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공간 전문기업, 웰니스를 그리다
ⓒ ㈜이루밍
- 이용자 경험과 현장의 데이터에서 찾은 공간 사업의 가능성
- ‘에듀모티베이션’으로 생애주기를 함께하다
공간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단순히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보다, 자신이 하려는 일에 맞게 정돈된 환경을 찾는다. 무인 공간 역시 인건비를 줄이는 운영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용자의 동선과 체류 시간을 읽고, 점주의 수익 모델을 넓히며, 비어 있던 상권에 다시 발길을 만드는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인 창업은 종종 ‘설비만 놓고 관리는 없는’ 방치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이정연 ㈜이루밍 대표는 그 간극을 정확히 짚으며 시장에 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늦게 시작했을 뿐, 데이터와 현장 검증으로 다져진 ㈜이루밍은 지금 이 업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루키다. 학습 공간에서 시작된 ㈜이루밍이 업무와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 그리고 이용자와 점주의 선택을 함께 설계해 가는 공간 전문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 이슈메이커가 들어보았다.
ⓒ ㈜이루밍
공간의 가능성에서 출발하다
이정연 대표가 ㈜이루밍(이하 이루밍)을 설명할 때 먼저 내세우는 것은 매장의 수나 규모가 아니다. 그녀는 학습 공간을 말할 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시간, 점주의 수익, 주변 상권의 흐름을 함께 이야기한다. 스터디카페는 이루밍의 출발을 알린 분야이지만, 그녀가 바라보는 사업의 범위는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공부하는 공간에서 시작해 일하는 공간, 다시 몸과 생활을 관리하는 영역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어떻게 하나의 사업으로 만들 것인지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향점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학 시절 경제 교육 멘토링 활동을 하며, 젊은 시절의 경험이 이후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 배움의 환경이 사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이 확신은 훗날 ‘에듀모티베이션(EduMotivation)’이라는 이루밍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의 현장 경험은 다채롭고, 무엇보다 구체적이다. 자산운용사에서 해외 펀드를 담당하며 자본의 흐름과 시장의 변화를 배웠고, 이후 직접 F&B 매장 운영에 뛰어들었다. 강북과 강남의 후보 상권 100여 곳을 직접 발품 팔아 조사한 끝에, 테이크아웃 수요가 확실한 입지라는 판단 아래 청계천을 최종 입지로 낙점했다. 선택한 자리는 단 3평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공간에서 시간당 매출 100만 원을 만들어 냈다. 회전율과 동선, 메뉴 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결과였다. 매장 앞에는 30분씩 줄이 생겼고, 예비 점주들이 매장을 둘러보러 왔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한 점주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단가를 낮춰 본사 차원의 매입 구조를 개선하고, 한국관광공사 케이터링을 직접 수주해 새로운 매출 채널을 열었으며, 저녁 시간대 수요를 잡기 위한 저녁 특별 메뉴를 직접 기획했다.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간극을 점주 입장에서 직접 메워본 경험이었다. 이 매장 하나가 주변 상권의 분위기를 바꾸면서 인근 상가 권리금이 크게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성공 사례가 본사 운영 매뉴얼의 기준이 됐다. 가맹점주로 참여했던 프렌차이즈 F&B 매장이 단숨에 50개 매장으로 확산되는 데 이 대표가 만든 모델이 직접적인 이바지를 했다. 점주이면서 본사의 역할까지 고민했던 이 독특한 이력은 이후 저가형 스터디카페 사업에서도 파급력을 발휘했다.
이 대표가 스터디카페를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도 이 경험의 연장선에 있다. 스터디카페는 좌석을 제공하는 업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과 집중도, 공간의 관리 수준, 점주의 운영 방식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무인 운영의 가능성을 비용 절감으로만 보지 않았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이용자가 불편 없이 머물 수 있는 시스템, 점주가 현장에 묶이지 않고도 매장을 관리할 수 있는 기준, 본사가 반복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 가능성을 함께 봤다.
이 대표는 “스터디카페만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기보다, 공간 안에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더 넓게 보고 싶었습니다. 학습 수요가 모이는 공간이자 무인 운영과 고객 경험, 점주의 수익 모델을 함께 시험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봤습니다”라고 전했다.
ⓒ ㈜이루밍
속도보다 검증을 택한 도전
이루밍이 시장에 들어섰을 때 스터디카페는 이미 한 차례 빠르게 늘어난 뒤였다. 독서실과 카페의 경계에서 출발한 스터디카페는 무인 창업의 대표 업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포화 상태라는 말이 먼저 나왔고, 후발 브랜드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 대표도 그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늦었다는 조건보다 기존 시장이 놓친 운영의 빈틈을 먼저 찾았다.
초기 이루밍이 택한 방식은 빠른 가맹 확대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상권에서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였다. 하남 미사, 동탄, 운정 등 경쟁 강도가 높은 상권에서 매장을 열고 2.5년에 걸쳐 집요한 백테스트를 진행했다. 좌석 구성과 요금제, 동선, 이용자의 체류 흐름, 관리 방식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상권 분석부터 부동산 검토, 오픈 준비, 초기 운영 안정화까지 직접 챙기며 매장별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전 매장의 AI 데이터 분석 결과, 이루밍은 좌석 회전율과 신규 유입률이 타 스터디카페 대비 20~30% 높았고, 이탈률은 낮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문을 연 1~3호점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만석이다. 직영점을 포함해 12개 지점에 가계약 3건이 추가로 진행 중이며, 이 과정도 무리한 확장보다 검증 이후의 선택에 가까웠다.
