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서울 자치구들이 공원과 하천 등을 활용해 운영하는 도심 물놀이장과 한강 수영장이 새로운 피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물놀이장 이용 정보뿐 아니라 주변 맛집과 카페 등 함께 방문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확산하고 있다. 물놀이를 마친 방문객들이 인근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도심 물놀이장이 주변 상권의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새로운 집객시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물놀이 끝나면 밥 먹으러 간다"…도심 물놀이장이 키운 주변 상권
마로니에공원 인근에 위치한 '연지물놀이터'는 종로구가 운영하는 도심 물놀이장이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워터파크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놀이시설이 눈에 띄었다. 높이 설치된 바구니에서 한꺼번에 물이 쏟아지는 워터버킷을 비롯해 워터슬라이드와 워터터널, 바닥분수 등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은 물총을 들고 뛰어다니거나 미끄럼틀을 반복해서 타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보호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물놀이장 주변에는 그늘막과 벤치가 마련돼 있었고 공원 내 탈의실과 화장실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부모들은 물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수질 관리를 위해 치킨이나 라면 등 배달 음식의 반입과 취식은 제한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과자와 음료,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하거나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과일과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대학로 일대 음식점과 카페로 이동해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을 주변 상권으로 이끌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방문객들은 물놀이를 마친 뒤 차량을 세워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주차장과 대학로8가길 공영주차장,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주차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주차장과 가까운 대학로 일대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을 함께 이용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장시간 차량을 세워둔 뒤 다시 먼 곳으로 이동하기보다 물놀이장 인근에서 식사나 휴식을 해결하려는 가족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정사랑 씨(40·여)는 "집이 동대문구인데 날씨가 워낙 더워 아이와 함께 가까운 물놀이장을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며 "생각보다 시설도 다양하고 안전요원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안심하고 아이를 놀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놀이장 안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놀이가 끝난 뒤 이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며 "차를 인근 주차장에 세워둔 만큼 멀리 이동하기보다는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고 대학로를 둘러본 뒤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지물놀이터 주변에는 혜화역을 중심으로 대학로의 음식점과 카페, 공연장 등이 밀집해 있다. 종로5가와 광장시장 상권으로도 이동하기 쉽다. 특히 광장시장은 빈대떡과 육회, 마약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어 물놀이를 마친 가족들이 식사와 나들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SNS에서도 이러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연지물놀이터'를 검색하면 해시태그 게시물은 100여건 수준으로 많지 않았지만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는 4만회를 넘어섰다. 또 '#혜화역맛집'과 '#종로5가역', '#광장시장'을 검색하면 각각 20만8000개, 4만7000개, 108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을 정도로 인근 상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인근 상권까지 이동하기 부담스러운 가족들은 물놀이장 바로 옆에 위치한 이탈리아 음식점이나 대학로 일대 식당을 찾고 있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방문객들이 장거리 이동 대신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물놀이장과 맞닿은 음식점과 카페가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모습이다.
동대문구 정릉천 일대에서도 어린이 물놀이장이 운영되고 있다. 제기1교와 방아다리교 사이에 조성된 '제기 맑은샘 물놀이장'은 얕은 수심과 분수시설을 갖춘 무료 도심 물놀이장으로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들이 주로 찾는다. 다만 비가 내리거나 우천이 예보된 날에는 운영하지 않고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장하는 만큼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놀이장은 아파트와 빌라 등 주거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별도의 주차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실제 이용객 대부분도 걸어서 방문하는 인근 주민들로,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대형 시설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생활밀착형 물놀이 공간의 성격이 강했다.
