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뉴스 이복인 전문기자]
혈관이 '밀고 당기는' 힘을 통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생성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스위스 바젤대학교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혈관 내피세포가 서로 연결돼 혈관을 만드는 핵심 원리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를 고해상도 실시간 이미징 기술로 관찰해 이 과정을 상세히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혈관 생성 과정은 내피세포 끝부분에 '연접 기반 판상족'(junction-based lamellipodia, JBL)이라는 돌기가 형성되면서 시작된다. 이 돌기는 세포를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만든다.
이후 돌기 끝부분이 이웃 세포에 붙어 분자 '닻'처럼 두 세포를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당기는' 힘이 작용해 세포 뒤쪽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세포 전체를 길게 늘린다.
연구팀 제1 저자인 루도비코 마기 박사는 "이러한 밀고 당기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세포는 마치 지렁이처럼 앞으로 나아가며 혈관 내부 공간을 점차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분리됐던 혈관 조각들이 합쳐져 끊김 없는 하나의 혈관이 완성된다.
특히 'VE-카드헤린'이라는 분자가 두 가지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자는 세포를 서로 붙잡아두는 '접착제' 역할과 동시에 세포 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능동적 역할도 수행했다.
교신 저자인 하인츠-게오르크 벨팅 박사는 "세포가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유연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혈관 생성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장기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벨팅 박사는 "혈관 형성을 이해하는 것은 장기 형성의 근본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장기적으로 혈관이 기능하는 인공장기, 즉 오가노이드나 실험실 배양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재생의학 분야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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