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르포] 김구를 잇는다더니…길 위에서 희미해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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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르포] 김구를 잇는다더니…길 위에서 희미해진 흔적

투데이신문 2026-07-28 17:28: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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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역사거리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투데이신문
김구 역사거리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채원 인턴기자】인천 신포역에서 10분 남짓 걸으니 가게들이 모여 있는 작은 교차로가 나타났다. 교차로 한가운데에는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이 도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여섯 곳을 모두 걸어야 완성되는 역사 투어 ‘PROJECT 150 인천, 김구를 잇다’의 시작점이었다.

올해는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이다. 유네스코가 올해를 김구 기념의 해로 지정하면서 전국에서는 그의 삶과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역시 김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도시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인천감리서에 투옥된 김구는 이곳에서 사형을 기다리다 탈옥했고, 훗날 ‘백범일지’에도 당시의 기억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인천보훈지청과 인천관광공사, 인천제물포문화재단은 ‘PROJECT 150 인천, 김구를 잇다’를 통해 역사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김구 역사거리와 내리마루 쉼터, 누들플랫폼, 개항박물관, 대불호텔전시관, 인천역까지 이어지는 여섯 곳. 하루 동안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인천에 남아 있는 김구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김구 역사거리 입구에 김구 동상과 관련 설명들이 쓰여있다. ⓒ투데이신문
김구 역사거리 입구에 김구 동상과 관련 설명들이 쓰여있다. ⓒ투데이신문

첫 번째 목적지: 동상과 안내판으로 만난 김구의 생애, 김구 역사거리

투어의 시작점은 인천 제물포구 신포동에 위치한 김구 역사거리였다.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의 중심에는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이 우뚝 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동상 바닥에는 김구의 생애를 연표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 새겨져 있었고 동상 뒤로는 김구 역사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과 조금은 가파르게 보이는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언덕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인천감리서에 투옥된 과정과 탈옥, 강제 노역, 당시 김구와 함께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오르막길을 따라 이어졌다. 안내판 앞에 잠시 멈춰 글을 읽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언덕 끝이었다.

김구와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이 제물포구 시내를 내려다보게끔 설치돼 있다. ⓒ투데이신문
김구와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이 제물포구 시내를 내려다보게끔 설치돼 있다. ⓒ투데이신문

언덕 위에는 김구와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손을 맞잡고 서 있는 동상이 제물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상 앞에 잠시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김구가 인천에 머물던 시절, 그가 바라봤을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첫 번째 스탬프가 찍힌 걸 확인한 뒤 내리마루 쉼터로 향했다. 올라왔던 언덕길을 따라 다시 내려가니 언덕 중턱에 위치한 쉼터의 간판이 보였다. 

두 번째 목적지: 감리서터 위에 세워진 내리마루 문화쉼터

내리마루 문화쉼터에서  '찾아가는 백범 김구 기념관' 전시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내리마루 문화쉼터에서  '찾아가는 백범 김구 기념관' 전시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내리마루 문화쉼터는 과거 인천감리서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김구가 투옥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주민들을 위한 문화 쉼터로 운영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찾아가는 백범 김구 기념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김구의 생애와 독립운동을 소개하는 배너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이 외에 별도의 사료나 전시물은 찾을 수 없었다.

이유는 취재를 마친 뒤 인천보훈지청 관계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별도의 전시관이 아닌 쉼터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유물이나 자료를 전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이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제작한 배너를 대여해 전시를 마련했다는 설명이었다. 배너를 하나씩 읽으며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봤다.

김구와 관련된 내용을 꼼꼼히 담은 배너 전시였음에도 이곳에 체류한 한 시간 동안 관람객은 만날 수 없었다. 

내리마루 쉼터 로비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이곳을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자주 오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주말에는 평일보다 낫긴하지만 평일에는 전시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도 자주 오지만 김구 전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방금 알게 됐다” 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내리마루 쉼터는 ‘김구와 관련된 장소’보다 ‘하굣길 친구들과 잠시 쉬어가는 공간’에 더 가까웠다.  김구가 투옥됐던 역사적 공간이자 이번 스탬프 투어에서 김구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장소였지만 전시는 일상을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세 번째 목적지: 면 요리 역사를 알아보는 누들플랫폼

누들 플랫폼 전시관에서 과거 인천 거리의 모습을 꾸며뒀다. ⓒ투데이신문
누들 플랫폼 전시관에서 과거 인천 거리의 모습을 꾸며뒀다. ⓒ투데이신문

내리마루 쉼터를 나와 언덕길을 내려오고 골목골목 사이를 걷자 세 번째 목적지인 누들플랫폼이 보였다.