르데스크가 현장을 찾은 일요일 오후에는 우천 예보로 물놀이장 운영이 취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휴장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일부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미 외출한 만큼 그대로 귀가하기보다는 제기동역이나 고려대 앞 상권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갈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민들은 정상 운영되는 주말이면 물놀이장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찰 정도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들은 집에서 준비한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을 기다리거나 음식을 포장·배달해 함께 먹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여름철마다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 음식점과 카페에도 일정한 소비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진철 씨(40·남)는 "아이 물놀이용 짐까지 모두 챙겨서 왔는데 우천 예보 때문에 운영하지 않는다고 해 아쉽다"며 "그래도 이미 나온 김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근처에서 밥을 먹고 들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 앞에서 먹을지 제기동역 쪽으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두 곳 모두 가성비 좋은 식당이 많아 먹고 싶은 메뉴를 검색해서 가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에서 '#고려대맛집'은 약 4만2000건, '#제기동역맛집'은 5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게시물에는 고려대 앞 가성비 식당과 제기동역 일대 맛집, 카페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다수 올라와 있어 지역 상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영장 하나에 살아난 골목상권…한강공원 주변 여름 특수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2030세대 사이에서는 한강공원 수영장이 여름철 대표 도심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의도한강공원 수영장에서는 매주 금·토·일요일 저녁 DJ파티가 열리면서 물놀이와 음악, 한강 야경을 함께 즐기려는 청년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수영을 즐기는 공간을 넘어 여름철 복합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뚝섬한강공원 수영장 인근 자양역 1번 출구 주변에는 한강 이용객을 겨냥한 대여점들이 다수 영업 중이다. 이들 매장에서는 웨건과 돗자리, 캠핑 테이블, 미니 선풍기, 보조배터리 등 한강에서 필요한 용품을 시간 단위로 빌려주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직접 준비하기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만 빌리는 이용객이 늘면서 관련 상권도 함께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강공원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건대입구나 성수동까지 이동하기보다 자양역 굴다리를 건너 아파트 단지 인근 상권을 찾는 이용객들도 적지 않았다. 한강공원과 도보로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음식점과 카페가 밀집해 있어 비교적 짧은 이동만으로 식사와 휴식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희 씨(23·여)는 "뚝섬한강공원에 갈 때마다 돗자리나 웨건을 챙기기 번거로워 자양역 근처 대여점을 자주 이용한다"며 "예전에는 자양역 근처에는 맛집이 많지 않을 것 같아 항상 건대나 성수까지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SNS를 보니 생각보다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 굳이 많은 짐을 들고 사람이 붐비는 건대나 성수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자양역 인근 상권의 인기는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양역'을 검색하면 5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으며 '#자양역맛집'과 '#자양역카페' 등 세부 해시태그에도 각각 500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게시물 대부분은 한강 나들이와 함께 들르기 좋은 카페와 식당, 디저트 가게 등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한강공원 이용객의 소비 동선이 자연스럽게 자양역 상권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자양역 인근에는 오래된 주택가를 중심으로 수십 년째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다. 백반집과 분식집, 고깃집 등 지역 주민들의 단골 음식점이 곳곳에서 영업 중이었으며 최근에는 젊은 층을 겨냥한 감성 카페도 하나둘 들어서며 신구 상권이 공존하고 있다. 통창과 우드톤 인테리어를 갖춘 소규모 카페들은 직접 만든 디저트와 개성 있는 음료를 앞세워 한강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자양역 인근 한 카페는 역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진 주택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내부 좌석은 5개 남짓에 불과한 작은 규모였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부분 인근 주민이었으며 이곳에서는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몬라임 에이드와 미숫가루, 토마토 바질 등 개성 있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주말에는 한강공원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들르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옷에 묻은 물기만 어느 정도 정리하고 방문하면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의도한강공원 수영장은 방문객의 이동수단에 따라 주변 상권 이용 여부가 엇갈렸다. 차량을 이용해 방문한 사람들은 물놀이를 마친 뒤 젖은 옷과 각종 짐을 챙겨 곧장 귀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온 방문객들은 귀가 전 국회의사당역 인근 음식점과 카페에 들러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수영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국회의사당역 상권을 주로 이용했다. 여의도역까지 이동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하는 데다 물놀이 용품과 돗자리, 아이의 짐까지 들고 있어 이동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의사당역 주변에서 식사를 마친 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최이수 씨(41·여)는 "아이가 방학인데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버스를 타고 한강공원 수영장에 왔다"며 "물놀이를 마치고 나니 저녁 시간이 다 됐는데 집에 가서 씻고 다시 식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근처에서 간단히 먹고 돌아가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짐이 많고 아이도 지쳐 있어 여의도역까지 걸어가기보다는 가까운 국회의사당역 주변에서 식사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국회의사당역 인근 고깃집과 국수집 등 주요 음식점에는 퇴근한 직장인과 한강공원 수영장을 다녀온 것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수영장이 오후 5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휴식시간에 들어가면서 이 시간대에 물놀이를 마치고 귀가하려는 방문객들이 주변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수영복 가방과 튜브, 돗자리 등을 든 채 식당을 찾는 가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평소 직장인 수요에 의존하던 국회의사당역 상권에 여름철 한강공원 이용객이라는 새로운 소비층이 더해진 모습이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평소에는 국회 인근에서 시위하는 사람들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 주변 카드사와 오피스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주된 손님이다"며 "최근에는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들르는 가족 단위 손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원한 음료를 주문한 뒤 잠시 쉬었다가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퇴근 시간대 직장인 위주였다면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손님도 적지 않아 여름철에는 손님 구성이 확실히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에서 '#국회의사당역'을 검색하면 1만6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으며 '#국회의사당맛집' 관련 게시물은 3만9000건을 넘어섰다. 게시물에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점심 식당뿐 아니라 한강공원 방문 전후 들르기 좋은 고깃집과 국숫집, 카페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다수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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