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이 손끝에서 저 손끝까지가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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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이 손끝에서 저 손끝까지가 '발'이다

연합뉴스 2026-07-29 05:55:03 신고

한 농부가 땀 흘려 일하다 그늘 밑에 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쉰다. 파라솔이 땡볕을 가린 인공 응달이다. 어느 신문이 가마솥더위 속 그 풍경을 그리며 '한 뼘 그늘'이라는 표현을 썼다. 작은 한 뼘이 주는 큰 위안이다.

뼘, 그거 얼마 안 되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을 완전히 펴서 벌렸을 때 두 끝 사이의 거리. 손과 팔을 이용한 길이 표현에서 우리말을 찾는다. 뼘보다 더 작은 건 마디다. 손가락 관절마다 꺾이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바로 마디다. 마디 촌(寸)에 뜻 지(志)를 쓴 촌지는 원래 작은 뜻이다. 손목에서 맥박 뛰는 자리까지를 이르는 데서 왔다는 마디라고 하지만, 그 마디와 손가락 마디의 길이는 어금버금하다.

'발'에 대한 사전의 정의 '발'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길이를 늘여 보자. 팔이 필요하다. 두 팔을 양옆으로 편다. 한쪽 손끝에서 다른 쪽 손끝까지 길이. 그건 '발'이다.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든 물건도 발이라고 한다. 이 발이 발 효과를 내려면 최소 한 발쯤은 길이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양팔을 둥글게 모아 둘레를 만든다. '아름'이다. 내 가슴팍까지 따져 발과 아름의 길이를 잰다면 서로 같을 수밖에 없다. 아름의 지름에 원주율(3.14)을 곱한 값이다.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아름드리'다. 아름이 넘는다니 풍성한 느낌이다.

손은 분량을 눈가늠하는 데에도 쓰여 여러 말을 만든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요리사는 말한다. 국물 맛이 싱거울 땐 소금을 한 '꼬집' 넣으라고. 이 말은 사전에 없다. 같은 뜻의 올림말은 '자밤'이다. 나물이나 양념 따위를 손가락을 모아서 그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가 자밤이다. 한 자밤에도 심심하면 두 자밤 넣어야 한다. 한 자밤이 작은 '꼬집'이라면 두 자밤은 '큰 꼬집'일 터다. 단체급식용 대용량 들통에 끓이는 국이라면 자밤의 셈법으론 어림없다. 소금을 치더라도 줌 또는 움큼 단위로 쳐야 맛을 낸다.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분량의 길고 가느다란 물건이나 그 물건의 분량을 세는 단위는 또, 따로다. '모숨'이다. 길고 가느다란 것이라 했다. 부추 한 모숨, 미나리 두 모숨, 담배 세 모숨 하고 센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사전의 '모숨' 정의 사전의 '모숨'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남일, 『우리말 풀이사전』, 서해문집, 2007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2. 박남일(『우리말 풀이사전』 저자), 샘터지 옛 연재 우리말 돋우기 중 「자밤과 모숨」

3. 지은이 김선철 김원희 그린이 김순효, 『순 우리말 사전』, 열린박물관, 2007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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