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수욕장에 가면 커피와 닭강정, 회오리감자 등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만날 수 있죠. 하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해변의 대표 간식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삶은 옥수수와 번데기인데요.
재밌는 점은 부산과 강릉, 속초처럼 지역이 달라도 해수욕장의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지역을 막론하고 해수욕장의 대표 간식은 옥수수와 번데기였던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당시의 열악한 조리 환경에 있었습니다. 1960~80년대 해수욕장은 지금처럼 전기와 냉장시설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철에만 천막을 세우고 장사하는 임시 상인도 많았죠. 복잡한 설비 없이 불과 큰 솥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유리했던 것이죠.
그중에서도 옥수수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삶을 수 있었고 따뜻한 상태로 보관하기도 쉬웠습니다. 손으로 바로 먹을 수 있어 별도의 그릇이나 수저도 거의 필요하지 않았죠. 번데기 역시 큰 냄비에 끓이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조리 과정이 간단했습니다.
재료를 구하기 쉽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옥수수는 강원도 등 주요 산지의 출하 시기가 피서철과 딱 맞아떨어졌는데요. 번데기 역시 양잠 산업이 활발했던 1960~70년대에는 흔하게 구할 수 있던 재료였습니다. 여름이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두 음식이 자연스럽게 전국 해수욕장으로 퍼져 나간 것이죠.
가격도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당시 피서는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연례행사였기 때문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 필요했습니다. 옥수수와 번데기는 저렴한 가격에 허기를 달래기에 적합했는데요. 물놀이를 마치고 덜덜 떨리는 몸을 녹이기에도 제격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푸드트럭과 프랜차이즈, 배달 서비스까지 들어오면서 해변 먹거리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종이컵 하나에 담긴 번데기와 손에 쥔 삶은 옥수수가 생각나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화려했던 청춘의 기억이, 또 누군가에겐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추억이 생각나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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