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 공식을 바꾼 경영인이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가 경쟁력으로 여겨지던 시기, 그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택했다. 이후 뷰티 디바이스까지 영역을 넓히며 에이피알을 글로벌 뷰티테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통한 ‘롱제비티(Longevity)의 대중화’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 온라인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다…D2C 전략 차별화
김 대표는 1988년생으로 2014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 미국 교환학생 시절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비자의 구매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온라인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축적된 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판단했다.
첫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은 기능성 스킨케어 사업을 설계하는 데 모델이 됐다. 김 대표는 기존 업체들이 의존하던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보다 자사몰 D2C 전략을 내세웠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제품 기획과 브랜드 전략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키웠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의 피부 고민에 맞춘 솔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젊은 소비층을 빠르게 확보했다.
◆ 아마존 순위 석권…‘데이터’ 경쟁력
김 대표가 일찌감치 선택한 D2C 전략은 에이피알 성장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자사몰에서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매 이력과 검색 데이터, 재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활용했다.
이같은 시스템은 미국 시장 공략 과정에서 기업 체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 가격대를 데이터로 분석한 뒤 이를 제품 기획에 반영했다.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는 의사결정 방식도 이 과정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따라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내 에이피알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7.1%(3위)에서 올해 1분기 14.1%로 7%포인트 상승하며 1위에 올랐다. 유럽 주요국 프라임데이에서도 뷰티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디지털 마케팅에도 과감했다. 김 대표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국가별 소비 특성에 맞춘 콘텐츠 전략을 펼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유명 인플루언서 협업과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메디큐브를 해외 소비자에게 널리 알렸다.
◆ 뷰티테크 기업으로 진화…AGE-R, 성장 엔진 됐다
김 대표는 화장품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했다. 스킨케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만으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소비자가 집에서도 전문적인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뷰티 디바이스는 일부 브랜드 중심 시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피부관리 루틴이 일상이 되고, 이에 따른 홈 케어 기기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을 읽었다.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함께 사용하는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면 기존 화장품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전략은 2021년 뷰티기기 브랜드 ‘에이지알(AGE-R)’ 출범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디큐브 화장품과 함께 사용하는 브랜드 경험을 구축했다. 소비자는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장품을 함께 구매하고, 화장품 이용자는 다시 디바이스를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객단가와 재구매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시장 반응은 실적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양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이후 에이피알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창립 이후 11년 연속 성장이라는 기염을 토했고, 영업이익은 365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34억원, 1523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89%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다.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약 13조원으로 최대주주인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가치도 4조원을 웃돈다.
◆ ‘롱제비티’ 글로벌 청사진 제시…의료기기, 차세대 성장동력 정조준
김 대표는 2024년 기업공개(IPO)도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닌 성장의 연장선으로 봤다. 김 대표는 상장 당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상장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도 한층 강화했다. 에이피알은 2022년 뷰티 디바이스 연구개발 조직인 'ADC(APR Device R&D Center)'를 설립하며 원천기술 내재화에 나섰고, 관련 특허 확보에도 속도를 냈다. 뷰티 디바이스의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을 자체 확보해 외부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의 시선은 뷰티테크를 넘어 의료기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 오브 뷰티 글로벌 포럼에서는 '롱제비티(건강한 노화)의 대중화(Democratizing Longevity)'를 제시하며 의료기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했다. 이르면 연말 국내에서 미용 의료기기 신제품을 선보인 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 시장이 김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은 또 한 번의 혁신의 결실이다. D2C와 뷰티 디바이스로 성장 공식을 새롭게 탄생시킨 김 대표가 의료기기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안착시키며 에이피알을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가 그의 다음 경영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김병훈>
■ 학력
연세대학교 경영학
■ 주요 이력
2014.10 ㈜에이피알 설립
2017.04 포브스 ‘2017 아시아 영향력 있는 30 세 이하 리더’ 선정
2018.06 에이피알 ‘2018 고용노동부 대한민국 일자리 100대 으뜸기업’ 선정
2023.06 에이피알 대한민국 유니콘 기업 선정
2024.02 에이피알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2026.05 에이피알 타임 '2026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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