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우즈벡-현대중공업 인력 공급 사업, '인신매매성' 각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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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울산-우즈벡-현대중공업 인력 공급 사업, '인신매매성' 각서 논란

프레시안 2026-07-29 12:03: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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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현대중공업 등에 인력을 공급하는 '울산형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소지가 있는 각서를 작성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즈베키스탄 정부 측의 동의 없이 직장을 옮기면 월 20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채무나 담보를 이용한 강제노동을 인신매매 수단으로 인정한 바 있어, 정부와 기업이 인권 침해를 방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울산이주민센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등이 공개한 '우즈베키스탄 시민의 대한민국 취업 지원 서비스에 관한 계약서'를 보면, 우즈베키스탄 고용허가제(E-9)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벌금 의무가 적힌 계약을 자국 대외노동청과 맺고 입국했다. 대외노동청은 인력 해외 송출을 맡는 우즈베키스탄 행정 기구다.

이주노동자들은 같은 내용의 각서도 함께 제출했다. "대외노동청 한국 주재 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할 경우 매달 2000달러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국에서 미등록 체류를 하거나, 고용주의 합법적인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것도 벌금 대상에 포함됐다. 각서는 대외노동청, 당사자, 보증인, 자국 거주지의 동사무소, 그리고 '한국의 고용주'에게 각각 전달된다고 적혔다.

그런데 곧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불만이 파다하게 퍼졌다. 일감 부족에 따른 권고사직, 해고 등 타의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경우에도 벌금이 부과된 동료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울산 조선소에 있는 이들만 벌금 문제로 제대로 직장을 옮기지 못해 고충을 겪는다는 입말도 널리 퍼졌다.

▲울산형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자국 대외노동청과 작성하는 각서. ⓒ울산이주민센터

지난 22일 울산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A 씨는 "영문을 모른 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잘려 다른 직장을 구한 친구가 있는데, 벌금 6000달러(약 900만 원)를 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정도 일해야 벌 수 있다"며 "상황을 소명해도, 노동청은 '현대중공업이 당신의 이직에 이의가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는 입장만 내며 벌금을 강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울산 조선소만 이렇다"며 "다른 제조업에서 일하는 동포들은 합의나 비자 규칙에 따라 직장을 바꾸고, 벌금 내는 사람도 없더라"고 토로했다.

누적된 불만은 결국 동료의 산재 사망을 계기로 터졌다. 지난 18일 26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B 씨가 작업 중 곤돌라와 상부 발판에 끼여 사망했다. 동료들은 B 씨가 그동안 여러 번 일하다 다쳐 조선소 노동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았다. B 씨는 환경은 위험한데 급여는 최저임금으로 지나치게 열악해 줄곧 공장을 옮기고 싶어 했으나, 벌금 문제 때문에 여러 번 좌절을 겪었다고 전해졌다.

B 씨 사망 이틀 뒤인 20일 누르마트존 코밀로프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장이 울산 현대중공업 기숙사를 방문했다. 현장에선 "그가 그저 공장만 한 번 옮길 수 있었다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제발 불합리한 각서를 해결해 달라"는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김성훈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100명 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분노를 쏟아 냈다"며 "억울하게 벌금을 물고 있다는 피해 호소도 터져 나왔다. 10명 정도가 더 있다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하청업체가 내보낸 사람도 대외노동청이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냥 울산 현대중공업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는 말"이라며 "조선소에서 일할 게 아니면 우즈벡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 씨도 "도저히 몸이 견디지 못하거나 회사에 일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일반 고용허가제조차 3번까진 규칙에 따라 회사를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0일 밤 울산 HD현대중공업 기숙사 한 회의실에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100여 명이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장과 만나는 모습.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차례로 입국한 '울산 현대중공업 맞춤' 이주노동자다.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주에 세워진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 출신이다. 센터에서 3개월 간 한국어와 조선업 기술을 배우고 입국했다. 울산시가 10억여 원을 들여 교육 기자재 등을 지원했고, 현대중공업은 교육과 강사를 지원했다. 지난 6월까지 380여 명이 입국했다.

울산시와 노동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으로, 울산형 고용허가제라고도 불렸다. 당시 인력난을 겪던 조선소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와 노동부가 마련한 인력 대안이다. 조선소가 하청노동자 처우를 개선하지 않아 심화한 인력난인데, 더 낮은 처우의 이주노동자 수급으로 해결한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조선업 인력난 해소'한다고 불러놓고…인권보호 책무 어디로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어떤 상황도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며 "휴업, 폐업, 디스크 등 일을 계속 못 할 정도의 의료적 진단을 받았을 때 서면 동의, 업체 동의, 진단서 확인 등을 거쳐 허가한다. 이미 몇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계약의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은 불법(미등록) 체류 등의 문제로 지난 10년 정도 한국으로 인력 송출이 활발하지 않았다"며 "고용허가제 비용을 지불하는 한국 고용주 입장, 국가 이미지 실추 등도 고려해 근래 만들어진 걸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이뤄진 계약에 한국 관계자가 관여할 권한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에 해당한다"며 "2022년경 필리핀 농업노동자들이 겪은 이탈보증금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여군 등 일부 지자체는 농장 이탈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임금 60%를 필리핀 계좌에 예치하고 귀국 후에 돌려받는 협약을 필리핀 측과 체결했다.

인권위는 2024년 이를 노동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처럼 우즈베키스탄의 벌금 각서도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한 경제적 지위를 악용하고 경제적 제재를 통해 직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 인신매매 수단"이라는 것이다.

국제법상 인신매매는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사람을 착취할 목적으로 그를 지배·유인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국은 UN 인신매매방지의정서와 ILO 강제노동 폐지 협약을 비준했고, 2023년엔 인신매매방지법도 제정했다. 이 법 제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신매매 예방·근절,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책무를 둔다.

▲우즈베키스탄 시민의 대한민국 취업 지원 서비스에 관한 계약서 중 일부. 2.3은 대외노동청의 서면 동의 없이 사업장을 변경하면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2.6엔 '정당한 사유 없는 근로 활동 중단이나, 파업과 관련된 어떤 정치적 행사에 참가하면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울산시청 주력산업과 조선산업팀장은 27일 통화에서 "각서 내용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타국 정부와 근로자가 맺은 계약이라 국내법적 효력은 닿지 않는다"며 "비자 제도나 고용허가제 자체엔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동향을 파악하고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관계자도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이뤄지는 계약이기에 국내법적으로 무엇을 할 권한이나 방법은 없다"며 "국제법상의 문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는 추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홍보팀은 "당사는 해당 각서 체결 및 벌금 부과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해당 각서는 당사에 전달되지 않았으며, 당사의 확인서를 제출하면 벌금이 면제된다는 내용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해외 취업자 관리 체계의 사안으로 보인다"며 "당사는 해당 제도의 운용 주체가 아니므로 세부적인 내용은 관련 기관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최 변호사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의 주요 국가는 공급망실사법 체계를 갖추고 있고, 특히 미국은 기업의 공급망 내에서 인신매매가 발생했을 때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한다"며 "기업이 사안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해당 물품의 수입이 금지될 수 있기에, 기업, 지자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인신매매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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