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올해 2분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어부산이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제주항공과 진에어, 트리니티항공 등 나머지 상장 LCC도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항공사는 차입과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재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매출은 늘었지만 상장 LCC 모두 적자 전망
29일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제주항공은 2분기 매출 4504억원, 영업손실 55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하지만 영업손실은 32.8% 늘고 당기순손실은 578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485.9%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는 매출 3429억원, 영업손실 707억원으로 매출은 12.0% 증가하지만 영업손실은 67.2% 늘고 당기순손실은 546억원으로 247.4% 확대될 전망이다. 트리니티항공도 매출 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하는 반면 영업손실은 1200억원으로 53.2%, 당기순손실은 1200억원으로 53.7% 각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실적 전망은 에어부산의 2분기 실적에서 현실화됐다. LCC 가운데 가장 먼저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에어부산은 매출 2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3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61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7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도 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35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수요 회복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유가와 환율 상승, 항공기 리스료 및 정비비 증가 등 비용 부담이 더욱 빠르게 확대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비용 증가분을 운임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항공사들의 부진한 실적은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여파로 2분기 평균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95.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1% 상승했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66.1달러로 107% 급등했다.
항공사 전체 비용 가운데 유류비가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화 표시 리스료와 차입금 부담도 확대됐다.
▲ 돈 빌리고 증자…재무개선 필요
실적 악화는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실적 발표와 함께 운영자금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4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금융기관과 한도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에 따라 단기차입금은 기존 4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늘어난다. 차입 규모는 자기자본의 24.55%에 달한다.
에어프레미아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28일 11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등에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 측은 "고환율과 유가 변동성 등 항공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고유가와 고환율, 운임 약세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부족한 운영자금을 차입과 자본 확충으로 메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장 LCC 대부분은 수익성 악화로 현금 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대다수 LCC가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며 "항공유 가격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수요가 예상보다 좋더라도 항공편을 즉각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어 연내 일부 LCC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통합 대한항공 출범에 경쟁 구도 재편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 재편도 LCC에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말 초대형 대형항공사(FSC)와 통합 LCC가 출범하면서 국내 항공시장 경쟁 구도가 크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와 계열 LCC 3사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46%에 달하며 외항사를 제외하면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노선별로는 단거리 69%, 장거리 84%를 차지해 사실상 전 노선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2년간 항공권 평균판매단가(ASP)는 연평균 7.7% 하락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는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 수익성 중심의 운임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LCC들은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에 더해 통합 FSC의 가격 전략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운임 회복이 지연될 경우 현금흐름 개선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과 노선 효율화, 자본 확충 등을 병행하는 재무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