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설명 필요 없는 압도적 스타일리시 콘텐츠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 음악에서 영상으로, 감각의 방향을 바꾸다
- 콘텐츠 수익화 트레이닝 플랫폼 ‘퍼플유니버스’ 공개
영상 제작의 문턱이 낮아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모바일 앱으로 편집하며, 인공지능 도구로 기획과 이미지 구현까지 시도하는 시대다. 그러나 도구가 쉬워졌다고 좋은 영상의 기준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짧은 콘텐츠일수록 시선을 붙잡는 밀도는 더 중요해졌고, 기업과 브랜드가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도 단순한 홍보를 넘어 콘텐츠를 통한 설득과 신뢰 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결국 기획의 방향, 촬영 현장의 판단, 편집의 정교함, 음악과 호흡을 맞추는 감각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결과물은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음악에서 출발해 영상 제작과 교육, 비즈니스 콘텐츠 트레이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온 주인씨필름 구주인 대표가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뮤지션의 감각이 영상에 스며들다
유수의 기업과 기관의 영상 제작은 물론 해커스 교육 대표 강사와 대학 출강, 영상 제작 교육 콘텐츠를 이어가며 제작자의 역할을 교육과 비즈니스 콘텐츠 영역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구주인 주인씨필름 대표. 흥미롭게도 그의 출발점은 영상이 아니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던 청년이자 음악을 사랑한 뮤지션이 그의 시작이었다.
영상은 그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손에 잡힌 도구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가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지금과 달랐다. 구 대표는 음악 활동을 알리고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지만, 촬영과 편집을 반복할수록 영상이 가진 가능성은 조금씩 발견하게 됐다.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다. 음악은 오랜 시간 준비해도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변수가 많았다. 반면 영상은 공부하고 시도한 만큼 작은 의뢰가 생겼고, 결과물이 곧바로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구 대표는 그 차이를 확인하며 영상 제작을 더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음악을 떠난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익힌 감각이 다른 표현 방식으로 확장된 셈이다.
구 대표는 “음악을 할 때의 감각이 영상에도 잘 버무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상 관련 교육을 할 때 영상은 종합 예술이자 복합 문화 예술이라고 설명하죠”라고 말했다.
그 생각은 지금의 작업 방식에도 잘 묻어난다. 그는 영상에서 시각적 완성도만큼 청각적 요소를 중요하게 본다. 가령 제작 기간이 일주일 정도 주어지면 음악 선곡에만 며칠을 쓰기도 한다. 한 편의 영상에 어울리는 곡을 찾기 위해 수백 곡을 듣고, 당장 쓰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곡은 따로 기록해 둔다. 영상의 분위기와 리듬, 편집 호흡이 음악과 맞물릴 때 결과물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책임의 범위를 넓히다
프리랜서 감독으로 활동하던 시기, 구 대표가 맡을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비교적 분명했다. 1인 제작자로 움직이거나, 필요한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작업 자체에는 익숙했지만, 기업과 기관의 입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의뢰처는 결과물뿐 아니라 계약과 정산, 일정 관리, 책임 소재까지 함께 확인한다. 영상 제작 역량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주인씨필름은 이러한 시장의 필요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창업 자체가 목표였다기보다, 이미 이어가고 있던 작업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사업자가 된 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사람과 기준이었다. 영상 제작 현장은 유연하게 움직인다. 감독과 작가, 편집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회사의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했다. 구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완성도의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바랐다. 단순히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영상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외주 작업이라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하다못해 건축 현장에서 시멘트 하나를 바르더라도 ‘내가 지은 건물’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있듯, 영상도 그런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기준은 초창기 운영 과정에서 갈등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일부 작업자는 ‘수익을 만드는 수단’으로만 영상을 바라봤고, 구 대표는 그 생각과 자주 부딪혔다. 영상 제작이 비즈니스인 동시에 창작의 성격을 가진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업체 운영은 구 대표에게 제작자의 시야를 넓히는 일이기도 했다. 프리랜서 시절에는 자신이 맡은 작업을 잘 완수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주인씨필름 설립 이후에는 팀의 결과와 의뢰처의 신뢰까지 함께 책임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상 제작의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기준을 더 분명히 정리해 갔다.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공백 이후 다시 찾은 진정한 영상의 밀도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은 제작 역량만으로 감당되지 않았다. 구 대표는 한때 공동으로 추진했던 법인 사업에서 큰 손실을 겪었다. 예상하지 못한 책임과 재산상 피해가 한꺼번에 닥쳤고, 그 여파는 곧바로 일상과 일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일정 기간 영상 작업을 멈춰야 했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나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 시기에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일은 교육이었다. 한 광고·프로젝트 대행사 대표가 꾸준히 연락을 주었고, 구 대표는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영상 교육을 맡게 됐다. 대상은 발달장애인 수강생들이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손 놓았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이어가며 그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교육은 석 달가량 이어졌다. 구 대표는 매주 한 번씩 복지관을 찾았고, 수강생들은 수업 때마다 질문하고 반응했다. 그에게 그 시간은 다시 사람을 마주하고 설명하는 일이었다. 영상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 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구 대표는 “그 친구들은 수업 때마다 해맑게 웃고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마음일 수 있겠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덤덤히 전했다.
