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놀이공원은 기구를 타는 시간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길다. 그런데 최근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예술기업 팀펄과 함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이동과 대기까지 테마파크 체험의 일부로 확장하고 있다. 방문객이 놀이기구만 이용하고 떠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와 미션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여름 시즌을 맞아 파크 곳곳을 ‘요괴’ 테마로 꾸몄다. ‘요괴금서’는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운영하는 여름 축제 ‘봉인해제: 요괴 대소동’의 체험 콘텐츠 중 하나로 ‘로티’가 봉인된 항아리를 건드리면서 풀려난 요괴들이 어드벤처를 점령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축제의 AR 미션형 스탬프 투어를 기획·개발한 팀펄은 요괴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통해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롯데월드라는 공간을 경험하도록 했다. 어트랙션 사이를 오가기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통로와 벽면, 장식물, 대기 구역을 이야기 속 미션 장소로 바꾼 것이다.
체험은 테마파크 내 로티스엠포리움에서 미션북을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션북에는 어드벤처 곳곳에 흩어진 요괴의 위치와 특징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어, 방문객은 이를 따라 공간을 이동하며 총 8종의 요괴를 찾아 봉인한다.
진행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내려받거나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QR코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체험을 시작할 수 있게 설계됐다. 참여자는 미션북에 제시된 단서를 추측해 해당 장소를 찾아간 뒤 화면 안내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면 된다.
평소라면 사진만 찍고 지나쳤을 공간도 미션 장소가 되자 벽면과 소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게 됐다. 곳곳에 숨은 표식 가운데 어떤 것이 AR 콘텐츠로 연결되는지 추측하며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이 하나의 체험이 되는 것이다.
총 8종의 요괴는 각각 다른 장소와 연출 속에서 등장한다. 예를 들어 물귀신 미션은 물을 활용하는 후룸라이드와 야외 호수 주변에 배치하는 식이다. 야외 공간과 실내 통로, 놀이기구 대기 구역의 분위기를 캐릭터의 성격과 어울리도록 구성해 단순히 AR 기술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특징을 활용해 차이를 두려 한 흔적이 엿보였다.
요괴를 봉인하는 방식도 캐릭터마다 달랐다. 한국 설화에서 가져온 요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한편 롯데월드의 기존 캐릭터를 이야기 속에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외부에서 별도의 게임을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롯데월드가 보유한 캐릭터와 여름 축제의 설정을 요괴 서사 안에서 연결하려 한 것이다.
대기 시간도 하나의 경험으로
테마파크에서 대기 시간은 피하기 어려운 불편이다. 롯데월드는 ‘요괴’라는 테마를 활용해 기다림 속에 경험을 집어넣는 방식을 택했다. 이용자는 줄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주변의 QR코드를 찾아 화면 속 캐릭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놀이기구에 탑승하기 전까지 수동적으로 머물던 시간이 콘텐츠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특히 일부 AR 콘텐츠는 롯데월드 내 인기 놀이기구 대기 동선에 배치됐다. 회전목마, 후렌치레볼루션, 혜성특급, 아트란티스 등 주요 어트랙션에는 미션북을 구매하지 않은 방문객도 무료로 일부 AR 미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대기 시간 중 축제의 요괴 세계관을 접하도록 한 구성이다.
롯데월드 측은 “앞서 팀펄과 아쿠아리움에서 진행한 AR 콘텐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험 공간을 테마파크로 확장했다”며 “대기 시간을 새로운 경험으로 바꾸고, 방문객이 축제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요괴금서’를 이야기의 중심 장치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보다 공간…AR을 동선에 심다
팀펄이 설계한 스탬프 투어의 핵심은 개별 AR 화면보다 요괴를 찾아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는 과정에 있다. 방문객은 풀려난 요괴를 봉인하는 역할을 맡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사의 진행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정해진 순서대로 체험하기보다 이용자 스스로 이동 경로와 순서를 결정하는 구조다.
미션의 마지막 지점을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으로 설정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방문객의 동선이 어드벤처 내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체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참여자는 동선을 민속박물관까지 확장하게 된다.
AR 자체가 낯선 기술은 아니다. 박물관이나 전시관, 지역 관광지에서도 QR코드를 이용한 스탬프 투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요괴금서’의 차별점은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널리 활용되는 기술을 대규모 테마파크의 동선과 결합했다는 데 있다.
팀펄 측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여름 시즌 세계관을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AR 미션으로 확장한 사례”라며 “인기 어트랙션 대기 동선에 콘텐츠를 배치해 기다리는 시간을 요괴를 찾고 봉인하는 놀이로 전환하고 요괴의 성격과 출몰 장소의 분위기를 연결해 공간을 이동하고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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