깨끗하고 좋은 음식을 내놓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처럼 나 역시 비슷한 기준을 지키려 한다. 그런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고 싶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난 뒤에는 좋은 뒷맛이 남았으면 한다. 당장은 자극적이고 끌리더라도 오래 두고 봤을 때 텁텁하거나 씁쓸한 결과가 남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난 뒤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순간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 음악이나 활동에서 과격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식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 때가 많았다. 깨끗하고 건강하게 활동하고 싶다.

동혁: ‘위생적인 음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달리 표현하면 건강한 음악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탈이 나지 않는 음악이다. 사람들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마음이 전달됐기 때문일 수 있다.

각자의 삶을 지키며 함께 하는 법

Q. 결혼과 육아 등 멤버들의 삶이 달라진 뒤에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덕원: 누군가 힘들거나 못하겠다고 말하면 “그럴 수 있지”라며 받아들이는 편이다. 멤버들이 모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 멤버들이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 방식에 가깝다. 어떤 일이 어렵거나 하기 싫다면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다.

사실 결혼과 육아도 활동 도중 갑자기 나타난 변화라기보다 밴드 역사 대부분을 함께한 일상이다. 2011년에 결혼했기 때문에 ‘브로콜리 너마저’ 활동 기간 가운데 결혼하지 않았던 시간은 길지 않다. 자녀가 없었던 기간도 짧다.

밴드는 멤버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비록 작은 조직이지만 일하기 좋은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 마음이 팀을 계속 움직이게 한 부분도 있다.

동혁: 정식 멤버가 되기 몇 달 전에 결혼했다. 아직 자녀가 없어 육아와 활동을 병행하는 문제는 직접 겪지 않았다. 다만 다른 멤버들의 생활을 보면서 열심히 살면 여러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멤버 잔디가 두 자녀를 키우면서 여러 활동과 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잔디. / 스튜디오브로콜리 제공

잔디: 일과 삶을 잘 병행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성인의 당연한 과제라 생각한다. 다만 이를 힘들게 하는 많은 구조적 물리적 제약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한국에서 엄마의 정체성을 가지고 아이 둘을 키우며, 특히 주말과 저녁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밴드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일을 하든 이 둘을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필요한 노력을 했을 뿐이다. 일과 삶을 분리하면서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많이 자라서 이제 활동을 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게 됐다.

숏폼 콘텐츠 속에서도 중심은 '음악'

Q. 최근 ‘브로콜리 너마저’ SNS에 릴스 콘텐츠가 자주 올라오는데 촬영과 합주를 함께 진행하시나요?

덕원: 한 번 촬영할 때 네다섯 개를 몰아서 찍는다. 평소에 계속 릴스만 찍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이 콘텐츠 제작에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이다.

Q. 숏폼과 SNS를 중심으로 음악이 소비되는 환경은 밴드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덕원: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은 항상 있었다. 2000년대에는 인디 음악이 대중에게 닿을 창구 자체가 적었다. 대형 음반사의 배급망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음악을 접하기 어려웠고 인디 밴드는 클럽에서 공연하고 데모 CD를 만들어 판매했다.

이후 인디 음악도 음원 유통을 할 수 있게 됐고, 음원 사이트와 온라인 채널이 새로운 창구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프라인 음반 매장과 음원 사이트의 홍보 기능이 줄었고, 사람들의 관심은 개인 소셜미디어로 이동했다. 큰 채널에 출연하기 어려운 음악가라면 직접 몇십 명, 몇백 명, 몇천 명에게라도 닿는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우리도 이런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흐름에만 매달리지도 않는다. 지금의 숏폼도 하나의 시기이고 미디어 환경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이왕 한다면 즐겁게 하되 음악의 본질을 훼손하는 지점까지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 기간이 짧다면 이런 변화가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여러 흐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 멤버에게서 다시 찾은 음악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동혁. / 위키트리
Q. 최근 ‘이래서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동혁: 최근 야외 페스티벌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실내 공연에서는 객석이 어둡고 무대 조명이 밝아 관객의 표정을 자세히 보기 어렵다. 야외 페스티벌은 무대도 높고 낮 시간에 공연해 관객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이 온몸으로 뛰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신이 났다. 평소 무대에서는 비교적 얌전히 연주하는 편인데 그날은 평소보다 많이 움직였다.

덕원: 관객뿐 아니라 팀원들과 활동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릴스 콘텐츠를 만들자고 했을 때 멤버들이 부끄러워하고 내키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촬영할 춤을 직접 배워왔다. 그 모습을 보며 감동했고 멤버들 사이의 우정과 유대감, 신뢰를 다시 느꼈다.

어린 관객이 즐겁게 따라 부르는 모습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고등학생 관객들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큰 목소리로 즐겼다. 경주의 한 야외 행사에서도 학생 세 명이 더운 날씨에 공연 내내 같은 열기로 반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멤버들이 아끼는 '브로콜리 너마저'만의 곡은?

Q. 각자 가장 애착을 가진 곡은 무엇인가요?

동혁: ‘되고 싶었어요’와 ‘윙’을 고르겠다. 두 곡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정식 멤버가 된 뒤 작업한 4집 수록곡이고 편곡 과정에서 내 음악적 취향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담았다. 녹음 과정은 쉽지 않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애착이 큰 곡이다.