당시의 공백은 그의 작업 방식에도 변화를 남겼다. 이전에도 구 대표의 영상은 스타일리시한 촬영과 강한 편집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 전 그는 해외 영상 트렌드를 다시 살폈다. 콘텐츠 흐름이 해외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촬영 방식만이 아니라 짧은 영상 안에서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편집 방식까지 다시 공부했다.
2024년 복귀를 앞두고 그는 약 3개월 동안 편집 테크닉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10초, 20초의 짧은 영상에서도 시선을 멈추게 하는 퍼포먼스를 목표로 삼았다. 이전의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더 강한 리듬과 세밀한 화면 전환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주인씨필름의 영상이 공백 이후 한층 더 빠르고 선명한 인상을 갖게 된 배경에는 바로 이 시간이 존재한다.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완성도’는 ‘정성’의 다른 표현
주인씨필름의 영상은 빠르게 눈에 들어온다. 화면 전환이 많고, 움직임이 강하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요소가 맞물린다. 그러나 구주인 대표가 강조하는 지점은 화려함 자체가 아니다. 영상의 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훨씬 작은 단위로 본다. 한 장면의 리듬, 움직임이 바뀌는 타이밍, 음악이 들어오는 위치, 효과가 끝나는 지점까지 세밀하게 조정해야 비로소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하는 지점은 프레임이다. 일반적으로 1초의 영상은 여러 장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많은 제작자가 일정 수준에서 편집을 멈추지만, 구 대표는 그 지점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옷이 바뀌는 짧은 장면 하나를 만들 때도 수십 장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조합하고, AI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마지막 완성도는 사람의 손으로 맞춘다. 보는 사람에게는 1초 안팎의 장면이지만, 제작자에게는 수많은 조정과 확인이 필요한 시간이다.
구 대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멈추면 다른 영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그 지점에서 한두 단계만 더 집중하자고 감독들에게 말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방식은 제작비를 높이기 위한 전략과는 다르다. 구 대표는 주인씨필름의 영상이 높은 완성도 때문에 비쌀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일반적인 프로덕션에 외주를 맡기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작업을 구성하려 한다. 높은 단가를 앞세우기보다, 같은 조건 안에서 어디까지 더 집중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태도도 비슷하다. 구 대표는 촬영을 단순히 주어진 분량을 채우는 일로 보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서 필요한 소스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촬영을 제안하기도 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위해 비용을 받지 않고 보완 작업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의뢰처가 요구한 범위만 처리하는 방식보다, 결과물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가끔 클라이언트가 이 정도만 해도 된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봤을 때 추가 촬영이 필요하면, 이건 저희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재의뢰로 꾸준히 이어진다.
ⓒ 주인씨필름(JuInSEE FILM)
‘퍼플유니버스’로 넓히는 콘텐츠 교육의 길
구 대표의 활동에서 교육은 별도 부업처럼 놓이지 않는다. 주인씨필름의 유튜브 채널 역시 처음부터 영상 제작 교육 콘텐츠로 설계됐다. 그는 전문 용어를 앞세우는 방식보다, 처음 영상을 접하는 사람이 따라올 수 있는 설명을 택했다. 어려운 개념은 쉬운 말로 풀어냈고, 기능을 알려줄 때도 실제 사용자가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먼저 살폈다. 시골에 사는 70대 어르신이 영상을 배우고 싶어 채널을 찾아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이유다.
그 방식은 외부 교육으로 이어졌다. 유튜브 콘텐츠를 본 기관과 기업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부산 콘텐츠진흥원 관련 의뢰도 그 흐름에서 시작됐다. 이후 특강과 세미나, 프로젝트형 교육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해커스 교육에서도 섭외 요청을 받았고, 올해는 대표 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동명대학교 엔터테인먼트예술학과에도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 제작과 현장 진입에 필요한 내용도 가르치며, 개별 멘토링에도 적극 임하고 있다. 기술의 교육을 넘어 영상 분야에 진입하려는 학생들이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사회 안에서 활용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준비 중인 플랫폼 ‘퍼플유니버스’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퍼플유니버스는 교육 전문 기업과 2년가량 시스템을 준비한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 수익화 트레이닝 플랫폼’이다. 콘텐츠 제작을 대신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콘텐츠로 이해하고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숏폼이라도 직접 만들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콘텐츠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나아가 그는 영상 아카데미 구상도 이어가고 있다. 촬영, 편집, 기획, 연출을 따로 배우는 방식보다 전체 제작 과정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준비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상권과 전라도까지 지역 거점을 넓히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감독 중 일부는 향후 교육자로 함께할 수 있도록 별도 라인으로 양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가이드북도 집필 중이다. 그는 AI를 도구로 쓰더라도 영상의 기본 지식과 편집 감각이 없으면 결과물에 이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주인 대표의 다음 행보는 주인씨필름의 제작사로서의 성장을 넘어, 영상을 대하는 방식의 확장으로 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 구 대표는 그 영상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기준을 다듬어 가고 있다. 그리고 짧은 콘텐츠 하나에도 기획과 감각, 실행과 책임이 함께 필요하다는 그의 기준은, 영상이 많아진 시대에 오히려 더 선명하고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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