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1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2부에서는 증권맨에서 나전 황칠 작가로 변신한 김영준 씨가 보길도에서 전복 자개와 황칠을 구해 천년의 빛을 빚어내는 과정을 소개한다.
'한국기행' '묵혀야 제맛, 고수의 시간' 2부 - 천년의 신비, 황칠 자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 치악산 깊은 숲속에서 천 년의 빛을 빚어내는 나전 황칠 작가가 있다. 김영준 나전칠기 작가는 부와 명성을 얻었던 증권맨의 삶을 서른여덟 살에 내려놓고 나전칠기 일을 시작했다. 33년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장롱 속에 머물던 나전칠기를 그림이 되고 조형이 되는 생활 속 예술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김영준 작가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나전칠기의 길로 이끈 건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었다. 어머니는 혼수로 받았던 나전 장롱과 반닫이를 아끼며 매일 닦고 들여다봤고, 그와 함께 그 무늬 속을 탐험하던 중 학과 모란꽃이 오묘하게 빛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전칠기 작업은 결국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영준 작가의 작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한국 전 대통령에게 선물하기 위해 의뢰한 게임기에서부터 스티브 잡스가 특별 주문한 휴대폰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갔다. 1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교황이 앉는 의자에 한국 고유의 품격을 얹었으며, 이는 나전칠기라는 전통 공예가 얼마나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10년 전부터 김영준 작가는 자개에 옻칠을 하는 대신 만 년을 버틴다는 신비의 황칠로 나전칠기 작업을 진행해왔다. 바다와 숲이 풍요로워지는 여름이면 나전칠기 재료를 구하기 위해 보길도를 찾는 그는 청정바다를 품은 보길도 앞바다에서 영롱하고 단단한 빛을 뽐내는 전복을 구하고, 신비의 도료인 황칠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황칠은 순금을 닮은 황금빛과 오랜 세월에도 광채를 잃지 않는 강인함으로 예부터 왕실은 물론 최고급 교역품으로 귀하게 여겨져왔다. 한 그루에서 1년에 얻을 수 있는 황칠은 고작 5~10g 남짓이며, 1년에 생산하는 황칠 한 병의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만큼 그 희소성과 가치는 대단하다. 보길도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400년 황칠나무가 있으며, 이 오래된 나무는 김영준 작가에게 늘 영감의 존재였다.
황칠이 자개를 만나 영원한 빛을 얻는 천년의 신비가 담긴 황칠 자개의 깊은 세계는 단순한 공예 작품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만나는 지점이다. 김영준 작가의 손을 거친 각 작품마다 담긴 어머니의 추억과 자연의 선물이 어떻게 후대에 영감을 주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조개껍데기로 만드는 전통 공예 재료 ‘자개’란
자개는 전복이나 소라 같은 조개껍데기의 안쪽에서 빛나는 부분을 얇게 갈아 만든 공예 재료다. 빛이 닿는 방향에 따라 파란색과 초록색, 분홍색 등 여러 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개와 나전은 같은 뜻처럼 쓰이지만 차이가 있다. 자개는 가공한 조개껍데기 자체를 뜻하고, 나전은 자개를 물건 표면에 붙이거나 박아 무늬를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자개로 장식한 뒤 옻칠을 더해 완성한 공예품은 나전칠기라고 부른다.
나전칠기를 만들 때는 조개껍데기를 얇게 다듬은 뒤 원하는 무늬에 맞게 자른다. 이후 목재나 그릇 표면에 자개를 붙이고 칠을 올린 다음 표면을 갈아 무늬를 드러낸다. 꽃과 새처럼 큰 형태를 표현할 때는 자개를 모양대로 오려 붙이고 가는 선이나 기하학적 무늬는 자개를 잘게 끊어 이어 붙인다.
한국의 나전칠기는 고려시대에 크게 발달했다. 조선시대에는 모란과 학, 사슴, 십장생 등 자연과 장수를 상징하는 무늬가 널리 쓰였다. 자개는 장롱과 문갑 같은 가구뿐 아니라 보석함, 쟁반, 장신구, 생활용품을 장식하는 데도 활용됐다.
오늘날에도 자개는 전통 가구와 공예품은 물론 액세서리와 소품, 현대 미술 작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자연과 삶을 담는 EBS ‘한국기행’
프로그램의 무대는 산과 바다 같은 자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섬과 농촌, 어촌은 물론 전통시장과 오래된 골목, 주민들의 집과 일터까지 폭넓은 공간이 촬영지로 등장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풍경뿐 아니라 생업의 현장과 오랜 생활 방식, 세대를 거쳐 이어진 전통과 풍습도 함께 소개한다.
방송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5편으로 구성된다. 각 회차는 특정 인물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약 30분 동안 전개되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과 주민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한국기행’은 유명 관광지의 명소를 단순히 소개하기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을길과 작업장, 집 안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내레이션을 통해 해당 장소의 역사와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다.
다루는 소재도 폭넓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어촌 풍경과 산촌 사람들의 생활, 섬에서 이어지는 생업, 오래된 마을과 골목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핀다. 잘 알려진 명소뿐 아니라 대중에게 비교적 생소한 지역도 찾아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한다.
현재 ‘한국기행’은 EBS 1TV 정규 편성 프로그램으로 방송 중이다. 전국 곳곳의 자연과 문화, 지역 주민들의 삶을 함께 보여주는 여행 다큐멘터리로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기행' 방송시간은 매주 월~금 오후 9시 35분이다. 방송 정보는 EBS1 '한국기행' 홈페이지 '미리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