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과 향토 음식을 활용한 '로코노미(Loconomy, 지역+경제)'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지역 식재료를 제품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관광을 유도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상생 모델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외식기업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비롯해 향토 음식 재해석, 지역 한정 메뉴 운영, 농산물 판로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코노미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2021년부터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통해 창녕 마늘·보성 녹돈·진도 대파·진주 고추·익산 고구마 등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올해는 충주 찰옥수수를 활용한 '충주 찰옥수수 치즈 크로켓 버거'와 '충주 찰옥수수 치즈 크로켓 머핀'을 출시했다. 신메뉴 판매에 맞춰 충주시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충주 청년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지역 상권 활성화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향토 음식을 프랜차이즈 메뉴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더본코리아 홍콩반점은 올해 '팔도 홍콩반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6월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을 짬뽕으로 재해석한 '돼지국밥짬뽕'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광주의 향토 음식인 애호박돼지찌개를 활용한 '애호박찌개짬뽕'을 출시했다. 전국 매장에서 약 2주간 한정 판매한 뒤 이후에는 광주 지역 매장에서만 시즌 메뉴로 운영한다.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통해 방문 수요를 늘리고 지역 음식문화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광장마켓점, 더북한산점, 더춘천의암호R점 등에서 지역의 역사와 관광 자원을 반영한 특화 음료와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 석양 오미자 피지오'와 '서울 막걸리향 콜드브루'를 판매하고, 춘천과 북한산 등에서도 해당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며 방문 동기를 만들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제주 송당동화마을점에서 오메기떡과 제주 말차, 톳 등을 활용한 전용 베이커리를 판매하고 있다. 노랑통닭은 제주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했던 '우도 땅콩 치킨'이 좋은 반응을 얻자 올해 전국 메뉴로 확대했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상생 프로젝트 역시 확대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24년부터 '맛남상생' 캠페인을 운영하며 지역 농산물을 단체급식과 간편식 메뉴에 활용하고 있다. 충남 부여 수박으로 만든 수박막국수, 서산 감자를 활용한 감자들깨칼국수, 당진 고구마 샌드위치와 고구마라떼, 충북 괴산 부추를 활용한 곰탕과 샌드위치 등을 선보였다. 올해는 전북 고창군과 협력해 고창수박 약 70톤을 매입하고 단체급식과 사내카페에서 수박주스, 수박화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매입한 지역 농산물은 1640톤에 달한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전라남도, 완도군과 손잡고 완도 전복을 활용한 메뉴를 전국 16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완도전복 돼지맑은보양탕', '완도전복 순두부찌개', '완도전복 어묵꼬치우동'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으며 휴게소에서는 완도 전복도 직접 판매한다. 전복 시식 행사와 할인 행사도 함께 열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역 특산물 자체를 브랜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사례도 있다. 오뚜기는 경북 상주·예천의 대표 품종인 '미소진품' 쌀을 사용한 '오뚜기밥 미소진품'을 출시했다. 지역명과 품종명을 제품명에 담아 원료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디야커피는 봉화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봉화산 수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앞으로는 수박뿐 아니라 사과 등 봉화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과 공동 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반올림피자는 고창 풍천장어를 활용한 복날 한정 피자를 선보였다.
로코노미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실질적인 수요 기반은 이미 구축된 상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0%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향후 구매 의향도 83.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로코노미 식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에 기여하는 '가치 소비'(61.9%)로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40대와 50대 고연령층의 경우 국내산 식재료 사용에 따른 품질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50대 71.6%)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다만 가격은 과제로 꼽힌다. 응답자의 74.0%는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로코노미 식품의 가격 상승을 우려했고, 61.6%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로코노미 식품이 단발성 체험으로 끝나거나(59.2%, 동의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에 의존한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50.1%)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로코노미는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기업에는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회성 마케팅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농산물의 출하 시기와 물량, 가격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 홍보를 이어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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