“시작이 늦었다는 말보다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같은 방식이 서로 다른 상권에서도 통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었어요. 저를 믿고 선택한 점주님들의 매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더 넓게 펼쳐도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루밍
에듀모티베이션을 담은 공간
스터디카페는 조용한 자리만이 조건의 전부가 아니다. 이용자는 몇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머물며 공부하고, 때로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 안에서 보낸다. 책상과 의자, 조명, 향기, 커피, 간식, 동선, 소음 관리 등 다양한 요소는 각각 작아 보이지만 오래 머무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차이로 남는다. 이 대표가 ‘에듀모티베이션’이라는 개념을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습 의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공간 안에 배치하겠다는 뜻이다.
이루밍 매장에는 오감만족을 위한 이 대표의 디테일이 발휘되었다. 향기 전문 기업 센트온과 협업해 이루밍만의 시그니처 향을 완성했고, 학생들의 눈 건강을 위해 독서등 전문기업과 제휴해 이루밍 단독 책상을 제작했으며, 자세를 잡아주는 에듀의자도 직접 제작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는 로스팅 포인트를 직접 잡아 공장에서 갓 볶은 원두와 자체 인쇄컵까지 제작해 사용한다. 체력 증진을 위해서는 운동 인플루언서 ‘오대장’과 협업한 ‘맑음단’을 선보였다.
수익 모델의 혁신도 이어졌다. 스터디카페 업계 최초로 무인 냉장고를 도입해 좌석 수익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었고, 단독 비상주 사무실 구조까지 별도의 수익 모델로 설계했다. 매장 안의 소통 게시판과 성장 게시판을 통해 이용자들이 서로의 목표와 성취를 나누는 문화도 만들었다.
이 모든 디테일의 결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점주가 하루 2시간 정도의 관리만으로 40평대 매장의 마진율이 50~60%에 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고객 소통 게시판에 ‘최고의 스카예요’, ‘좋은 공간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 대표는 회원 1.6만 명 돌파를 기념해 폐쇄몰을 열고, 맑음단을 비롯해 원두·에듀의자 등 공간에서 경험한 제품들을 회원 특별가로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시작했다. 나아가 회원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성장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도 기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좌석 수익만으로 끝나는 매장이 아니라, 작은 공간 안에서도 점주에게 도움이 되는 수익 요소를 하나씩 검증해 보고 싶었습니다. 본사가 먼저 해보고 괜찮은 것들을 점주님들께 제안해야 오래 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라고 강조했다.
ⓒ ㈜이루밍
생애주기를 살피는 공간 기업으로의 확장
이정연 대표는 공부하는 공간에서 시작한 사업이 일하는 공간, 창업을 준비하는 공간, 일상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이루밍은 스터디카페를 넘어 비즈니스센터 형태의 공간으로도 확장됐다.
[이루밍 의정부신곡점]은 건물주가 3층과 4층, 약 120평에 달하는 공간의 공실 수익화가 완성된 사례다. 버건디 톤 중심 무드로 비즈니스센터와 워크라운지를 조성했으며, 현존하는 스터디카페·공유오피스보다 고도화된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아이돌 방송 촬영 협의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이 공간의 3층 비즈니스 공간에서는 1인 사업자들을 위한 세무·노무·사업 컨설팅까지 연계해,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루밍 안에서 풀어가며 성장을 서포트하는 콘텐츠를 고도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루밍이 상생을 우선하며 걸어온 행보는 점포 소유주들의 자발적인 러브콜로도 이어지고 있다. 소유주가 먼저 좋은 조건을 제안해 입점이 결정된 [이루밍 인천용현점]은 이루밍 최초의 라운지형 스터디카페 모델이 처음 구현된 지점으로 7월 중 오픈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인 6월 22일 문을 연 [이루밍 인천호구포역점]은 경매 수강생이 직접 낙찰받은 점포를 수익화하는 콘텐츠로 기획됐다. ‘경매로 낙찰받은 공실도 이루밍을 만나면 수익형 자산이 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들을 먼저 본사가 직접 경험하고 검증한 뒤 확대해 나가는 방식을 고수한다.
선한 영향력에 대한 실천도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 청소년 재단과 MOU를 맺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동등한 학습 공간과 교육 기회를 지원하는 활동을 본격화한다. 이 대표는 ‘에듀모티베이션’이라는 이루밍의 철학이 비즈니스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의 성장과 성취를 돕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대표는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어느 날 창업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흐름에 맞는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학습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람의 생활 전반을 살피며 그들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웰니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라고 힘주어 전했다.
그동안 이정연 대표는 빠른 확장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기준과 시스템을 확인하는 방향을 택해왔다. 이용자의 필요를 읽고, 점주의 부담을 줄이며, 본사가 먼저 검증한 기준을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가 그리는 이루밍의 진짜 모습은 매장 수로 줄을 세우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지점이 20개, 50개로 늘어나더라도 ‘모든 매장이 함께 잘 되어야 한다’라는 원칙만큼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속도가 아니라 깊이로 나아가며, 선한 영향력으로 더 많은 이들의 성장과 성취를 돕는 그룹으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스터디카페에서 시작된 이루밍이 걸어갈 다음 장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