유튜브, 브로콜리너마저

덕원: 1집 첫 곡인 ‘춤’을 좋아한다. 연주할 때 편하고 사운드 체크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곡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네 가지 악기가 하나씩 놓인 구성인데 ‘춤’은 악기별로 한 줄씩 연주하면 곡이 만들어진다. 여러 트랙을 쌓지 않아도 밴드의 사운드가 드러난다. 음악적 정체성과 메시지 모두 지금까지 팀을 이어오는 데 힘을 준 곡이다.

잔디: '춤'이다. '바른생활' 같은 곡도 ‘브로콜리 너마저’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힘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한다.

류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곡은 계속 달라져 왔지만 생각해보면 ’춤‘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모든 부분이 정말 ’브로콜리 너마저‘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20년간 ’브로콜리 너마저‘ 안에 있었고 지금도 그러해서 뭐가 ’브로콜리 너마저‘ 같은지 잘 모르겠다. 나 다운게 뭐지 하면 잘 모르겠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춤‘ 은 정말 ’브로콜리 너마저‘ 같지 않나요?

작사·작곡…일단 '단어를 끊는 것'에서부터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덕원. / 위키트리
Q. 작사와 작곡에 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덕원: 어떤 대상을 보고 느낀 감정보다 단어나 말이 가진 특유의 절취선을 찾으려 한다. 같은 표현도 어디에서 끊어 부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그런 단어나 표현을 적어뒀다가 시간이 날 때 곡으로 만든다.

팀에서 노래와 작곡을 맡고 있지만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른 멤버들도 곡을 써줬으면 한다. 동혁도 곡을 잘 쓰기 때문에 기존 ’브로콜리 너마저‘의 색과 자신의 음악을 함께 담을 지점을 찾으면 더 많은 곡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무조건 짧게 만들기 보다 한 곡을 온전히 남기는 일

Q. 음악이 짧아지는 시대에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은 비교적 깁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덕원: 하던 방식대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템포와 반복되는 구절, 후렴의 길이를 생각하면 곡이 한 번 돌아오는 동안 3분 30초 정도가 지난다. 그 상태에서 해야 할 말을 빼면서까지 억지로 짧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짧은 곡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짧게 만들기 위해 원래 곡이 가진 모습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노래 한 곡이 하나의 단위로 완결성을 갖는 일이다.

숏폼이 유행한 뒤 다시 긴 영상이 주목받는 것처럼 소비 방식은 반복해서 바뀐다. 곡을 짧게 만든다고 반드시 여러 번 듣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짧은 시간만 재생되고 끝날 수도 있다. 한 곡이 가진 완결성을 놓치면서까지 길이를 줄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함께할 때 비로소 생기는 것

Q. 밴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밴드의 가장 큰 매력을 설명한다면?

덕원: 개인적인 생각으로 밴드는 비교적 낮은 숙련도와 적은 비용으로 음악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매우 어렵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역할을 나눠 함께 연주하면 사람들 앞에서 음악다운 결과를 비교적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

처음 시작해 그럴듯한 결과에 도달하기까지는 밴드가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다음 단계부터는 훨씬 어려워진다.

동혁: 혼자 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음악은 원래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다. 지금은 개인이 방 안에서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두 명, 세 명 이상이 모였을 때 생기는 흥미로운 순간들이 너무 많다.

혼자 생각할 때는 답이 나오지 않던 문제도 단순히 여러 사람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해결될 때가 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도 생긴다. 그래도 밴드로 묶여 함께 음악을 하는 일은 소중하다. 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음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류지: 같은 시간과 자리에서 동시에 소리를 내어 각자의 몫을 연주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을 때도 많지만 생각해 보면 행복하고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다른 동료들의 연주를 듣는 것도 내가 그것에 맞춰 연주하는 것도 보통의 인연은 아닌 것 같다.

“음악은 파도이고, 직장이면서 휴식이다”

Q. 지금의 ’브로콜리 너마저‘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덕원: 음악은 파도 같다. 파도를 거스를 수는 없다. 파도가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물러가면 물러가는 대로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파도를 타는 법을 알게 되면 그 안에서 재미있게 움직일 수 있다.

음악 자체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파도를 타는 정도다. 앞으로도 떠내려가고 밀려가면서 오래 파도를 타고 싶다.

지금까지 만든 노래를 건강한 상태로 계속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노래도 계속 만들겠지만 기존 노래를 오래 부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동혁: 음악은 직장이면서 휴식이다. 음악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있고 쉬는 시간도 있고, 피난처도 있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단체 사진. (왼쪽부터) 멤버 잔디, 동혁, 류지, 덕원. / 스튜디오브로콜리 제공

'브로콜리 너마저'는 음악을 알리는 환경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NS와 숏폼 콘텐츠도 활용하고 있지만 유행에 맞추기 위해 음악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곡의 길이를 억지로 줄이기보다 한 곡이 가진 흐름과 완성도를 지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멤버들에게 음악은 취미로 시작해 직업이 된 일이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수익과 책임도 필요했다. 함께 일하는 멤버들과 음악을 기다리는 관객이 있다는 점도 밴드 활동을 이어가는 힘으로 꼽았다.

'브로콜리 너마저'가 밴드를 계속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음악을 만들 때 생기는 과정에 있었다. 멤버들은 각자의 연주를 맡고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한 곡을 완성한다. 활동하는 동안 각자의 생활은 달라졌지만 서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팀을 이어왔다.

이들에게 음악은 직업이면서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음악이 많아진 시대에도 '브로콜리 너마저'는 자신들이 해온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공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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