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정식으로 입소하기 전, 한 살배기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어린이집 입소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 상담 중 아이가 원장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자 원장은 아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가 다른 교사들에게 “아이 좀 봐주세요”라고 말한 뒤 다시 상담을 하러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아이를 전담해 보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는 혼자 돌아다니다가 문이 열린 조리실에 들어갔다. 아이는 조리실 바닥에 놓여 있던 뜨거운 국이 담긴 냄비 근처에서 넘어져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업무상 과실로 아이에게 상해를 입게 했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상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원장은 책임이 있을까? 이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아이는 아직 정식으로 입소한 원생이 아니므로 원장은 보육교사를 미리 지정하고 배치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뜨거운 냄비를 바닥에 둔 조리사와 조리실 문을 잠그지 않은 교사에게 있을 뿐 원장의 잘못과 사고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인과관계)은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장은 무죄다.
검사는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2026년 7월16일 선고 2026도1036 판결)의 판단은 원심의 판단과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은, 비록 입소 절차를 마치지 않았더라도 원장이 부모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아 분리한 순간부터 실질적으로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시작된 것임을 논의의 전제로 삼았다.
특히 한 살 아이를 보호할 것을 지시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막연히 “아이를 봐 주세요”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특정 보육교사를 지정해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원장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원장이 처음부터 아이를 안전하게 돌볼 보육교사를 지정했다면 아이가 조리실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즉 원장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비록 조리사나 다른 교사의 과실이 함께 작용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원장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의 교훈은 어린이집 원장은 상담 등을 위해 방문한 아이를 부모와 분리해 보호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아이의 안전을 책임질 무거운 의무를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아이가 아직 정식으로 등록한 원생이 아니더라도 보호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누군가 살펴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를 방치했다가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원장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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