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 서울 광화문에 NH농협노조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농협중앙회와 NH농협은행의 지방이전 가능성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되자 농협은 정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날 집회는 지방이전 반대 움직임이 개별 기관을 넘어 금융권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광화문 메운 조합원들…2000명 계획, 4000명으로 확대
29일 정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NH농협노조 조합원들은 집회 장소를 가득 메웠다. ‘농협 본사 지방이전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조합원들은 집회 내내 “농협은 공공기관이 아니다”를 외치며 지방이전 검토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40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참가 예상 인원은 2000여명이었지만 집회 개최를 앞두고 참가 신청이 급증했다. 특히 본사 지방이전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IT본부 직원 등이 대거 참여했다. NH농협노조 조합원 1만6000여명 가운데 약 4분의 1이 무더위 속 거리로 나온 셈이다.
이현인 NH농협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공공기관 직원도, 공무원도 아니다. 농협은 200만 농민이 만든 자율조직”이라며 “정치 논리로 농협의 이전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은 농협의 자율성과 직원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8월”…농협이 먼저 움직인 이유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이전 논의와 농협 이전설이 이날 집회의 배경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지방이전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농협중앙회와 NH농협은행 본점의 이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전 후보지로는 나주와 부산 등이 꼽힌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은 없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노조 한 관계자는 “현재 농협 본사와 은행 본점 이전이 결정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강제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농협 본사와 은행 본점 유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조합원이 많아 지방이전이 현실화하면 생활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공식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이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집회에 참가한 노조 다른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임직원이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만큼 본사를 추가 이전하더라도 지방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범농협 임직원의 약 73%인 7만여명이 이미 비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중앙회와 농협은행 본점 이전 비용도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농협이 연 공동전선…국책은행으로 확산
농협의 선제 대응을 계기로 금융권 노조의 공동 대응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지방이전 공동대응 TF를 총력투쟁본부 체제로 확대하고 다음 달 공동 집회를 준비 중이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조도 오는 8월 11일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 추진 상황에 따라 쟁의행위와 총파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이전 추진 방향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농협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오면서 지방이전 논의는 개별 기관의 문제를 넘어 금융권 공동 현안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금융노조와 국책은행 노조의 공동 집회가 예정된 만큼 금융권의 공동 대응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이번 집회에는 금융노조 산하 지부와 NH농협중앙회 노조도 함께했다”며 “지방이전 문제는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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