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총 25건의 문화·자연유산이 새롭게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유형별로는 문화유산 19건, 자연유산 5건, 복합유산 1건이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한국은 2021년 등재된 '한국의 갯벌'에 서남해안 갯벌 4곳을 추가해 범위와 대상을 한층 넓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97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설립된 정부간 위원회로, 가입국이 신청한 문화·자연 유산의 등재·보존·감시 등을 맡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한국은 1988년 이 협약에 가입한 이후 최초로 의장국이자 개최지가 됐다.
문화유산 19건, 세계유산 5건, 복합유산 1건 신규등재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까지 '우여곡절의 11년'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총 25건의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새로 등재됐고, '한국의 갯벌'을 포함한 2건은 확대등재(대폭경계변경)됐다. 또 1건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이 변경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4일 오후부터 27일까지 세계유산 등재 과정(의제8) 심의를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규등재와 확대등재, 등재기준 변경 등 총 33건의 안건이 상정됐으며, 위원회는 이 가운데 28건을 합의 채택했다.
신규등재는 문화유산 19건, 세계유산 5건, 복합유산 1건 등 총 25건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의 '올림푸스산 일대', 프랑스의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해안',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의 고대 수도', 코모로의 '역사적 술탄국의 메디나', 몽골의 '흉노 지배층 무덤군' 등이 새롭게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위원회를 통해 남수단과 코모로, 상투메프린시페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 가운데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 경관', 팔레스타인의 '세바스티아', 레바논의 '아멜 산성' 등 3건은 긴급등재되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확대등재는 한국의 '한국의 갯벌'과 독일의 '베를린 모더니즘 주거단지' 등 2건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가람바 국립공원'은 1980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기준 7과 10에서 9와 10으로 변경됐다.
위원회는 28~29일 국제 지원과 차기 회의 의제 등 제도적, 재정적, 절차적 사안을 검토한 후 폐회할 예정이다.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2010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전남 순천·보성·무안·신안, 전북 고창·부안 지역 갯벌을 묶어 잠정목록에 올리면서 첫걸음을 뗐다. 이후 주민 의견과 유산 특성을 고려해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 등 4곳으로 압축해 2017년 등재 신청을 했다.
하지만 2018년 제출한 신청서는 지도 축척과 관리 주체 명시 부족 등의 이유로 '반려' 판정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신청 요건 미비로 반려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전문가 협의와 서류 보완을 거쳐 2019년 재도전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사가 지연됐다.
202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갯벌의 철새 기착지로서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 또다시 '반려'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철회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해 위원국 교섭과 갯벌 범위 확대에 나섰고, 결국 한국의 15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고흥·무안 갯벌을 추가해 기존 유산을 확대 등재했다. 이는 한국 세계유산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한 경계 변경'에 성공한 사례다. IUCN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추진된 확대 등재"라며 높이 평가했고, 면적이 22% 늘어난 만큼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가치가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문경오 GCIDA 부센터장은 "한국은 기존 보호지역을 단순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성에 부합하는 지역을 새롭게 등재했다"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IUCN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지지가 확보된다면 추가 확장을 권고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 "종묘는 한국의 보석…개발 압력 속 보존해야"
이번 회의에서 최근 재개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종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은 종묘에 대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을 상징하는 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20년 뒤 미래 세대가 '예전에 종묘라는 멋진 유산이 있었는데 개발 때문에 사라졌다'고 말하게 된다면 비극"이라며 강력한 보존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소모 센터장은 도시 개발과 세계유산 보존의 균형을 위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와 강력한 법·제도적 관리 체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국가유산청·전문가·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의가 중요하지만, 국제 기준과 절차에 따른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부산선언'에 대해서도 "기후변화·개발·분쟁 등 세계유산이 직면한 도전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협력(collaboration)을 핵심 가치로 꼽았다.
일본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존관리뿐 아니라 전체 역사를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해석이 포함됐다"며 2027년 제출될 보존상태 보고서를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소모 센터장은 문화유산 파괴를 "전쟁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하며, 세계 각국이 예방 체계를 갖추고 유네스코 협약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산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전문성과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일본 사도광산 역사 은폐 시도에 강력 유감 표명
정부가 일본의 사도광산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 은폐 시도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김지희 주유네스코 대사는 28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역사적 사실의 온전한 전달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산의 올바른 해석은 미래 세대를 위한 보존의 핵심"이라며 "유네스코가 수차례 전체 역사를 담은 해석책을 요구했음에도 일본의 이행은 10년 가까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삶을 배제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는 "심각한 결함"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역사적 진실에 기반한 유산 관리만이 유네스코 협약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반면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본은 이전 권고 사항을 성실히 준수해 왔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측은 관련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위원회 틀 밖에서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일본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 세계유산 등재
일본 고대 국가 형성의 중심지이자 한반도와 중국의 문화·기술이 전해진 흔적이 남아 있는 '아스카·후지와라의 고대 수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 등재를 확정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이 유산이 세계유산 등재 기준 (ii)와 (iii)을 충족한다며 권고했고, 위원회는 별다른 이견 없이 이를 채택했다.
아스카와 후지와라는 중국과 한반도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바탕으로 일본 열도에서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가 형성되고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궁궐·관청·불교 사찰·고분의 배치와 설계에는 일본 토착 전통과 함께 한반도·중국에서 전해진 문화와 기술이 반영돼 있다.
이 유산은 나라분지 남부에 자리한 궁궐·관청 유적, 불교 사찰, 고분 등 19개 구성요소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다. 아스카 수도는 588~694년, 후지와라 수도는 694~710년 존속했으며, 이 시기는 일본에서 중국 율령제를 본뜬 중앙집권적 통치체제가 도입된 시기다.
특히 아스카데라는 일본 열도 최초의 본격적 불교 사찰로, 건립 과정에 백제 승려와 기술자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마쓰즈카 고분 벽화는 고구려 문화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ICOMOS는 궁궐·사찰·고분이라는 서로 다른 유형의 유적이 결합해 당시 통치체제의 공간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토라·다카마쓰즈카 고분 벽화 보존 연구와 대중을 위한 해설 정책 발전을 권고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해변·그리스 올림포스산, 세계유산 등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졌던 프랑스 북서부 5개 해변과 그리스 올림포스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새롭게 등재됐다.
AFP·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6일 부산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1944년 6월 6일, 미국·영국·캐나다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을 감행했다. 당시 15만 명이 넘는 병력이 유타·오마하·골드·주노·소드 등 5개 해변에 상륙했으며, 이는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유럽 대륙의 자유를 회복하고 평화의 서막을 연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거처로 알려진 올림포스산도 세계유산 목록에 포함됐다. 해발 2,918m로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유럽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오늘부터 신화 속 올림포스산은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산이 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 경관', 일본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 등이 함께 등재됐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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