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은 물론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가 늘어나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자 10명 중 절반은 결국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등록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 9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4%가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차주 가운데 50.7%는 필요한 자금을 끝내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의 한 산업단지에서 15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 A씨는 매출 감소와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대출 연체가 발생했고, 결국 금융권은 물론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등록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지난해 9.1%로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상당수는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등록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가 약 5만9000명에서 최대 11만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이용한 불법사금융 규모는 7600억원에서 최대 1조55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4년 추정치인 이용자 2만9000~6만1000명, 이용금액 3800억~7900억원과 비교하면 이용 인원과 금액 모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연구원은 등록 대부업체 대출 데이터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추정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와 경기 둔화가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들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며 "그 결과 기존 대부업체를 이용하던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안전망에서도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서민금융의 역할도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뒤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2023년 16.6%, 2024년 17.0%에서 지난해 12.0%로 감소했다.
저신용자가 정책금융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오히려 낮아지면서 금융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년층의 신용위험도 두드러졌다. 20대는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동시에 이용한 비율이 8.9%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불법사금융 이용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신이 이용한 업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사금융인 줄 알고 이용했다'는 응답은 2023년 77.7%에서 지난해 50.9%로 감소했는데, 이는 불법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자금을 빌리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최근 대부업 이용 증가와 불법사금융 확산을 금융권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규모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풍선효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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