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9일(한국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UEFA가 산하 55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긴급회의 개최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는 이번 주 안에 화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논의 대상에는 유럽 국가들의 월드컵 불참 가능성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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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불씨는 FIFA가 꺼내 든 대규모 외부 자본 유치 계획이다. FIFA는 최근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고 월드컵을 비롯한 대회의 상업·운영 사업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FFE의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평가한 뒤 비지배 소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팔아 올해 최대 42억 달러(약 6억1000만 원)를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FIFA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 후보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인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사 ‘스라이브 이터널’도 거론됐다.
UEFA의 반응은 단호했다. “축구는 FIFA가 팔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UEFA는 성명을 통해 “축구의 영혼과 지배 구조는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며 “특히 누가 경제적 이익을 얻는지조차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가운데 누구도 축구의 주인이 아니다”면서 “축구는 FIFA의 소유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UEFA가 실제로 월드컵을 보이콧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유럽이 이 카드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FIFA에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스페인과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강호와 스타들이 빠지면 월드컵의 경기력뿐 아니라 중계권과 광고 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FIFA는 2021년 월드컵을 2년마다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UEFA가 대회 불참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계획을 접었다. UEFA가 이번에도 ‘보이콧 경고장’을 협상용 무기로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FIFA는 이번 계획이 세계 축구의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세계 축구의 민주화를 위한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투자금이 들어오면 211개 회원국에 지급하는 발전기금을 현재 주기당 800만 달러(약 116억 원)에서 2000만 달러(약 2908억 원) 이상으로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갖더라도 대회 운영과 규정, 경기 일정 등에 대한 최종 권한은 FIFA가 유지한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UEFA는 정반대로 바라보고 있다. 축구 발전을 위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월드컵이라는 공공 자산을 민간 자본에 넘기는 ‘축구의 사유화’라는 것이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세계 축구가 또 다른 전쟁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라운드가 아닌 돈과 권력을 둘러싼 싸움이다. 월드컵 트로피를 둘러싼 싸움은 끝났지만, 월드컵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둘러싼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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