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 외벽까지 불길 확산…법원 "미필적 고의 충분히 인정"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김지원 기자 = 이웃의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7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이웃이 자신의 음주운전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전 3시 8분께 수원시 장안구의 한 다세대주택 담벼락에 주차된 피해자 B씨의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불로 B씨의 오토바이를 비롯해 양옆에 주차된 오토바이 등 3대가 모두 불타 1천6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고, 불길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외벽과 에어컨 실외기 등으로 옮겨붙으며 4천400여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A씨는 범행 한 달여 전 자신이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지는 모습을 본 B씨가 112에 신고해 벌금형을 받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2%의 만취 상태로 오토바이를 몰고 와 불을 질렀고, 불길이 건물로 번지는 것을 보고도 아무 조치 없이 재차 오토바이를 타고 2㎞가량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의 오토바이에만 불을 붙였을 뿐, 다세대주택 등 다른 곳으로 불이 번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건물 방화에 대한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화성이 매우 높은 휘발유를 뿌린 데다, 오토바이가 건물 외벽에 바짝 붙어 주차돼 있어 불이 번질 것을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며 A씨의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했다.
이어 "보복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고 만취 상태로 도주하는 등 범행 동기와 수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음주운전과 보복 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동종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과거 뇌경색 발병 이후 인지기능 저하 등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어 범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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