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신스틸러 음문석 "악인보다 나쁜 양배, 아이처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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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신스틸러 음문석 "악인보다 나쁜 양배, 아이처럼 연기"

연합뉴스 2026-07-29 15:58: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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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개 핵심 담당한 목수 역…"봉준호 감독의 극찬, 몇십번 돌려봐"

'열혈사제'·'범죄도시 2'에서 깊은 인상…"연기해서 행복"

'호프' 배우 음문석 '호프' 배우 음문석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에서 배우 음문석이 연기한 양배는 의뭉스럽다.

허름한 옷차림, 툭 튀어나온 앞니에 느릿느릿 길게 늘어지는 특유의 충청도 말씨는 양배를 순박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란 듯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런 양배가 자기 이익을 위해 저지른 행위의 결과는 거대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진상은 외계생명체와 지구인의 충돌을 비롯한 비극이 악의 없는 악행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 감독이 '호프'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 중 하나다.

"24시간 동안 양배가 어떤 캐릭터일지 생각하던 와중에, 제가 아는 분의 조카를 보게 됐어요. 3살 아이였는데 쪽가위를 가지고 놀면서 입에 넣으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가 그런 행위를 위험하거나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고 양배 캐릭터를 아이처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음문석은 "양배는 지금까지 영화·드라마를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캐릭터"라며 이렇게 말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가상의 마을 호포항에서 미지의 외계생명체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외계생명체를 무찌르는 데 여념이 없다. 싸움이 일단락된 뒤 등장하는 청년 목수 양배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관객들이 사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한다.

영화 '호프' 영화 '호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음문석은 나 감독과 상의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나 감독은 '양배가 희대의 나쁜 사람들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그에게 말해줬다고 한다. 양배가 자기 행동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음문석은 "양배가 큰 재앙을 불러오는 사건의 중심이란 점에서 더 신중했다"고 돌아봤다.

튀어나온 앞니를 묘사하기 위해 인공 치아를 장착하고, 말할 때마다 혀로 그 치아를 건들며 쩝 소리를 내는 콘셉트도 나 감독과 의논한 결과물이다. 음문석이 인공치아 때문에 입 안이 말라 침을 묻히던 습관을 보고 나 감독이 이를 과장해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나 감독의 연출을 거쳐 음문석은 생생하면서도 개성 있는 양배를 탄생시켰다. 음문석은 "영화관에서 결과물을 보니 제가 봐도 이상하더라"며 웃음 지었다.

영화 '호프' 속 배우 음문석 영화 '호프' 속 배우 음문석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양배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작품 인기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집에 있데니께유"와 같이 충청도 사투리가 녹아 있는 대사도 화제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나 감독과 함께한 '호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음문석을 가리켜 "좋은 의미에서 그분 얼굴 자체가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 같기도 하다"며 "하관의 움직임 자체가 너무 기묘하고 놀라웠다"고 칭찬했다.

음문석은 2017년 칸영화제에 갔을 때 멀리서 '옥자'로 레드카펫을 밟던 봉 감독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음문석은 당시 자신이 연출한 단편 영화 '미행'과 주연을 맡은 단편 '아와 어'로 칸영화제에 갔다.

그는 "(봉 감독이 칭찬한 영상을) 몇십번을 돌려봤다"며 "봉 감독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고 감격을 전했다.

양배는 작품에 관한 팬들의 온갖 해석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양배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외지인이라는 점 등을 들어 그가 외계인이란 설도 나온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지점은 결말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양배가 뜻밖에 저지른 행동이다. 이는 또 다른 비극을 낳으며 영화에 아이러니함을 더한다. 팬들은 양배의 행동이 고의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음문석은 "양배 자신도 (고의 여부를) 몰라야 한다고 생각해 애매모호하게 연기했다"며 "관객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여지를 남겼다.

영화 '호프' 배우 음문석 영화 '호프' 배우 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음문석은 2000년대 SIC라는 이름의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댄서로서 예능 '댄싱9'에도 나왔다.

이후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9년 드라마 '열혈사제'의 장룡 역, 영화 '범죄도시 2'(2022)의 살인청부업자 강기철 역으로 주목받았다. '호프'의 양배처럼 개성 있는 외양과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신스틸러'였다.

음문석은 주연을 맡은 작품도 조만간 선보인다. 2022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연기에 애정을 표하며 계속 활동을 이어온 것에 대한 행복을 전했다.

"연기가 주는 많은 감정이 있어요. 준비할 때 감정이 소모되고 괴로운 것도 많은데, 결과물이 나왔을 때 너무 행복합니다. '내가 한 게 틀리지 않았구나', '즐거움을 드렸구나' 하는 데서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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