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지 마세요"…40도 일상 되자 올해부터 '혹서일'까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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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지 마세요"…40도 일상 되자 올해부터 '혹서일'까지 생겨

이데일리 2026-07-29 11:03: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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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사상 최악 수준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열사병 사망자와 환자가 속출하자, 급기야 ‘혹서일’(酷暑日·고쿠쇼비)이라는 새 기상용어까지 만들어졌다.

29일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3~19일 일주일간 열사병으로 구급 이송된 사람은 1만 857명으로 올해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4958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직전 주와 비교하면 2.4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첫 진료에서 이미 사망이 확인된 사람이 14명으로 집계됐다. 5월 이후 누적 이송자 수만 2만 4430명에 이른다.

지난 22일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AFP)
지난 22일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AFP)


◇폭염일 위에 ‘혹서일’…40도 이상 새 용어 연일 등장

일본 기상청 예보에선 연일 ‘혹서일’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도입된 이 용어는 최고기온 40도 이상인 날을 지칭하며, 이번 여름부터 공식 예보용어로 쓰기 시작했다.

앞서 일본 기상청은 13개 후보를 놓고 올해 2~3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혹서일’이 전체 47만 8000표 가운데 20만 2000표로 1위를 차지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역으로 ‘사우나일’, ‘자택대기일’ 같은 재치 있는 답변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자조가 그대로 묻어난다는 평이다.

새 용어를 도입한 것은 2018년 이후 40도를 넘는 곳이 매년 늘고 있어서다. 그동안 일본 기상청 기준은 25도 이상 ‘여름날’, 30도 이상 ‘한여름날’, 35도 이상 ‘폭염일’까지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총 30곳에서 기온이 40도를 넘겼고, 군마현 이세사키시는 관측 사상 최고인 41.8도를 찍기도 했다. 올해 첫 혹서일은 지난 21일 기후현 다지미시(40.3도)였다.

◇뜨거워진 날씨, 정반대로 얼어붙은 경제

날씨가 뜨거워질수록 경제는 되레 얼어붙고 있다. 열사병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 운영을 직격하는 현실의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도쿄의 여름 더위가 동남아시아 수준에 이르렀다며, 더위로 잃는 노동 시간이 연간 28억 시간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에서 열사병으로 숨지거나 나흘 이상 결근한 사람은 1681명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약 70%가 7~8월에 몰렸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0%, 제조업이 13%를 차지했다.

밥상 물가도 흔들린다. 니가타현의 명품 쌀 고시히카리가 대표적이다. 폭염이 덮친 2023년 니가타현산 고시히카리의 1등급 비율은 4.3%까지 떨어졌다. 평년 75.3%와 견주면 사실상 붕괴다. 벼가 여무는 시기에 너무 더우면 쌀알이 하얗게 흐려지는 ‘백미숙립’이 늘어 상품 가치를 잃는다. 니가타현은 당시 농가 수입이 8%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가축도 견디지 못하고 있다. 후쿠오카방송(TNC)이 지난 24일 찾은 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의 한 양계장에서는 닭들이 입을 벌린 채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 농장의 산란율은 예년보다 10%가량 떨어졌고, 껍질이 얇아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가는 ‘연란’이나 메추리알만 한 알이 나온다. 돼지도 더위에 사료를 먹지 않아 성장이 늦어지고 수태율이 떨어지면서 출하 두수가 줄고 있다. 엔저에 따른 수입 사료비 부담과 냉방 전기료까지 겹쳐 축산 농가는 ‘삼중고’에 놓였다.

일본 도쿄 관광지인 센소지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에 모여 있다. (사진=AFP)
일본 도쿄 관광지인 센소지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에 모여 있다. (사진=AFP)


◇“외출 안해!”…개인들 지갑도 닫혀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자 사람들이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여름은 원래 일본 내수의 대목이었다. 축제와 해수욕장, 테마파크로 인파가 몰려 내수 경기를 떠받쳤지만 지금은 실내에 머무는 ‘방콕 소비’로 돌아섰다.

일본 경제매체 도요케이자이는 지난 25일 기온이 38.8도까지 오른 교토를 걸어본 르포를 실었다. 늘 발 디딜 틈 없던 기요미즈데라와 아라시야마가 텅 비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라시야마의 상징인 도게쓰교와 상점가도 한산했다. 야외 관광지의 낮 시간대 유동 인구가 끊기면서 주변 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기온이 35도 부근까지는 오를수록 소비가 늘지만 그 이상에서는 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인용하며 “너무 더운 여름은 소비를 얼린다”고 짚었다. 민간 기상업체 웨더뉴스는 올여름 더위의 정점을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하며, 교토와 고후에서 폭염일이 각각 33일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객은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시설이나 서늘한 홋카이도로만 쏠리는 양극화도 뚜렷해졌다. 더위를 피해 홋카이도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기 지역 별장과 콘도미니엄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하지만 홋카이도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다. 닛케이는 “‘에어컨이 필요 없다’던 홋카이도가 옛말이 됐다”며 “이제 임대주택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 다이킨 등 제조사들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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