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대신 백화점…'극한 더위'가 만든 신풍속도
가족단위 방문객 줄이어…"시원하고 즐길 거리 많아 좋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너무 더워서 아이들과 시원한 곳을 찾아 백화점에 왔어요."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백화점이 쇼핑 공간을 넘어 '도심 속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집 단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아쿠아리움과 체험시설을 찾으면서 개점 직후부터 주차장이 가득 차고 실내 곳곳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백화점들은 월 10억원에 달하는 냉방비를 감수하며 냉방시설을 풀가동하는 한편 휴식 공간과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며 폭염 특수를 맞고 있다.
기록적인 더위가 시민들의 피서 문화는 물론 유통업계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대구 신세계백화점 1층.
경남 거창군에서 온 어린이집 원아 57명이 교사들과 함께 9층 아쿠아리움 견학을 위해 엘리베이터 앞으로 줄을 서고 있었다.
다른 어린이집 단체도 잇따라 도착하며 이내 백화점 1층은 정문 로비부터 엘리베이터 앞까지 어린아이들로 북적였다.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들뜬 표정으로 뛰어가려는 아이의 손을 교사들이 꼭 잡고 제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남 거창 '신나는강남어린이집' 이성숙(59) 원장은 "거창에서 아이들과 아쿠아리움을 보러 왔다"며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즐겁게 견학한 뒤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아쿠아리움이 있는 백화점 9층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단체 관람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아쿠아리움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만 단체 예약팀 4개가 방문했다.
주차장은 개점 직후부터 빠르게 들어찼다.
오전 10시 30분 개점과 동시에 지하 4층까지 만차를 이뤘고 오전 11시 15분께에는 지하 5층도 사실상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여성복 매장에서는 인기 팝업스토어에 고객이 몰리며 '50번대 대기번호는 3시간 이상 대기'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해당 매장 대기 줄은 주변 매장을 여러 바퀴 둘러설 정도였다.
아이와 백화점을 찾은 한 30대 부모는 "유치원 방학이라서 둘 다(부부) 휴가를 내고 왔다"며 "멀리 가지 않아도 체험할 거리도 있고 시원해서 좋다. 물놀이도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런 폭염에는 백화점이 가장 낫다"고 말했다.
29일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여름철 월 전기요금은 약 10억원으로 봄·가을철 6억∼7억원보다 약 30%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측은 "내부적으로는 '대구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라는 목표 아래 냉방 설비를 '풀가동' 하고 있다"고 밝혔다.
냉방비 부담에도 백화점들이 냉방을 줄이지 않는 것은 쾌적한 쇼핑 환경이 고객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시원한 실내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백화점들은 냉방을 대폭 강화하고 휴식 공간과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우병운 대구 신세계백화점 홍보부장은 "폭염이 길어질수록 고객들이 더위를 피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실내 온도와 휴식 환경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쇼핑뿐 아니라 문화·체험 공간으로도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백화점에서는 실제 방문객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최근 2주간 방문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8% 증가했고 구매객 수도 3% 늘어난 44만4천명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역시 이달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방학이 시작된 지난 18∼19일에는 방문객이 약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주말(25∼26일)에는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되면서 증가 폭이 4% 수준으로 둔화했다.
다만 유통업계는 폭염 자체가 소비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더위보다 팝업스토어와 체험 콘텐츠, 쾌적한 쇼핑 환경이 고객 유입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요즘은 더위라는 소재보다 팝업스토어와 대형 행사 등 콘텐츠 중심으로 고객이 움직이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백화점들은 여름철 행사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폭염에 맞춰 냉방 가전 할인과 보양식 행사 등 여름철 계절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백화점은 단순히 쇼핑하는 공간을 넘어 더위를 피하고 쉬어가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냉방과 휴식 공간, 체험형 콘텐츠를 지속해 강화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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