누들플랫폼은 인천의 면 요리를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관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김구 역사 스탬프 투어’를 안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인천과 김구의 인연을 음식 문화와 연결해 풀어냈을 수도, 당시 시대상을 함께 소개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1층 전시를 둘러봤다. 이어 2층까지 천천히 살펴봤지만 김구와 관련된 내용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전시는 인천의 국수 문화와 면 요리, 생활사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혹시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 안내데스크를 찾았다. 관계자에게 누들플랫폼이 김구 역사 스탬프 투어 코스에 포함된 이유를 묻자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왜 여기가 김구 투어 코스에 포함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네 번째 목적지: 인천항으로 들어온 다양한 문물을 보여주는 개항박물관

개항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박물관 모형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개항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박물관 모형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다음 목적지는 인천 개항박물관이었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개항 이후 인천항의 변화와 당시 거리 풍경, 무역과 생활상을 담은 자료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벽면에는 인천감리서의 역할을 설명하는 글이 걸려 있었고 개항장 축항 공사에 동원된 노역의 기록도 전시돼 있었다. 

인천감리서와 축항 공사 노역은 모두 김구가 인천에서 겪은 삶의 배경과 맞닿아 있는 역사다. 그럼에도 전시는 당시 인천의 시대상만 설명할 뿐 김구의 이름이나 그의 발자취를 연결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시장 관계자에게 김구 관련 전시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아마 감리서와 강제 노역 등 김구가 겪었던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는 공간이라 간접적으로 코스에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에 넣으려면 적어도 관련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김구 선생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안내문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설명 없이 코스에 포함만 시키다보니 김구와 시대적 연관성을 모른 채 대부분 스탬프만 찍고 지나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내리교회나 인천대공원에 있는 백범 광장 같은 곳이 코스에 포함됐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며 투어 코스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시는 인천의 근대사를 충실히 담고 있었지만 ‘김구 역사 스탬프 투어’라는 이름 아래에서 둘 사이를 이어줄 설명이 부족했다. 

다섯 번째 목적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숙박시설, 대불 호텔

대불호텔 전시관 건물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대불호텔 전시관 건물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개항박물관을 나와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대불호텔전시관으로 들어갔다.  대불호텔전시관은 개항 이후 외국인들을 위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당시 호텔의 모습과 개항기 인천의 생활상, 근대 문물을 중심으로 전시가 꾸려져 있다.

관람 동선은 대불호텔의 역사와 당시 숙박시설에 대한 설명 중심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이번에도 역시 김구를 직접 언급한 사진이나 자료,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목적지: 투어의 마지막 코스, 인천역

인천역 역사 건물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인천역 역사 건물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마지막 목적지는 인천역이었다. 개항박물관과 대불호텔전시관이 위치한 골목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역사가 보였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가 개통된 역사적인 장소다. 역사 주변에는 개항기 인천과 철도의 역사를 소개하는 글이 마련돼 있었고 마지막 스탬프도 이곳에서 채울 수 있었다.

여섯 번째 스탬프를 확인하며 투어는 끝이 났다. 하지만 마지막 장소에서도 김구를 직접 떠올릴 수 있는 전시나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처음 김구 역사거리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내리마루 쉼터를 지나며 그의 삶과 인천의 인연을 따라갔다. 그러나 누들플랫폼과 개항박물관, 대불호텔전시관, 인천역으로 이어질수록 ‘김구 탄생 150주년 프로젝트 스탬프 투어’라는 이름과 조금씩 간격이 느껴졌다.

왜 이곳들이 김구 투어 코스에 포함된 걸까.

김구 역사 거리 오르막에 새겨진 문구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김구 역사 거리 오르막에 새겨진 문구의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여섯 곳을 모두 둘러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이번 투어를 기획한 기관 중 하나인 인천보훈지청에 문의해 보기로 했다.

인천보훈지청은 김구 역사거리와 내리마루 쉼터가 대중교통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유동 인구가 많은 인천역과 개항장 일대를 함께 연결해 더 많은 시민이 자연스럽게 역사거리까지 걸어오도록 동선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개항장 일대의 역사, 문화 공간을 함께 둘러보며 김구가 머물렀던 시간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왜 현재의 동선이 만들어졌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김구 역사거리부터 인천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분명 인천의 근대사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코스는 맞았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과 문화재단 관계자가 공통으로 이야기한 것은 ‘김구와의 연결고리’였다. 역사거리와 내리마루 쉼터를 지나자 김구의 흔적은 점차 희미해졌고 코스를 모두 방문한 후에도 왜 이 공간들이 하나의 역사 투어로 묶였는지는 쉽게 와닿지 않았다.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투어인 만큼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설명이 조금 더 촘촘했다면 더 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PROJECT 150 인천, 김구를 잇다’는 인천과 김구의 인연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그러나 투어를 마친 뒤 가장 깊게 든 감정은 김구와 그 공간을 잇는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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